왕국과 영광 - 오이코노미아와 통치의 신학적 계보학을 향하여 What's Up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진우.정문영 옮김 / 새물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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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고고학적 방법론을 취하지만, 푸코가 이야기꾼이라면, 아감벤은 주석가이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스콜라 철학에 이르는 어마무시한 장벽에 박힌 돌들을 하나씩 꺼내 두드리는 노고를 거치면서 저자는 ‘통치성‘의 작동방식의 비밀을 밝혀낸다. 휘몰아치는 듯한 결론부는 실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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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론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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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를 이런 독창적인 방식으로 읽어내는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여러 관습화된 문학비평론을 걷어내고 자신이 읽어낸 소세키의 언어만으로 소세키‘s 월드를 구축해가는 거장의 솜씨. 더구나 번역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은 읽는 재미가 있다. 소오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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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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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읽었던 <명암>과 40대로 들어선 후 다시 읽은 <명암>에 대한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소세키의 작품 중 유독 명암 만큼은 예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그 (무)기억, 혹은 망각이야말로 과거와 지금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소세키론을 읽다 발견한 구절들을 적어놓는다..

 

1. 사람들이 소세키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그 '작품'이 언어의 여백 또는 그 함몰점이란 지점에 사람들을 유혹해 끌어들이면서 거기에서 명(明)이 포함하는 암(暗)과 암이 포함하는 명을 의미와 언어를 넘어서서 읽으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2. 실제로 문자 그대로 <명암>이라고 제목이 붙은 한 편을 미결정 상태로 한 채 소멸해버린다는 솜씨는 소세키에게만 가능한 광기의 몸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놀라운 주석이다.. <명암>이 결말 없이 끝났다는 것이 지극히 소세키적일 수 있겠다는 모호한 느낌을 이토록 명징한 언어로 표현한 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복할 뿐..

 

그림자의 영역에 구애되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으려 했던 한 일본 문학가의 작업에서 이토록 감동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근대문학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명암의 두갈래 선이 교차하는 모습을 끝까지 주시하고자 하는 그 자세 때문이다.. 소세키에게 있고, 루쉰에게 있지만, 이광수에게는 없는 것.. 그 결여를 성찰하는 자리에서 동아시아적 근대성이라고 하는 영역이 새로이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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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팁트리 주니어 걸작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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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산 책임에도, 계속 책장 한 구석에 모셔져 있던 책을, 10일간의 연휴가 주는 해방감 때문에 다시 꺼냈다. 깜깜한 밤을 달리는 기차에서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를 읽다가, 한방 먹은 느낌이다. 인류학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자가 역시 이수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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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 화재경보 -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읽기
미카엘 뢰비 지음, 양창렬 옮김 / 난장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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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엇보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의 악명 높은 기존 번역본들에 비해 가독성을 한껏 높여준 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축적된 현재, 뢰비의 해석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간결하고 가독성 있게 주석을 다는 것 역시 상당한 고수가 아니면 어려운 작업이다..

 

일단 그의 두 테제를 적어둔다..

 

 

테제 6: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어떤 위험의 순간에 번득이는 어떤 기억을 제 것으로 삼는다는 것을 뜻한다. 위험의 순간에 역사적 주체에게 느닷없이 주어지는 과거의 이미지를 꼭 붙드는 것은 역사적 유물론의 과제이다. 그 위험은 전통의 존속만큼이나 그 전통의 수용자도 위협한다. 둘 모두에게 그 위험은 지배계급에게 도구로 넘어갈 위험이다. 어느 시대에나 전통을 제압하려는 타협주의로부터 그 전통을 다시 뽑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메시아는 구원자로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메시아는 적그리스도를 극복하는 자로서도 오는 것이다.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일으키는 재능은 적이 승리한다면 죽은 자들도 그 적 앞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완벽히 확신하는 역사가에게만 주어진다. 그리고 이 적은 승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테제 9: [파울] 클레가 그린 새로운 천사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의 천사는 자기가 꼼짝 않고 응시하던 어떤 것에서 멀어지는 듯 묘사되어 있다. 그 천사는 눈을 부릅뜨고 있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날개는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는 필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일련의 사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그 곳에서 천사는 잔해 위에 또 잔해를 쉼 없이 쌓아올리고 또 이 잔해를 자기 발 앞에 던지는 단 하나의 파국만을 본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 하고 죽은 자들을 깨우고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낙원에서 폭풍이 자신의 날개를 꼼짝 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천사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해 저항할 수 없이 천사를 떠밀고 있으며, 반면 천사의 앞에 쌓이는 잔해의 더미는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런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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