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 살 딸아이 크는 재미에 살아요. 이제 제법 말도 주고받고 재롱떠는 모습이 너무 예뻐 이게 사는 기쁨이구나 싶죠. 엊그제 저녁밥상에서 조기반찬을 가리키며 

 

“이건 생선이 아니라 물고기!”

 

 둘레 놀이터에 있는 풀들을 보며

 

“아빠, 이건 녹색이 아니라 풀빛이야.”

 

 이렇게 말해요. 참 귀엽고 흐뭇해요. 예전에 알려줬던 말이 떠올랐나봐요. 아이들은 아직 말이 굳어있지 않죠. 앞으로 아이와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나눠야겠어요. 

 

 저번주에 이어 빛깔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해요. 빛깔 공부를 하다 미술수업시간 배우고 가르쳤던 ‘빛의 삼원색’, ‘색의 삼원색’이 떠올랐어요. 이건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지 고민이 됐죠. 역시 이끔이 선생님이 많은 깨달음을 주셨어요. 답장받은 글을 풀어 이야기해 볼께요.

 

 ‘빛의 삼원색’은 이렇게 바꿀 수 있어요.

 

*빛의 삼원색 → 세 빛살 또는 세 바탕빛살

 

 세 바탕빛살은 바로 ‘빨강, 푸름(풀빛), 파랑’이죠. 빨강은 ‘온 목숨’을 나타낸다고 해요. 빨강을 띠는 것은 ‘피’, ‘열매(알)’이 있어요. 푸름은 ‘풀, 나무, 숲’을 나타내죠. 파랑은 ‘바람, 하늘, 물과 바다’를 나타내요. 이 세 빛살이 가장 많은 빛깔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모두 겹치면 하양이 되죠.

 

 이제 ‘색의 삼원색’을 살펴볼께요. 잠깐 돌아보면 ‘색’은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드러나는 알록달록 모습’이라고 했죠. 그러니 다음과 같이 바꿔야 돼요.

 

*색의 삼원색 → 세 빛깔 또는 세 바탕빛깔

 

 세 바탕빛깔은 바로 ‘빨강, 파랑, 노랑’이죠. 이것 역시 이 세 바탕빛깔을 섞었을 때 가장 많은 빛깔을 만들어내서, 이 세 가지를 바탕빛깔로 정했다고 해요. 빨강은 목숨을 따뜻하게 안는 빛깔이예요. ‘핏빛’이나 ‘열매빛(알빛)’이죠. 파랑은 ‘바람빛’, ‘하늘빛’, ‘물과 바닷빛’이구요. 노랑은 온누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빛깔이죠. ‘햇빛’이나 ‘불빛’이 있어요. 

 

 여기서 잠깐 ‘햇빛’ 이야기를 해볼께요.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이예요.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기운’이죠. 살결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운이예요. 햇살은 ‘해가 내쏘는 줄기’지요. 비슷한 듯 다른 말, 우리 겨레가 생각을 담아온 말들을 보면 참 놀랍고 뿌듯해요.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함께 쓰자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말을 하기보다 우리말을 바로 아는 게 먼저 아닐까요? 햇빛, 햇볕, 햇살을 담아 짧은 글을 써보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죠.

 

*햇빛이 비치는 가을 들판, 나는 따스한 햇볕을 쬐며 서있다. 나락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물웅덩이에 부딪쳐 눈부시게 부서진다.  

 

(2015.05.03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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