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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아이처럼 살다’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 전시회였지요. 가보려 하던 참에 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이 모인다고 해서 이때다 싶어 올라갔죠. 온 삶을 아이처럼 살다 가신 세 분 삶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오덕 선생님이 아이들 글 하나 하나를 갈무리해 손수 붙여 만든 책을 보았지요. 삐뚤빼둘 쓴 쪽지 시 하나까지 버리지 않으셨어요.

 

 

 저는 선생이 되기 전까지 존경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늦게 이오덕 선생님을 책으로 만나며 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선생으로 사는 길을 찾았죠. 만나 뵐 수 없지만 이런 저런 궁금한 것도 여쭤보고 따끔한 가르침도 받고 싶어요. 책과 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 이야기라도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예요.

 

 전시회를 둘러보다 이오덕 선생님이 남기신 말이 오래 남아요.

 

 ‘자기 삶은 모든 사람 삶에 이어져야 한다.’

 

 

 사람은 무얼까요? 국어말집(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어요.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보기>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2) 어떤 지역이나 시기에 태어나거나 살고 있거나 살았던 자

보기> 서울 사람, 충남 사람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보기> 사람을 만들다.

4) 인격에서 드러나는 됨됨이나 성질

보기> 사람이 괜찮다.

 

 물론 사람도 ‘동물’이고 ‘짐승’이죠. 그래도 무언가 찜찜해요. 김수업 선생님 ‘우리말은 서럽다.’를 살펴보면 ‘사람’ 뜻풀이가 참 뜻 깊어요(우리말은 서럽다 251~252쪽). ‘사람’에서 ‘ㅏ’만 빼면 ‘삶’이 되죠. 사람의 값어치는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매겨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사람’이라는 낱말은 본디 ‘살다’라는 움직씨(동사)에 ‘ᄋᆞᆷ(암)’이라는 이름씨(명사) 씨끝(어미)이 붙어서 이루어진 이름씨 낱말이예요. 그러니 뜻은 ‘사는 것’ 또는 ‘살아 있는 것’ 곧 ‘삶’이겠죠. 김수업 선생님은 더 나아가 ‘살다’와 ‘알다’라는 두 낱말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어진 것으로 보셨어요.

 

*‘살다’의 줄기 ‘살’ + ‘알다’의 줄기 ‘앎’ → [살+앎], [삶+앎]

 

 ‘삶을 아는 것’이 곧 사람이고, ‘삶을 아는 목숨’이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사는지를 알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어떤 삶이 보람차고 헛된지를 알고, 무엇이 값진 삶이며 무엇이 싸구려 삶인지를 알고서 살아가는 목숨을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말은 서럽다 252쪽)

 

 어찌 보면 ‘사람’은 몸뚱아리만 보면 동물과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마음’과 ‘얼’이 있기 때문이예요. 먼저 ‘마음’은 무엇일까요? 국어말집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요.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보기> 마음이 좋다. 아내는 착한 마음을 가졌다.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보기>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보기> 안 좋은 일을 마음에 담아 두면 병이 된다

4)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보기> 오늘은 날이 추워 도서관에 갈 마음이 없다.

5)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보기>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결혼해라.

6)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好意)의 감정.

보기> 너 저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7)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보기> 마음을 집중해서 공부해라.

 

 뜻풀이가 또렷하지 않아요. ‘우리말은 서럽다’ 책을 보면 그 뜻이 또렷해져요. 김수업 선생님은 마음은 ‘느낌’, ‘생각’, ‘뜻’ 이렇게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씀하세요(우리말은 서럽다. 213~218쪽).

 

 ‘느낌’은 춥고 덥고, 밝고 어둡고, 시끄럽고 고요하고, 쓰고 달고…… 이런 것들이죠. 몸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움직임인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까지도 느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몸’에서 ‘마음’으로 들어가는 첫 겹이며, 다스려지지 않은 채로 어수선한 상태일 수 있어요.

 

 ‘생각’은 마음의 둘째 겹이예요. 생각은 생각(生覺)이라는 한자말로 알고 있는데, 이건 잘못 알고 있는거예요. 생각은 본디부터 우리 토박이말이죠. ‘느낌’보다는 마음 안쪽으로 끌어와 흔들림이 가라앉은 다음 빚어지는 마음의 움직임이예요. 그래서 알고 모르고, 같고 다르고, 맞고 틀리고, 참되고 그르고…… 이런 것을 가려내지요.

 

 ‘뜻’은 ‘느낌’과 ‘생각’을 지나 좀 더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자리잡은 움직임이예요. 바깥 세상을 받아들여 느낌과 생각을 간추린 마음의 셋째 겹이죠. 뜻은 생각과 느낌을 끌고 가요. 뜻이 마음을 끌고 가면 마침내 몸도 끌려가지요. ‘뜻’을 두면 어떤 일도 해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래서 뜻은 마음의 알맹이, 사람의 알맹이인 거죠.

 

 뜻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뜻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이 달라지면 사람의 값어치가 달라지게 마련이므로, 뜻이 사람의 값어치를 매김 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뜻’이 온전하게 세워지려면 먼저 ‘생각’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그보다 더 먼저 ‘느낌’을 제대로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몸 바깥세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바탕에 깔고, 온갖 것을 가늠하고 간추리는 생각의 힘을 갖춘 위에, 굳세고 슬기로운 뜻의 힘을 세우면,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온전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이란 느낌과 생각과 뜻이 골고루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적에 마침내 바람직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말은 서럽다. 218쪽>

 

 책을 다시 보며 한참 생각했어요.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값진 삶인지. ‘사람’은 ‘삶을 아는 것’이라는 ‘뜻’을 다시 새겨봅니다. 우리말 공부가 그냥 국어 맞춤법 공부가 아니라는 걸 또 깨달아요. 다음 글에서는 ‘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2015.5.27.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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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네요. 대학생때는 광주 망월동에 찾아가 참배도 하고 아픈 역사를 생각하며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갈수록 무뎌지는 마음에 씁쓸하고 안타까워요. 오랜만에 누리집에 들어가 영상도 보고 글도 살펴봐요. 대문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사회가 돌아가는 판을 요즘에는 손전화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래서 종이신문을 좀처럼 잡기 어려워요. 주마다 오는 시사잡지라도 보려고 애쓰죠.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 이 ‘등’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등’을 쓰지 않으면 글을 못 쓰겠다 싶죠. 쓴 것 말고 더 있을 때 주로 써요. 저도 많이 쓰지요. 고치려고 해도 잘 안 고쳐져요.

 

 등(等)은 일본사람들이 쓴 한문글자 ‘等’을 그대로 읽고 쓰는거예요. 일본사람들은 ‘나도(など)’라고 자기 말로 읽구요. ‘나도(など)’라는 말은 ‘들’, ‘따위’란 뜻이예요. 이오덕 선생님도 ‘등’은 살아 있는 말이 아니다 라고 하셨지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라고 말하지 “사람 등이 많이 모였다.”라고 말하지 않죠. “봄이 되어 쑥이나 냉이 같은 나물이 많이 돋았다.”라고 말하지 “봄이 되어 쑥이나 냉이 등 나물이 많이 돋았다.”라고 하지 않아요. 둘레 글들을 살펴보며 적바림해봅니다. 글은 ‘우리글 바로쓰기 4’와 ‘시사인 시사잡지(2015.4.4.)’를 살펴보았어요.

 

*프랑스 교사 등 20만 시위 → (들)
*비전향 장기수였던 김명수, 한장호씨 등이 1일 오후 대전시... → (들이)
*검찰은 이 과정에 포스코건설 정동화 전 부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개입한 흔적을 포착하고 이들을 상대로 비자금... → (같은)
*그는 이상득 전 의원,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과 함께 볼리비아를 여섯 차례나 드나들었다. → (들과)
*대선 자금과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의혹은 → (들에)
*사절단에는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서진원 신한은행장 등이 포함돼 있다. → (들이)
*국방·법무·외무·재무·내무 장관 등 그리스 정부 각료가 잇따라 → (같은)
*종친인 이상득 전 의원 등과 돈독한 친분 관계를 맺기도 했다. → (과, 흐름상 빼기)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공 등 이른바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국에 더 많은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 (흐름상 빼기)

 

 쓴 대상보다 많을 경우 ‘들’, ‘~와 같은’을 쓰면 되요. 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버릇처럼 뒤에 붙일 때도 있어요. 마지막 보기에서 보면 다섯 나라를 가리킨 후 뒤에 등을 붙여요. 세 사람을 가리켜 글에 다 썼는데 뒤에 붙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럴 때는 ‘등’을 빼야겠죠. 

 

 ‘등’이라는 말 대신 ‘따위’라는 말을 쓸 수 있어요. 우리가 나쁜 뜻으로만 알고 있지만 원래 뜻은 세 가지 뜻이 있어요. ‘따위’를 붙이면 나쁜 뜻이라는 굳어진 생각은 우리가 ‘따위’를 넓게 쓰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따위>
1. 앞에 나온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보기> 텃밭에 상추, 호박, 고추 따위를 심었다.
2. 앞에 나온 종류의 것들이 나열되었음을 나타내는 말
 <보기>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따위 가전제품들.
3. 앞에 나온 대상을 낮잡거나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
 <보기> 너 같은 놈 따위가 뭘 안다고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냐?

 

*서울시 부시장 3명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 등을 물고 늘어졌다. → (따위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영돈 PD는 → (따위)
*조종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잘 융합시켜야 → (따위)
*텐트 내 난방을 위해 전기장판, 가스난로 등을 사용하게 되는데 → (따위를)
*난방시설 이외도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각종 전기·전자 기기가 즐비하다 → (따위)
*과거 일본 각료들은 “팔굉일우 등의 역사교육을 부활시킬 생각은... → (같은)
*임차료 900만원 외에도...식자재비 960만원 등이 매달 지출되었다. → ( 따위가)
*훈련 중인 군인들이 풀 등으로 위장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 (따위로)

 

 이런 말도 많이 보셨죠? 기타 등등(其他 等等). 한자말 기타(其他)는 ‘그 밖의 또 다른 것’을 뜻하고, 한자말 등등(等等)은 ‘그 밖의 것을 줄임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고 해요. ‘기타 등등’은 ‘그밖에’, ‘이밖에’를 쓰면 되겠죠.

 

*수박, 토마토, 딸기, 기타 등등 → 수박, 토마토, 딸기, 그밖에

 

(2015.05.18.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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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논문 계획서 발표가 있었어요. 논문을 쓰다보면 눈과 마음에 걸리는 글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서론, 이론적 배경, 교육프로그램 설계……서론을 머리말, 이론적 배경을 바탕이론 같이 바꿔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요. 참고논문들, 인용하는 글들도 바꾸기 쉽지 않구요. 연구할 속살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뜻을 잠시 접었죠. 천천히 다시 보며 고쳐봐야겠어요. 쉽지는 않을 듯 하구요. 김수업 교수님도 우리말로 학문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래요.

 

 

 오늘 이야기까지 색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깔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최종규님 답장과 누리사랑방,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들을 살펴봤어요. 먼저 우리가 빛깔을 보며 [진하다, 연하다, 선명하다, 탁하다]라고 하는 말부터 잘 가려 써야겠어요. 우리말을 한자말로 바꾼 말들이죠. 이런 말들도 우리말이 있을까 생각해요. 늘 그렇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어요. 아, 그렇구나. 있구나. 없어서 못 쓰는게 아니고, 몰라서 아니 알아차리지 못해서 못 쓰는 거구나.

 

*진(津)하다 → 짙다.
*연(軟)하다 → 옅다.
*선명(宣明)하다 → 맑다.
*탁(濁)하다 → 흐리다.

 

 빛깔을 보면 짙거나 옅지요. 이런 짙은 빛깔이나 옅은 빛깔을 가를 적에 우리는 흔히 농도(濃度)나 농담(農談)이라는 말을 써요. 지난 글에 마음결, 물결 이야기하며 ‘바탕의 상태나 무늬’가 ‘결’이라고 했죠. 짙거나 옅은 느낌도 ‘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바꿀 수 있겠죠.  

 
*농도(濃度), 농담(農談) → 빛껼

 

 지난 글에 주황(감빛), 연두(옅은 풀빛), 녹색(풀빛), 청록(짙은 풀빛), 남색(쪽빛, 짙은 파랑),  자주(자주빛) 빛깔을 말해보았어요. 이번 글에는 다른 빛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아이가 쓰는 크레파스를 뒤져보니 서른 여섯 가지 빛깔 크레파스가 있어요. 여기에 나온 빛깔을 견주어보며 하나씩 말해볼께요. 최종규님 책과 누리사랑방 글, 국어말집과 누리집들에서 살펴봤어요. 제가 이야기하는 빛깔이 답은 아니예요. 오히려 더 알쏭달쏭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크레파스를 꺼내보세요. 더 뒤죽박죽이랍니다. 찬찬히 빛깔을 하나씩 찾아봅니다.

 

 

 

*빨강 → 핏빛, 알빛(열매빛), 동백꽃빛, 장미꽃빛, 딸기알빛, 앵두알빛, 능금알빛, 말랑감빛(홍시빛깔)
*다홍(주홍) → 짙은 감빛, 단감빛
*귤색 → 옅은 감빛, 귤빛
*연주황 → 살구빛

 

 찾아본 노랑 빛깔 크레파스는 짙은 순으로 보면 개나리색, 노랑, 레몬색, 상아색 순이예요. 레몬색은 원래 맑은 노랑으로 개나리색과 가까운데 크레파스는 옅은 노랑을 띄죠. 잘못 만들어진 것 같아요. 상아색은 아이보리라고 불리기도 해요. 아주 옅은 노랑이죠. 이보다 조금 짙은 베이지, 크림색도 있어요. 노랑을 가운데 두고 이름을 불러도 좋고 꽃과 열매로 이름 붙여도 좋겠어요.

 

*개나리색 → 짙은 노랑, 개나리빛, 유채꽃빛
*노랑 → 노랑, 병아리빛, 민들레꽃빛, 원추리꽃빛
*레몬색 → 맑은 노랑
*상아색 → 흰 노랑
*베이지, 크림색 → 흐린 노랑

 

 

 

 우리가 잘못 쓰는 빛깔 가운데 ‘갈색(褐色)’도 있어요. 영어로는 브라운(brown)이라고 하죠. 국어말집에는 ‘검은 빛을 띤 주홍색’이라고 나와요. 다색(茶色)이라고도 하구요. 한자 ‘褐’은 ‘굵은 베’나 ‘털옷’이나 ‘다색’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무슨 빛깔인지 통 모르겠어요. 이렇게 바꾸어 봅니다.

 

 

*고동색 → 짙은 흙빛, 짙은 밤빛
*갈색 → 흙빛, 밤빛, 도토리빛, 상수리빛, 호두빛, 가을잎빛, 가랑잎빛
*황갈색 → 된장빛
*황토색 → 누런 흙빛

 

 

 

보라, 연보라, 홍매색(핑크), 검정, 회색, 어두운 회색, 금색, 은색은 어떻게 바꿀까요?

 

 

*보라 → 도라지꽃빛, 제비꽃빛
*연보라 → 등나무꽃빛
*홍매색, 분홍색 (핑크) → 꽃잔디빛, 패랭이꽃빛
*검정 → 능금씨빛, 배씨빛, 나팔꽃씨빛, 깨알씨빛, 그림자빛, 그늘빛
*회색 → 잿빛
*어두운 회색 → 짙은 잿빛
*금색 → 금빛
*은색 → 은빛

 

 우리 둘레 수많은 빛깔을 어떻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겠어요. 미술시간 크레파스와 물감이 아닌 이런 아름다운 빛깔을 숲에서 찾아봐야 겠어요. 아름다운 우리말이 담긴 <숲에서 살려낸 우리 말>도 읽어보면 참 좋구요. 최종규님 누리사랑방에 올리신 빛깔 이야기를 보시면 더 자세히 나와 있어요. 꼭 들러보세요.

(2015.05.11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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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5-24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보면, 어른들부터 빛깔을 제대로 모르니
규격에 맞도록 세운 말을 그저
외워서 쓰기만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요즘 네 살 딸아이 크는 재미에 살아요. 이제 제법 말도 주고받고 재롱떠는 모습이 너무 예뻐 이게 사는 기쁨이구나 싶죠. 엊그제 저녁밥상에서 조기반찬을 가리키며 

 

“이건 생선이 아니라 물고기!”

 

 둘레 놀이터에 있는 풀들을 보며

 

“아빠, 이건 녹색이 아니라 풀빛이야.”

 

 이렇게 말해요. 참 귀엽고 흐뭇해요. 예전에 알려줬던 말이 떠올랐나봐요. 아이들은 아직 말이 굳어있지 않죠. 앞으로 아이와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나눠야겠어요. 

 

 저번주에 이어 빛깔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해요. 빛깔 공부를 하다 미술수업시간 배우고 가르쳤던 ‘빛의 삼원색’, ‘색의 삼원색’이 떠올랐어요. 이건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지 고민이 됐죠. 역시 이끔이 선생님이 많은 깨달음을 주셨어요. 답장받은 글을 풀어 이야기해 볼께요.

 

 ‘빛의 삼원색’은 이렇게 바꿀 수 있어요.

 

*빛의 삼원색 → 세 빛살 또는 세 바탕빛살

 

 세 바탕빛살은 바로 ‘빨강, 푸름(풀빛), 파랑’이죠. 빨강은 ‘온 목숨’을 나타낸다고 해요. 빨강을 띠는 것은 ‘피’, ‘열매(알)’이 있어요. 푸름은 ‘풀, 나무, 숲’을 나타내죠. 파랑은 ‘바람, 하늘, 물과 바다’를 나타내요. 이 세 빛살이 가장 많은 빛깔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모두 겹치면 하양이 되죠.

 

 이제 ‘색의 삼원색’을 살펴볼께요. 잠깐 돌아보면 ‘색’은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드러나는 알록달록 모습’이라고 했죠. 그러니 다음과 같이 바꿔야 돼요.

 

*색의 삼원색 → 세 빛깔 또는 세 바탕빛깔

 

 세 바탕빛깔은 바로 ‘빨강, 파랑, 노랑’이죠. 이것 역시 이 세 바탕빛깔을 섞었을 때 가장 많은 빛깔을 만들어내서, 이 세 가지를 바탕빛깔로 정했다고 해요. 빨강은 목숨을 따뜻하게 안는 빛깔이예요. ‘핏빛’이나 ‘열매빛(알빛)’이죠. 파랑은 ‘바람빛’, ‘하늘빛’, ‘물과 바닷빛’이구요. 노랑은 온누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빛깔이죠. ‘햇빛’이나 ‘불빛’이 있어요. 

 

 여기서 잠깐 ‘햇빛’ 이야기를 해볼께요.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이예요.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기운’이죠. 살결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운이예요. 햇살은 ‘해가 내쏘는 줄기’지요. 비슷한 듯 다른 말, 우리 겨레가 생각을 담아온 말들을 보면 참 놀랍고 뿌듯해요.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함께 쓰자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말을 하기보다 우리말을 바로 아는 게 먼저 아닐까요? 햇빛, 햇볕, 햇살을 담아 짧은 글을 써보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죠.

 

*햇빛이 비치는 가을 들판, 나는 따스한 햇볕을 쬐며 서있다. 나락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물웅덩이에 부딪쳐 눈부시게 부서진다.  

 

(2015.05.03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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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쇠에 녹이 슨 색을 녹색으로 알았다. 

그래서 자꾸만 갈색을 녹색이라고 불렀다. 

엄마가 녹색은 초록색이라고 해도

나는 갈색을 녹색으로 믿었다. 

아직도 그렇게 착각할 때가 있다.”  

<착각, 배지훈 시집 '시를 쓰는 아이'에서>


 저는 어렸을 때 ‘파랗다’와 ‘푸르다’가 알쏭달쏭했어요.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노래 있잖아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그래서 ‘푸르다’는 ‘하늘빛’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상했죠. 하늘은 파란데? 말집(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와요. 


*파랗다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푸르다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파랗다’는 ‘푸르다’로 풀이하고, ‘푸르다’는 또 ‘깊은 바다 빛깔’이라고 해요. 새싹이 파란가요? 새싹은 푸르죠. 깊은 바다가 푸른가요? 깊은 바다는 ‘새파랗다’ 아니면 ‘시퍼렇다’라고 해야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말인데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예요. 간혹 푸켓이나 제주도에 푸른빛 바다가 있기도 하죠. 하지만, 흔한 바다빛깔은 파랗거나 새파래요. 푸른 하늘도 있긴 해요. 지구 극쪽에 오로라 현상에서는 가끔 볼 수 있죠. 그래도 우리가 흔히 보는 하늘빛깔은 파랗거나 하늘빛이예요. 푸른 숲, 푸른 나무, 푸른 풀이고, 파란 하늘, 파란 바다예요.


 어느 날 네 살 딸아이가 물어봐요. 


 “아빠, 이건 무슨 색이야?”

 “응, 이건 초록색이야.”


 지금까지 썼던 말이예요.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로 칠하면서 썼던 말들이죠. 문득 아이가 물어본 말과 위 시가 떠오르면서 ‘색(色)’이 우리말일까 싶었어요. 우리말 이끄미 최종규님께 전자편지도 보내고, 둘레 이야기도 모아봤지요. 답장을 받고 깨달았어요. 색(色)도 우리말이 아니구나. 그래서 몇 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색(色)’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먼저 ‘색’을 말집(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요. 


 색(色)

  (1)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강,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 화려한 색 / 색이 선명한 옷감

  (2) 같은 부류가 가지고 있는 동질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말 → 그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색이 다르다

  (3) 색정이나 여색, 색사(色事) 따위를 뜻하는 말 → 색에 빠지다

  (4) [불교] 물질적인 형체가 있는 모든 존재

  (5)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색깔’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딸기색 / 바이올렛색


 여기서 뜻은 (1)이겠죠. 색(色)은 ‘빛’에서 나온 말이예요. 중국글자말로 ‘빛-색’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색(色)은 우리말로 ‘빛’이라고 해야겠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해가 뜨면서 빛이 반사되서 보이는거예요. 빨간색, 무슨 색깔이야? 이런 말들은 다 우리말이 아닌거죠. 색연필, 색종이, 색도화지, 색실 이런 말들도 빛연필, 빛종이, 빛도화지, 빛실 이렇게 써야돼요. ‘이런 말까지 바꿔야 돼?’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먼저 바로 알고 써야할 것 같아요. 어찌보면 어른들 머리에만 자리잡힌 말이지 않을까요? 빛에서 나온 말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아요. 


ㄱ. 빛

- 우리가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를 말하죠. 해에서 나와요. 

ㄴ. 빛깔

- 빛을 받으면서 드러나는 알록달록한 모습을 말해요. ~깔은 모습, 상태, 바탕(꼴)을 뜻해요. 맛깔, 때깔이라는 말도 있죠. 

ㄷ. 빛살

- 빛이 흐르는 줄기를 뜻해요. 화살, 물살, 햇살이라는 말도 아시죠?


*이 꽃은 무슨 색깔이야? → 이 꽃은 무슨 빛깔이야?

*색연필, 색종이, 색도화지, 색실 → 빛연필, 빛종이, 빛도화지, 빛실


 이렇게 써야겠어요. 그럼 우리가 쓰는 빛깔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빛깔을 알려줘야 할까요? 빨주노초파남보! 이 말은 맞는 말일까? 너무 궁금하고 답답했어요. 이 궁금증도 이끄미님이 풀어주셨어요.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KS(한국산업규격)에서 색표시법으로 먼셀 표색계를 채택하고 있더라구요. 다음 열 가지 빛깔을 보여줘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빨강, 주황, 노랑, 연두, 녹색,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


 여기서 우리말은 무엇일까요?

 빨강, 노랑, 파랑, 보라는 우리말이예요. ‘빨강’도 말집을 찾아보면 ‘빨간 빛깔’로 나와있어요. 그러니 다음과 같이 써야 겠죠. 


*이 꽃은 빨간색이야. → 이 꽃은 빨간 빛깔이야. (또는 이 꽃은 빨강이야. 앵두빛이야.)  


 주황(朱黃)은 붉을주, 누를황으로 ‘붉고 노란 빛깔’이라는 중국글자말이예요. 연두(軟豆)는 연할연, 콩두로 ‘연한 콩 빛깔’을 뜻하지요. 녹색(綠色)은 풀빛녹, 빛색으로 ‘풀 빛깔’을 뜻해요. 청록(靑綠)은 푸를청, 풀빛록으로 ‘푸르고 풀빛이 나는 빛깔’을 말하죠. 남색(藍色)은 쪽람, 빛색으로 ‘쪽 빛깔’을 뜻하구요. 자주(紫朱)는 자주빛자, 붉을주로 ‘자주빛깔’을 말해요. 


 아이들에게 이 빛깔들은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빨강, 노랑, 파랑, 보라, 하양은 그대로 쓰구요. 


*주황(朱黃) → 감빛

*연두(軟豆) → 옅은 풀빛

*녹색(綠色) → 풀빛

*청록(靑綠) → 짙은 풀빛

*남색(藍色) → 쪽빛 또는 짙은 파랑

*자주(紫朱) → 자주빛


 더 생각해볼 것은 이런 빛깔을 우리 아이들은(저도 그렇구요) 책이나 수업시간, 물감과 크레파스에서만 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런 색상환에 얽매여 있는거죠. 얼마든지 숲에서 꽃에서 여러 빛깔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감빛이 귤빛이 될 수 있고, 동자꽃빛이 될 수도 있겠죠. 감빛도 이 감나무 빛깔과 저 감나무 빛깔이 모두 다르구요. 미술시간 교실을 떠나 숲과 나무를 찾아 저마다 다른 빛깔을 찾아보는 일도 참 좋겠어요.    


(2015.04.26.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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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2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깔...너무 예쁜 말입니다~ 빛깔을 나타내는 말이 요즘 온통 영어로 된 말들 뿐이라 헷갈리기도 하고 무슨 빛깔인지 모르겠던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좋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그레이, 네이비, 마샬라, 인디고... 가끔 그레이가 우리말로 뭐지? 이런다니까요ㅠㅠ

민들레처럼 2015-04-27 10: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레이보다는 잿빛하면 참 이쁘죠. 우리말에는 우리 삶과 얼이 담겨 있지요. 늘 살펴보고 말삶을 즐거이 가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