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글을 쓴다..

3.11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에 대해 얼마 전 글 한 편을 쓰면서 샀던 책이다..

다른 텍스트들에 치여 그 당시엔 그냥 앞부분만 읽다가 놔둔 책인데, 다음 주 수업을 준비하면서 기차에서 다시 꺼내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정도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프로 근성을 갖고 있는 기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신문>이 있다는 이유로 종종 착각에 빠지기는 하지만, 우리와 거의 비슷한 미디어 후진국 일본에는 그나마 이런 기자 출신 작가들이 집요한 탐사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1인 대안언론이라는 히로세 다카시도 그 대표적인 경우일 터.. 

3.11 이후 원전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대기업, 정치가, 관료들의 검은 커넥션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3.11 초기에는 사회적 여론의 압력도 있고 해서, 보상 한도 설정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보신에 급급한 오만한 도쿄전력을 단죄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던 정책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역-코스로 전환하는 궤적.. 이번 파국을 계기로 원자력 마피아(원자력 무라)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제동을 결려는 혁신관료들의 개혁 시도들이 무엇보다 자신들의 보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카르텔, 이들 기업들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결코 자신의 관할 영역을 뺏기지 않으려는 경제산업성(구 통산성)의 관료들, 그리고 이들을 전면적으로 후원하는 일본 판매부수 1위의 요미우리, 그리고 산케이를 위시한 언론들의 연합전선 아래 하나 둘씩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물론 비단 일본사회 뿐이랴.. 혁신적 개혁시도들의 꿈이 보수 카르텔에 의해 무너지는 현실은 전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며, 너무나 익숙한 정치 드라마의 플롯이기도 하다.. 2009년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주위의 일본 지인들은 이것이야말로 <선거혁명>이라고, 이제 자민당의 시대는 끝났다고 감개무량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3.11의 뒷수습에 발목이 잡힌 민주당은 3년 천하로 자민당에게 다시 권력을 내주고 말았고, 급기야 아베 정권같은 시대 착오적인 악령이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2년만 늦게 정권을 잡았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어차피 질 싸움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간단하다..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허탈해진다.. 하지만 2009년 민주당은 55년 체제 이래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자민당의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한국 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볼 때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싸움에서 진보 세력은 어떻게 두번이나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물론 이들 역시 부패하고, "그 밥에 그 나물"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이길 수도 있었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배한 (민주당) 간 정권의 5개월여 간의 사투를 보면서,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 했던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깃드는 희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차를 타고 오면서 계속 밥 딜런을 듣고 싶어졌다..

 

The Answer, my friend

Th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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