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처럼 써라 -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외 18인의 작법 분석
윌리엄 케인 지음, 김민수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해가 가기 전에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틈만 나면 책 정리를 하고 있다. 지난번에 다 읽었으나 미처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책들을 정리하면서 무언가 빚진 마음을 털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변명의 리스트에도 끼지 못한 채 읽다가 흐지부지 되었거나 분명 읽기는 했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 중 놀랍게도 어떤 책은 친절하게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건만 나는 그 중요하다 판단된 구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고 책을 ‘잊는’ 사람들은 아닐까 싶었다. 좋다고 남들한테 추천까지 한 책 중에도 그러한 비운의 책이 있었다. 책을 읽었다고 덮었다고 다 내 것이 되지는 않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섣불리 읽었다고 말해버린 책 중에 다시 두 번째로 정독한 책을 말하고 싶다. 소설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고 나같이 문학에 꿈을 둔 적이 있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안테나가 발동하여 사들이는 책.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쓰기 책은 사실 주관적인 경향이 짙은데 비평가나 일선 교수가 정리한 책은 체계적이면서 온도가 일정한 장점이 있다. 바로, 위대한 작가들의 장단점을 분석한 글씨기 비법에 관한 책이다. 

 

 

   사실, 글 쓰는 입장에서 이런 책은 열심히 밑줄 칠 땐 절실하나 막상 덮고 나면 수많은 밑줄만큼 효과가 큰 책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아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에서 끝나고 연습이나 실천으로 이행되지는 않는 틀에 박힌 내용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론적 차원의 충고들이 현재 소설 좀 써보겠다고 바둥거리는 내게는 새삼 뼈가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다. 책이 어떤 사람에게 찾아와 실용적 의미를 획득하는 데는 다 때가 있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보다는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있는 와중의 펜을 든 사람들에게 더 유효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는 모두 21명이며 그들의 장점이라고 소개된 구체적인 테크닉은 이미 문학적으로 성공이 입증된 장치들이다. 안다고 해서 모든 걸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한다 해서 결코 그들만큼 훌륭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런데 저자는 모방하고 모방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을 뛰어 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고 주장한다. 줄기차게 모방하다보면 어느덧 모범이 된다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렇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모방’이라는 테크닉에 관한 설명서이다. 독창적인 문체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려면 모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비롯된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도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카프카도 남녀 간의 사랑묘사는 빈약했고 등장인물의 배경설명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샐린저같은 대작가도 어떤 부분 자신보다 뛰어난 카프카를 모방하고 연구했다. 그들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지닌 천재적인 작가 앞에서 숱한 좌절을 느끼며 패배감을 맛보았다. 저자는 내 글이 독자의 귀에 음악처럼 들릴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고 끝까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잊어먹지 않기 위해 현재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과 요약노트를 나누는 심정으로, 기록차원에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책에선 작가별로 분류했지만 나는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다시 소설의 구성요소로 나누어 보았다. 겹치는 내용이 많았고 내게는 누가 말했느냐 보다는 무엇을 말했느냐가 더 중요했다.

 

 

 

 

누구라도 카프카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단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모방은 이런 것이다. 진정한 모방은 본보기로 삼은 작가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방은 당신과 당신이 모범으로 삼은 작가 사이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모범으로 삼은 작가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 183p

 

 

 

 

1. 문장

 

 

 

   맨 처음, 문장으로 치자면 발자크도 거지같은 문체였기에(그의 더듬거리는 문체를 견디지 못한 독자가 많았다고 한다) 매끄러운 문장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문장력이 유려하지 않아도 소설을 잘 쓸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바꿔 말하면 문장력 좋다고 소설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퍼뜩 생각나길 언어학을 공부하고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고종석과 오랜 기자출신의 김훈이 떠올랐다. 고종석은 ‘흠 잡을 데 없는 문장력을 지닌 스타일리스트’ 혹은 ‘가장 정확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로 알려진 소설가이며 김훈은 서사보다는 문체 장악력이 뛰어난 우리시대 대표적 문장가이다. 이들이 아름다운 문장 통제력을 가진 작가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나 그렇다고 그들의 소설이 가장 재미나고 완벽한 소설이라는 데에는 주저하는 독자도 있을 터이다. 문장력이야 작가들의 필수적인 요건이지만 만약 문장에 자신이 없다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적확한 수식어구와 세밀한 감정묘사에 치중하라는 말. 그러다 보면 차츰 문장도 발전하리라는 뜻.

 

 


- 정확한 표현을 위해 주저하지 말고 길고 복잡한 문장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라.

  (내 글은 길고도 긴 기차와 같다. 문장 끊기가 정말 어렵다.)

- 헤밍웨이는 쉼표와의 전쟁을 벌였다. 종속절이 지나치면 학문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

  (빈번한 종속절을 사용하여 내 논리를 정당화하고자 얼마나 노력하였던가)

- 페이지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짧은 대화로 속도감을 유도하고 긴 문단 사이에 한 문단 씩 짧은 문단을 삽입하
  라.

  (헤밍웨이는 페이지가 꽉 막힌 듯 답답함을 싫어했다는)

- 많은 시를 읽고 직접 써보는 것이 훌륭한 문장가를 만든다.

  (많은 작가들이 소설이 막힐 때 시집을 읽는다고 하지...)

 

 

 

 

2. 소재

 

 

 

   톨스토이, 플로베르, 헤밍웨이, 조지오웰 등 수많은 거장들은 하나같이 실제 인물을 토대로 등장인물을 만들어 왔다는 주장이다.『모비딕』의 허먼 멜빌은 정말로 수년간 바다위에서 항해하면서 사색을 했고 선원생활을 했기 때문에 고래라는 상징적 자아를 탄생시킨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첩보기관에서 일한 이언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주저 말고 자신의 추억을 최대한 이용하고 경험한 감정을 변형시켜 줄거리를 만들어 인물을 창조하라 말한다. 현실에서 겪었던 인간관계가 소설의 소재로 채택되고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반영하지 않고서 상상만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소설가가 인터뷰 할 때 특정 인물을 소재로 하지 않았다는 말은 다 소재가 된 해당 지인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이라고까지 증언한다. 소설가가 갑자기 친한 친구와 절교했다면 그건 그 친구의 이야기를 소설에 써먹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 어느 순간 ‘과거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그 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려 다시 구성하고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허긴 사연이 없다면 아무도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 현실의 두 인물을 하나로 합친 복합적 캐릭터는 소설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건 한명만 들이 파면 미안하니까 즐겨 쓰는 방법이란다)

- 여성독자를 겨냥한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처럼)

- 독자를 파악하고 그들이 경험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공하라. 마가렛 미첼은 여성독자의 심리를 이용했다.
 
(드라마 작가들이 자주 이용하는 심리가 아닐까)

 


 

 

3. 주제

 

 

 

   주제는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더라도 본격적으로 써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떤 소설은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소설이 있고 반대로 너무 주입식으로 강조하는 소설을 만날 때도 있다. (고구려 같은 소설은 너무 가르치려 드니까 어떤 부분 웃기는 것 같기도..) 또 세간에 알려진 주제와 내가 느끼는 주제가 틀릴 때도 있었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결론이 다른 소설이 더 의미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큰 주제 안에서의 다양성이 아니라 아예 큰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희망적으로 받아들인 사실은 줄거리가 단순해도 충분히 더 주제적(?) 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바로 조지 오웰의 경우 서사의 복잡함보다는 단순한 스토리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 철학적 개념을 더 자세히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 주제는 구조의 결함을 고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 주제를 뒷받침하거나 구현하는 사건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라.

- 주요 모티프와 주제, 상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4. 서사 및 구성(내러티브)

 

 

 

   18, 19세기 소설가들의 소설 구성 방식이 오늘날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마치 우리 때와는 다른 책을 가지고 영어공부를 해도 결국 말하고 듣고 쓰고 읽어야 하는 문제인 것과 같은 이치인 듯하다. 이 책에서는 누구는 발음이 좋았고 누구는 독해가 좋았고 누구는 작문이 좋았다고 구분했다. 작가로 보자면 간결한 문체를 가진 최초의 거장 서머싯 몸 같은 작가도 있고 단어를 아끼고 압축된 글을 쓴 헤밍웨이도 있고 반대로 복잡하고 장황한 글의 포크너도 있다. 이들 중 누가 정답이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한들 어느 한가지의 답만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작가들의 재능이나 매력은 곧 결함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치명적 단점이 그 작가의 개성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거장들은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 그래서 무슨 공식처럼 그들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똑같이 나도 중요하리라는 법은 없다. 언어의 아름다움에 매달린 로렌스도 똑같은 소재로 다섯 번 이상 다른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문제는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발전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정보를 꼭꼭 숨겨두는 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하라.

-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기대하는 데에서 나아가 근심하고 걱정하도록 만들어라. 위험에 처한 인물의 사건 
  해결이 고의적으로 지연되게 하라.

- 복수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도록 독자에게 위험을 환기시키고 반복을 통해 불안을 지속시켜라.

- 연애와 사랑을 다루는 소설에서는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 중요한 정보는 반복한다.

-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인물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는 통합적 기교는 서사를 풍부하게 한다.

- 전조를 소설 곳곳에 12개 정도 흘려 놓는다.
 
(12개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른다.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다. 독자가 기억하는 건 모두가 아닐 것이기 때문일까...)

- 고요함과 격렬함의 교차, 빠른 행동과 느린 설명의 교차, 보폭의 변화로 완급을 조절하라.

- 미래에 벌어질 사건을 광고하고 약속하라

- 뜻밖의 사건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개연성을 확보하라.

  (개연성을 확보하지 않는 불친절한 소설이 많아졌다.)

- 만약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면 주인공의 로맨스로 보편성을 확보하라.

- 소설과 독자 간의 심리적 거리를 단계적으로 좁혀라. 명예롭던 캐릭터가 불명예스러운 존재로 하락할 때 중간
  과정을 충분히 겪도록 하라.

 

 

 

 

5. 결말

 

 

 

   의심 없이 결말은 소설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떤 소설을 기억할 때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소설은 나중에도 결국 희미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분명하게 기억되는 결말이 많지 않았다...) 흥미로왔던 건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의 절정과 결말을 정해놓지 않고 소설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등장인물의 망령’이라고도 하는데 흔히들 인물이 소설 속에서 발이 달린 말처럼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고 줄거리를 구성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록 처음이었지만 나 역시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결말이 결정지어졌기 때문에 이 역시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확실한 결말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것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단편의 경우 더욱 결말을 결말짓는 작업이 힘들다는 생각이다. 결말을 구상할 때 고려해야 할 사실 중에 독자는 결말에서 놀라움과 발견을 즐기는 경향이 있으며 이야기 마지막 순간에는 대체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겉멋을 부린다든지 갑자기 시를 차용한다든지 해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 무엇보다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기 위해 작가가 사용해야 할 무기의 하나라는 것이다.

 

 


- 울림이 있는 결말은 주제를 반복하거나 다시 환기시킨다.

- 기분 좋은 울림을 주기 원한다면 ‘그러나’보다 ‘그리고’로 마무리 하는 게 낫다.

   (바꿔 생각하면 ‘그러나’는 비극이나 불쾌한 결말이 아닐까...)

- 결말에서 서로 다른 가치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을 느낀다.

- 앞선 이야기에서 미묘한 암시를 흘려 결말을 예고하라.

 

 

 

 

6. 인물

 

 

 

   책에선 어떤 작가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든 부분을 이야기 할 때 인물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인물은 소설의 핵심이고 작법에 있어 메인이다. 가장 예문과 구체적인 팁들이 많아 정리하기도 힘들었다.

 

 


- 등장인물에는 약점과 결함을 부여하여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도록 하라.

- 등장인물끼리 서로 궁금하도록 만들어라

- 지나치게 인물을 완벽하게 묘사하면 현실감이 떨어진다.

-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척점 상에 놓인 상대적 인물을 그려라

- 등장인물이 자신의 세계에 눈을 뜨는 시점, ‘깨달음의 순간’이 일어나는 지점, 즉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에 정성을 들여라

- 등장인물의 정서적 상태를 드러낼 때에는 감정이 실린 언어를 사용하라.

- 특정인물에 대한 명쾌한 단정보다는 모호한 암시로 관심을 이끌어라.

- 반그림자 접근법이 제공하는 불확실성이 역설적으로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든다. 오해가 충격적 이해로 바뀌
  기 때문이다. 특히 악당은 불확실한 묘사로 더욱 악의가 강렬해진다.
- 단짝 캐릭터를 사용하면 중심인물이 한명 일 때보다 더 심리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비교와 대조를 통해 주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 인물의 지배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라

-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으로 인물을 밀어 넣고 그 결정이 인물의 인생을 바꿔놓도록 하라.

- 슈퍼 히어로, 괴물(악당), 남성 속에 자리잡은 여성성(amima), 조력자(helper)등 전형을 잘 사용하라.

 

 

 

 

7. 세부사항(묘사, 배경, 화법)

 

 

 

   작법에 있어 디테일한 원칙들은 작가의 취향과 작품의 성격과 관계한다.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며 제시했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쉬웠으나 그 작품이 아닌 경우엔 예외적 상황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세부사항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 묘사 > 

 

- 장면전환의 대가는 도스토예프스끼이다. 한 인물의 마음에서 다른 인물의 마음으로 이동하면 장면전환을 입체
  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 장소의 빠른 전환과 더불어 정서적 요소를 추가하라.

-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의 외모와 심리상태를 극적으로 묘사하라.

- 등장인물에 매력적인 이름을 짓는다.

- 인물의 지배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라

- 오감을 자극하고 쾌락을 상상하도록 하여 대리만족 하게 하라.

- 고급음식, 고급차, 고급술, 고급 옷을 자세하게 묘사하라.

- 사치스러움, 상류사회의 삶, 신체의 안락함과 관련된 세부묘사에 공을 들여라

- 인물의 외모를 묘사할 때 풍자를 섞어서 핵심만 짧게 묘사하라.

 

 

< 상징 및 배경 >

 

- 공간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면 문학적 색깔이 강화된다.

- 입고 있는 옷, 살고 있는 집, 먹는 음식으로 신분을 암시하라.

- 더 깊이 있는 소설을 구성하려면 이야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포크너는 입체적인 배경의 대가였다.

- 설득력 있는 소설의 배경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전쟁이나 사건 배경에 대한 느낌과 감상
  을 대화 속에 삽입하라.

-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시각적 생각을 발전시키라.

- 낯선 공간으로 이동할 때에 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작한다.

 

 

< 화법(관점) >

 

 

- 정신적 혼란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먼 과거, 가까운 과거, 현재의 시점을 섞어서 다중시간대를 서술하면 생각
  이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 주인공을 억압하는 의식의 흐름은 꿈을 통해서도 보여주어라

- 1인칭 화자의 경우엔 자신의 병약함을 인정하는 서술을 하라.

- 주인공과 멀고 객관적인 곳에서 가깝고 개인적인 곳으로 접근하라.

- 아무 이유 없이 농담을 하지 말고 진지한 유머로 웃음을 유발하라

- 등장인물의 머리와 마음속에 떠오를 법한 단어나 구절을 찾고 빌려서 말하라. 등장인물이 하는 말과 생각을 비
  롯해 마음속의 느낌까지 전달하는 자유간접화법을 구사하라.

- 수치, 분노, 불안, 추락, 동요, 모욕과 같은 주인공의 감정을 머릿속까지 파고들어 밖으로 꺼내어 보여라

- 인물의 마음속 의식의 흐름과 감정을 폭로하라.

- 주인공을 부드럽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만들어라. 그 옆에 바짝 붙어서 고통을 낱낱이 
  파헤쳐 전달하라.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대부분 은둔하며 글을 썼다.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썼다. 포크너 같은 작가는 독자를 잊어버리고 오직 작가 자신을 위해 글을 썼을 때 최고의 작품이 나오는 것이라 주장한다. 미리부터 독자의 반응이나 평가에 대한 걱정으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독자를 무시하는 작가도 있고 독자를 배려하는 작가도 있다. 나는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게 될까... 내일은 처음으로 내가 쓴 소설을 평가 받는 날이다. (완성은 아니고 도입부 100매지만 이렇게 떨릴 수가...) 가능성과 용기만으로 글이 되지 않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사실 어떠한 비판에도 충격을 받지 않고자 이런 책을 다시 펼쳐들고 악착같이 정리까지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라고 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뒤돌아 말하고 싶어 이렇게 다독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시 다시 시작하게 될 때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읽고 나면 더 야무진 마음이 생길지... 부디 포기만 하지 말기를 남몰래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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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2-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거 오래 전에 읽으신 줄 아는데 리뷰는 이제 썼군요.
이책 나름 유익하고 재밌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다 읽지를 못했어요.ㅠ
좋긴한데 리뷰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정리를 아주 잘 하셨습니다.^^

굿바이 2011-12-2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이 글 몇 번을 읽어도 신나서...늦었습니다 ㅜㅜ (저녁으로 약속을 옮겼어요)
소설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간 조금 읽어 본 한사람님의 글로 감히 짐작하면
미셀 트루니에,같은 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그저 느낌입니다 :) 싫어하는 작가라면 죄송해요~
그나저나 꼼꼼하게 정리하신 내용을 보면서
저 같은 사람은 포기하기 잘했다 싶습니다. 잘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어서 어찌나 즐거운지요 orz

2011-12-24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1-12-26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이 모범이 되는 그 두려움이라니요. 울림이 꽤 크네요. ㅠ
포기만 말자는 다짐이 한단계의 심사통과로 돌아와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잘은 몰라서 도대체 몇단계를 거쳐야 최종통과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축하드려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