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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공간 ㅣ 모리스 블랑쇼 선집 2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 그린비 / 2010년 12월
평점 :
글을 쓴다는 것은 매혹의 위협이 있는 고독을 긍정하는 공간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의 부재라는 위험에 몸을 내던지는 것이다. 시간의 부재 속에는 끝없는 새로운 시작이 군림한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되고, 나와 관계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익명의 것이 되어 무한히 흩어진 가운데 무수히 반복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러한 매혹 아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에 의해서 언어 안에서 절대적인 공간과의 접촉 아래 머무르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물은 이미지가 된다. 또한 거기서 어떤 형상을 암시하는 이미지는 형상이 없는 것에 대한 암시가 되고, 부재 위에 그려진 형태의 이미지는 부재의 형태 없는 존재가 된다. 더 이상 세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 아직 세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에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불투명하고 공허한 열림이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글을 쓴다는 것은 왜 이러한 본질적인 고독, 그 속에서 감추어진 것이 드러난다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이 고독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 박혜영 번역의 책세상 판으로 읽고 있다.. 주석이 불가능한,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아름다운 글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