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함께 살기 - 우리시대 우직한 바보 최종규가 선택한 즐거운 불편
최종규 지음 / 달팽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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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따뜻한 책을 받아보았다. 가장 읽기 편하게 보이는 책부터 골라본다. 책 제목만 보고 '자전거 여행기'라 짐작했다. 읽다보니 자전거와 함께 산 이 년동안 이야기였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부터 책을 나르며 충주에서 서울로 나들이 한 이야기, 여기저기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야기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아찔한 순간 나도 함께 욕하며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갈때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읽었다.

 

 얼마 전 결혼한지 세 해째가 되는 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후회한 적은 별로 없는데 하나 있다면 마음껏 여행을 못가본게 걸린다. 내가 딛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군대를 마치고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기차를 타고 걸어다니며 여행했을때가 생각난다. 내가 모르는 곳을 찾아다니는 기쁨이 참 좋다. 그러다 내가 할 일이 생기고 바뻐지며 그런 여행을 다시 가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제주도 자전거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론가 며칠만 훌훌 떠나는 꿈을 꿔본다. 아이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이 책은 여행이야기가 아니다. 자전거로 삶을 붙잡고 살아간 이야기다. 책에도 땀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달렸던 이야기다. 자전거로 충주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것도 책을 잔뜩 싣고서 말이다. 가까운 동네가 아니고 차로도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간다니.

 

"두 손을 쓰는 즐거움, 두 발로 움직일 수 있는 즐거움, 온몸으로 짜릿하게 맛보는 즐거움이 비로소 우리 세상을 알차고 밝게 가꾸는 밑거름이 된다고 느낀다. ... 자전거 타기로 모든 일이 풀어지지는 않으나, 자전거를 타는 우리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면, 얼마든지 차근차근 자기 자신부터 고쳐 나갈 수 있고, 내 이웃, 우리 식구, 내 동무들, 우리 마을과 일터를 조금씩 밝고 아름다운 길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234~235쪽)

 

 몸으로 살아가는 삶.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누리사랑방에서 책지은이가 손빨래를 하며 쓴 일기를 보고 빨래를 손수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때 대답은 이러했다. "빨래는 옛날부터 누구나 손으로 했을 뿐이에요. 그뿐입니다. 삶을 손으로 짓듯이 빨래도 손으로 하지요~"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자전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전거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학원 가는길은 꼭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쉬며 끌고 가기도 했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붙어 나중에는 한숨에 넘어가곤 했다. 힘들게 올라도 내리막이 있으니 힘을 낼만 했다. 그 오르막만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는 곳까지 편히 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가 편한 내리막이 온다는 쉽지 않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고 더 커서는 자동차를 사며 자전거와 멀어졌다. 빨리, 더 빨리 가려고만 했다.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고 가는 곳만 중요했다. 요즘 아내가 운전을 하며 주변을 가끔 돌아보기는 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며 갔던 자전거 느낌은 사라져버렸다.

 

"아직은 게으름을 이기고 있기에 자전거를 탄다." (219쪽)

 

 자꾸 몸이 편해지려고만 한다.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페달을 묵직하게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오래간만에 다시 가져볼까? 벌써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2015.03.0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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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3-03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온 식구가 함께 조촐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요.
예전에 못 했으면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요~ ^^

나중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 삶을 누려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사랑을 물려받으리라 생각해요~

민들레처럼 2015-03-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새로운 마음을 깨닫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학교에서 쓰는 말을 살펴봅니다. 우선 학교(學校)라는 말도 한자어지요. 그래도 학교는 깊숙이 자리잡힌 말이라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각종 연수회에서는 배움터, 배움마당 이런 말들을 쓰기도 합니다.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워크숍 개최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배움마당열림

*2014학년도 하계 교육과정 연찬회(硏鑽會) 2014학년도 여름 교육과정 배움마당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연수회(硏修會)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배움마당

 

워크샵은 전문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살피는 모임, 연찬회 및 연수회는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을 말합니다. 이는 모두 배움을 일으키는 곳인 배움마당으로 바꿀 수 있지요. 마당은 .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 .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여기서는 뜻으로 씁니다.

 

학교는 부모님들에게 알려야 할 일들이 참 많아요. 늘 이것을 보내면 제대로 갔는지 걱정입니다. 다시 받아야 할 때는 더 걱정이죠.

 

*가정통신문, 안내장(案內狀) 부모님께 드리는 글, 알림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으레 부모님께 편지 한 통은 보내지요. 바쁘다보니 여기 저기 글을 가져와 쓰기도 합니다. 이런 글도 참 많았지요.

 

*만물이 약동하는 새봄을 맞이하여 학부모님 가정에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얼마 전 길을 걷다 돌 틈에 난 새싹을 봤습니다. 이제 봄인가 봅니다. 잘 지내시죠?

 

이렇듯 우리말을 살려 쉽게 읽히는 솔직한 글이 마음을 움직이지요. 알림글보다 더 고민은 생활기록부에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하다 이것 역시 여기 저기 가져와 글을 쓰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런 글들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과학적 탐구력이 우수하며 준법성이 뛰어남 과학 시간에 관찰을 뛰어나게 잘 하며 규칙을 잘 지킴

*바른 생활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으며 책임감이 강해 신뢰를 주고 매사에 명랑한 생활을 하며 급우 간에 인기가 높음 학교에서 바르게 지내며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 믿음을 주고 늘 밝게 지내 동무들이 매우 좋아함

 

늘 쫓겨 서둘러 쓰게 되는 글이지만 아이들 소중한 발자취입니다. 이리 생각하면 글 하나가 달리 보이겠지요. 조금만 애쓰면 더 쉽고 또렷하게 아이들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잘못 쓰는 말버릇이예요. 으뜸 버릇은 차려입니다. 이 말은 일본말 교스케(, 정신차렷)을 그대로 옮긴 것이죠. 일제시대에는 교스케()’라는 일본말로 구령을 붙였고, 해방이후 교스케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기착(氣着)’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다 너무 일본말 같다고 군정청 문교당국은 기착차려로 바꾸도록 공문지시를 내린거죠. 그렇다면 차려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말 교스케를 그대로 옮긴거예요. 우리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며 어디서 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차렷라는 구령 속에는 군대식 억압교육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거죠.

 

*차렷 바로, 바로서요

*부동자세 가만히 있어요

*주목 여기보세요

*집합 모여요. 모입시다.

*기립 일어서요

*착석 앉아요

*정렬 줄 서세요

*원위치 제자리

*일렬횡대 옆으로 한 줄로 서요

*일렬종대 앞으로 한 줄로 서요

 

내가 가장 많이 있고 가까이 있는 곳에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학교(배움터)에서 쓰는 말들을 더 살펴 갈무리 해봐야겠어요.

 

(민들레처럼.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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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까지 어떤 말을 쓰고 살았을까요? 글쓰기회 겨울배움터에서 우리 말 공부를 시작하고 공부하다 우연히 최종규님을 만났습니다. 누리사랑방에서 이오덕 선생님 책 갈무리한 글을 읽었지요. 쉽고 아름답게 읽히는 글에 빠져들었고 깊이 있는 글에 또 한번 놀랐어요. 누리사랑방에 있는 우리말 바로쓰기 글들도 보았지요. 이것 말고도 아이 키우는 이야기, 사진이야기, 헌책방 이야기 등 곳곳에 읽을거리가 많았어요. 하루 아침에 쓴 글은 아니었지요. 아마도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곡차곡 쓰고 모아둔 듯 싶어요. 그도 그랬지요.

 

한 걸음씩입니다. 꼭 한 걸음씩입니다. 아주 더디다고 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좀 느린 듯 보일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아직 모자라거나 엉성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지만 한 걸음씩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70-

 

 나도 한 걸음 내딛어보렵니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을 돌아보고 말결을 천천히 다듬어 보렵니다. 나는 꿈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세상이 더 나아지는데 내가 보탬이 되는거지요. 그런데 내 말투 하나 바꾸지 못하는데 어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거창하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말을 바로 써야겠다는 마음은 크지 않았어요.

 

 요즘 우리말을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딸 소율이와 이야기할 때입니다. 차안에서 늘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만 떼쓰는 딸에게 아내는 김동률 노래를 켜고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야. 이 가수 노래 좋지?”

엄마, 가수가 뭐야?”

, 노래하는 사람.”

, 그렇구나.”

 

 네 살 딸아이에게 어려운 한자말을 쓰면 다시 풀어 말해줘야 합니다. 두 번 이야기 안하려면 아주 쉬운 우리말로 얘기해줘야 하지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말을 쓰면 아이들은 꼭 다시 물어보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가르치미)이기에 쉬운 말을 써야 돼요. 처음에는 어려운 한자말을 자꾸 써야 어휘도 늘고 좋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찌 그리 어려운 말을 쓰려했을까요.

 

 어려운 한자말,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요즘은 처방전을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막 휘갈겨 썼죠. 그런 처방전을 보면 의사가 전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내용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말은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 자랑하는 수단이 아니죠. 한글이 있기 전 어려운 한문을 배운 일부만이 지배층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던 아픈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어요. 말은 못 배운 시골 할머니도 많이 배운 대학 교수도 서로 통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그리해야 서로 더불어 살며 마음이 어우러지는 그런 세상이 되겠죠. 배운 사람, 돈 있는 사람만의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쉬운 우리말을 살려 써야겠어요.

 

 한자말이 우리말을 풍부하게 했다지요. 나도 그리 믿었지만 아닙니다. 되려 한자말은 우리말을 잡아먹었어요. ()이라는 말은 뫼, , 갓이라는 토박이말 셋을 잡아 먹었지요. 어떤 사람은 너절한 말들을 또렷하게 만들었다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런 을 지키는 사람을 갓지기라고도 불렀죠. ‘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를 말하지요.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습니다. ‘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하지요.

 

 옛 우리 조상들은 붉은 빛을 띠는 말이 참 많았어요. 붉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 불그레하다. 발그레하다. 그런데 적색(赤色)이 이 말들을 다 잡아 먹었지요. 우리 겨레의 아주 작은 마음결과 숨결까지 빼앗긴거죠.

 

 촌스럽게 왜 그래. 글로벌 시대에 우리말을 꼭 써야해? 말은 도구일 뿐 편하게 쓰면 되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지요. 영어,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말은 아닙니다. 꼭 써야 할 때 쓰자는 말이예요. 영어와 한자말은 외국사람과 대화할 때 쓰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우리말을 쓰면 되지요. 어렵고 아리송한 한자말 대신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얘기예요. 우리말을 다 잡아 먹은 잘못된 말투를 바로잡자는 것이구요.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말은 우리 겨레의 얼과 혼, 문화가 담겨있어요.

 

 이렇게 우리말을 살려 바로 써야 하는 이유를 써 보았어요. 나도 내 생각이 부족해 글로 적바림해봅니다. 내 삶부터 잘 가꾸고 잘못된 말투부터 배우고 고쳐야 겠어요. 그러면 말결, 삶결도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그리하여 세상도 그리 나아지겠지요.

 

말 한 마디 자그마한 구석을 알뜰히 가구는 동안 우리 삶 모두 알뜰히 가꾸게 되고, 말 한 마디 자그마한 대목이라고 업신여기며 내팽개치면 우리 삶 모두 대충대충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업신여기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35-

 

(민들레처럼.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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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2-2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스스로 배워요.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스스로 배울 수 없어요. 저도 이를 두고두고 느끼면서 깨달아요.

곰곰이 살피면,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도구)이 맞아요. 다만, 생각을 담는 그릇은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엉터리로 쓰면 제대로 `말`을 부리지 못할 테고, 내 생각을 말에 옳게 실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생각을 담는 그릇`인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살펴서 제대로 쓰고 사랑할 때에, 내 생각을 제대로 밝힐 수 있으니, 우리는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룰 때에 비로소 생각도 삶도 제대로 선다고 할 수 있어요.

연장(도구)은 `편하게` 써야 하지 않고 `제대로` 써야 한다고 느껴요. 제대로 쓰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잘` 쓸 테고, 잘 쓰는 모습이 바로 `편하게` 쓰는 모습이 될 테지요. 처음부터 제대로 쓰려 하지 않고 엉성하게 쓰거나 엉터리로 쓰니까, 잘모된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엉터리가 되고 말지 싶어요.

언제나 즐겁게 한 걸음씩 힘차게 내딛으시리라 믿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 보셔요~

저도 아이들한테는 `가수`라는 말은 안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 쓰는데, 큰아이가 이제 여덟 살이다 보니, 동영상에 나오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는 ˝아,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로구나.˝ 하고 알아채더군요 ^^

민들레처럼 2015-02-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대로 써야지요. 제가 아직 아는 게 없어요. 글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지요. 모자란 글과 생각 살펴주셔요. 많은 도움과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즐겁게 이 길 걸어보지요. ^^
 
거꾸로교실 - 진짜 배움으로 가는 길
존 버그만 외 지음, 정찬필 외 옮김, 이혁규 감수 / 에듀니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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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교육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그 흐름은 바로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도 그렇고 거꾸로 교실도 마찬가지다. 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지식의 전달자였다. 그렇게 가르쳤던 이유는 핑계일 수 있지만, 나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교육이 산업사회를 이끈 큰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식은 널리고 넘쳐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때가 왔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닌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일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온 것이다.

 

 전에도 스마트교육, 사이버가정학습 등 많은 교육이 시도됐다. 하지만, 거꾸로교실은 다르다. 거꾸로배움은 교육론도, 교육철학도 아니다. 거꾸로 배움은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적절한 기법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과 마주하는 수업시간을 잘 활용할지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전달위주 수업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고 그 나머지 시간을 수업시간에 개별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으로 쓰는 것이다.

 

"거꾸로교실과 거꾸로배움에서 핵심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74쪽)

 

 그렇다. 거꾸로교실을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딱 막힌 벽을 쾅 하고 부쉈다. 부서진 벽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가기는 쉽지 않다. 여러 문제가 떠오른다. 영상을 안보는 아이들의 문제, 영상을 어떻게 확인할지 문제, 영상을 본 후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문제 등 수도 없다. 문제가 보이고 떠오르는 것은 좋다. 그 문제를 하나씩 고민하다보면 부서진 벽돌이 하나씩 없어질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준비 못한 내 탓, 아이들의 배움의 열정이 부족하다는 아이 탓만 했었다. 그 큰 벽에 부딪치고 부딪쳐 머리만 아팠다.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 그러면 실패가 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140쪽)

 

 유행처럼 번지는 교육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르침에서 배움의 철학으로 바뀌는 교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꼭 가르치고 싶은 내용들은 담뿍 영상으로 담아놓고 나머지 어떻게 아이들이 의미있는 배움을 이끌어낼지 고민하면 된다. 앞 말처럼 빨리, 자주 실패하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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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2-1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서로 즐겁게 배우면 다 이루어지리라 느껴요.
기쁘게 걸어가셔요~

민들레처럼 2015-02-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잘 봤어요. 다음 책 보고 있는데 늘 깨닫고 배웁니다. 요즘 글들도 묶어 책으로 내시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글과 삶...보며 배울께요~^^
 
배달말 가르치기
김수업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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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업 선생님의 두번째 책이다. 찬찬히 공부하며 읽어 시간이 오래 걸린 책이다. 우리말 이야기인줄 알고 고른 책인데 아니다. '국어교육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덕분에 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돌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보다 중고등학교에 맞춰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됐다.

 

 먼저 말이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말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묶어 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새로워지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 것이므로 결국은 말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55쪽)

 

 "사람은 말로써 살아간다. 사랑도 말로써 하고, 싸움도 말로써 하고, 놀이도 말로써 하고, 잔치도 말로써 한다. 교육도 말로써 하고, 정치도...그러므로 말과 삶, 삶과 말은 떨어지루 수 없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다. 말이 고우면 삶이 고와지고, 말이 거칠면 삶이 거칠어진다. 말이 쉬우면 삶이 쉬어서 편안해지고, 말이 어려우면 삶이 어려워 고달파진다. 말이 곧 삶이다." (55~56쪽)

 

 김수업 선생님을 만나뵙고 말씀을 들을때도 우리 겨레 큰 힘을 말하셨다. 중국 황하 유역 청동기 문화보다 우리 청동기 문화가 앞서 있다는 것, 황제에 앞서 불을 쓰게 하고 농사를 가르쳐 중원을 다스린 염제와 신농이 우리 겨레이며, 주나라에 앞서 글자를 만들어 중원 문명의 터전을 닦은 은나라를 세우고 다스린 사람들이 우리 겨레라고 한다. 그런 우리 겨레가 어찌 이리 되었을까? 바로 우리네 느낌과 생각을 제대로 적을 수 있는 글말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우리 글말이 없어 중국 한문을 빌리게 되고 이는 지배 계층의 글말로 자리잡아 우리 겨레의 힘이 쪼개진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지배계층은 아랫사람까지 고루 세상을 이롭게 할 마음이 없었다. 지배체제를 굳건히 지키며 자신들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배달은 우리 겨레를 뜻한다. '배'는 '할아버지'요 '달'은 '빛난다'로 하늘 할아버지의 빛이 천하를 비춘다는 뜻이다. 단군시절에는 '단(檀)'을 '배달'이라 불렀다고 한다. 처음 배달말이 뭘까 싶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어'를 말한다. 국어(國語)는 나라말이라는 뜻이라 중국말도 국어, 영국말도 국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어라고 해야 하나? 북한말은? 그래서 우리 겨레의 말을 아우러 '배달말'이라고 한다. 굳이 '국어'를 '배달말'로 바꿔써야 할까 싶었지만 그 뜻을 살펴보니 마음에 들어온다.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국어'라는 말부터 바꾸는 일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떤 배달말이 있어야 할까?

 

 첫째, 입말과 글말과 전자말이 하나로 어우러 지는 것이다. 온 겨레가 글 쓰듯이 말하고, 말하듯이 글 쓰고, 말하며 글 쓰듯이 보이는 것이 '있어야 할 배달말'의 첫째 모습이다.
 둘째, 토박이말을 배달말의 알맹이로 살려 쓰는 것이다.
 셋째, 사투리와 대중말(표준어)을 함께 일으키고 드높일 일이다. 
 그리고, 쉬운 말, 또렷한 말, 올바른 말, 아름다운 말이다. (103~107쪽)

 

 그런 배달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바로 둘째 길에서 말해주고 있다. 목표(과녁), 내용(속살), 방법(솜씨), 평가로 나누어 국어교육의 길을 찾는다.

 

 먼저 과녁(목표)이다. 국어교육을 왜 할까?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표를 정하고 있다.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국어 활동의 맥락을 고려하여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를 사랑하고 국어 문화를 누리면서 국어의 창의적 발전과 국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

가.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다.
나. 다양한 유형의 담화와 글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생산한다.
다. 국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어 생활을 능동적으로 하는 태도를 기른다.

 

 여기서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는 국어를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도구로서 의미를 넘어 '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어교육의 목표는 배달말(국어)을 더욱 잘 '알게'하고, 더욱 잘 '살게'하는 일이다. 이 속뜻은 지금 알고 있으며 살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국어교육의 목표는 무얼까? 쉽지 않다.

 

 나를 온전히 비추고, 남을 바로 살피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귀, 마음을 닦아 삶을 아름답게 가꾼다.

 

 다음은 속살(내용)이다. 어떤 속살로 가르쳐야 할까? 국가교육과정에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나뉘며 지식, 기능, 태도, 실제 틀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언어사용 목적(정보전달, 설득, 친교 및 정서표현)에 따라 억지로 나눠진다. 이 책에서는 일상국어(말), 예술국어(말꽃)으로 크게 나누고, 다시 삶과 앎으로 나누어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말의 삶'이다.

 

 '말의 삶'을 가르친다는 것은 삶에서 주고 받는 배달말을 더욱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마음을 열고 정신을 차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듣기>

 아름답게 내 생각을 또렷이 말하고 <말하기>

 글말을 바로 읽고(소리읽기) 글말 속의 알맹이를 찾아 받아들이며(뜻읽기)  <읽기>

 말하기를 고스란히 닮아 쓰며 삶을 가꾼다.  <쓰기>

 

 여기에 덧붙여 전자말의 삶이 있다. 전자말은 컴퓨터, 방송 등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뜻한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매체교육을 각 영역별로 쪼개서 넣어놓았다. 갈수록 전자말 삶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보이기(말하면서 쓰는 것): 손전화 예절, 메신저나 블로그(누리사랑방) 글쓰기 등 

 보기(들으면서 읽는 것): 방송 말 듣기, 누리방 글 읽기 등 > 영상, 글 함께 보기 때문에 감각과 활동량이 커짐.

 

 다음은 '말의 앎'이다. 이는 말이 무엇인지 더욱 잘 아는 것이다. 말이 무엇인지 아는 철학,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문법,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지만 국어 얼거리를 알 수 있는 공부를 조금씩 한다. 이는 책에 나온 내용처럼 깊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재미있게 말을 알아가는 속살이 필요할 듯 싶다. 모르는 속살이 많아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다음은 '말꽃의 삶'이다. 말의 의사소통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배달말로 예술을 체험하여 마음을 넉넉하고 따스히 만들어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학 수업이다. 시, 소설, 수필 등으로 갈래를 나눠 가르치는게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갈래가 없이 하나였다고 보는게 맞다. 말꽃의 삶은 다음과 같다.

 

 입말꽃으로 서로 노래하고 이야기하기-옛이야기, 최불암시리즈 등 <말꽃 말하기>

 말꽃 말하기 판에서 재미있게 듣기-연극판, 탈춤판 <말꽃 듣기>

 어떤 작품을 읽게 할까? <말꽃 읽기>

 글말꽃을 스스로 쓰고 읽고 즐기기 <말꽃 쓰기>

 전자말꽃(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인터넷소설 등) 올바르게 드러내고 보기 <말꽃 보이기, 보기>

 

 다음은 '말꽃의 앎'이다. 말꽃을 알고 삶을 알아가며, 사람과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말꽃들을 찬찬히 살피며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다.    

 

 다음은 솜씨(방법)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앞부분은 교사, 교육현실, 교육과정, 교재 등의 어려움을 짚고 있다. 솜씨는 가르치며 부단히 고민하고 바꾸고 만들어가는 부분이다. 크게는 지금 교육과정처럼 의미없이 나눠있는 공부를 큰 덩어리로 묶어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여기에 나온 몇 가지 의미있는 활동을 적어보면

 

 ㄱ. 아이들의 입말을 살펴보기 위해 녹음을 해보고 듣는다.

 ㄴ. 교사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일기쓰기, 책 읽기 등)

 ㄷ. 아이들 삶 속 글과 노래가 곧 말꽃이 된다.

 ㄹ.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한다.

 ㅁ. 놀이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평가다. 견주어 남보다 높이 오르는 것이 값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삶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저마다 갖고 있는 꽃을 어여삐 피우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이다. 지금처럼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평가, 줄세우기 평가가 아닌 속살을 알아보는 평가가 되야 한다. 조금씩 그리 바뀌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요즘 내가 가르쳤던 교과를 하나씩 돌아본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왜 가르쳤는지, 이 교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본다. 이 책을 통해 국어교과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직도 아홉 과목이 남았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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