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이 생각날까봐 도망갔습니다.
경쟁에 너그러워지려 고개를 돌렸습니다.
길이 좋았습니다.
빛은 눈부셨습니다.
옅은 파도가 두려웠습니다.
절벽까지 떠밀려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들은 끄덕없어 보였고 사람들은 목적지가 뚜렷해 보였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멈추면 바보같이 눈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늘아래 오른쪽엔 비가 흩날리고 왼쪽엔 말들이 평화를 머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조금이라도 미움을 버리고 촉촉한 것들만 채워졌다고 믿고 싶습니다.
어머닌 봄을 나지 못해 그렇게도 떠나곤 했습니다.
오월은 가정이나 가족, 부모님이 중요한 달이겠죠.
남들이 중요한 것이 내게는 그렇지 않아질 때
세상은 얼마나 낯설던가요
지난 일년동안 책만 읽고 글만 쓰던 머리를 박치기 하고 왔어요
바닷물에 정신차리고
기암절벽에 눈을 질끔 감았습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빗물어린 꽃내음, 그 싱싱한 초록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