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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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읽었던 <명암>과 40대로 들어선 후 다시 읽은 <명암>에 대한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소세키의 작품 중 유독 명암 만큼은 예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그 (무)기억, 혹은 망각이야말로 과거와 지금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소세키론을 읽다 발견한 구절들을 적어놓는다..

 

1. 사람들이 소세키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그 '작품'이 언어의 여백 또는 그 함몰점이란 지점에 사람들을 유혹해 끌어들이면서 거기에서 명(明)이 포함하는 암(暗)과 암이 포함하는 명을 의미와 언어를 넘어서서 읽으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2. 실제로 문자 그대로 <명암>이라고 제목이 붙은 한 편을 미결정 상태로 한 채 소멸해버린다는 솜씨는 소세키에게만 가능한 광기의 몸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놀라운 주석이다.. <명암>이 결말 없이 끝났다는 것이 지극히 소세키적일 수 있겠다는 모호한 느낌을 이토록 명징한 언어로 표현한 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복할 뿐..

 

그림자의 영역에 구애되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으려 했던 한 일본 문학가의 작업에서 이토록 감동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근대문학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명암의 두갈래 선이 교차하는 모습을 끝까지 주시하고자 하는 그 자세 때문이다.. 소세키에게 있고, 루쉰에게 있지만, 이광수에게는 없는 것.. 그 결여를 성찰하는 자리에서 동아시아적 근대성이라고 하는 영역이 새로이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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