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눈썹
손석춘 지음 / 단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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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이 책을 집어든 게 실수였다. 요즘 도끼 선생 챌린지에, 마의 산에 오르는 등 고전 읽기를 하던 차에 문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찾게 되더라. 지난달에 코로나 사태로 다시 도서관이 휴관하기 전에 빌려온 책이 바로 손석춘 작가의 <호랑이 눈썹>이었다. 진보 논객으로 알고 있던 저자의 무려 10번째 소설이란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강연호다. 직업 군인으로 28년을 복무한 연천의 호랑이는 뼛속까지 투철한 반공투사이며, 열혈 태극기 부대원이다. 고희를 넘긴 태극기 전사가 빛고을을 찾는 장면으로 아마 소설은 시작한다. 잠들기 전에 비몽사몽간에 읽다 보니 내용이 오락가락한다. 물론 소설을 읽다 각성되어 밤잠을 설친 건 비밀이 아니다.

 

1948, 그러니까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뒤 태어난 연천의 호랑이는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공산주의자들에게 핍박을 받아 돌아가신 조상님의 자랑스러운 후손이었다. 다만, 부모님의 부재로 할머니 손에 키워져야 했다. 대학에 가서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강연호는 집안 사정으로 진학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미국은 멀리 베트남에서 통킹만 사건으로 본격적으로 월남전에 개입하게 되었고, 군인 독재자가 집권하고 있던 한국에서도 혈맹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려 3개 부대를 파견하게 되었다.

 

아무런 배움도 가진 것도 없던 연천의 호랑이는 기회의 땅 월남으로 가, 조국에도 봉사하고 돈도 벌어 오겠다는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월남행 배에 오른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전쟁이었다. 베트남에서 청년 연호는 미친 맹호로 변신한다. 살인과 폭행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양민과 게릴라를 구분하는 건 청년 병사들에게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베트남은 연호에게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존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의 첫 번째 살인은 트라우마가 되어 그림자처럼 그를 쫓기 시작한다.

 

하루에 2명씩 전사자가 나왔다는 죽음의 땅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귀국선에 탄 연호를 기다리고 있던 운명은 가혹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자신이 애써 번 돈은 대처에 사는 고모가 모두 가로채 버렸다. 월남에서 리설 웨폰이 되어 돌아온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직업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연호는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정희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가 싶었으나 그것 또한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아내에게 살짝 드러냈지만, 정희는 전쟁터에서 다 그럴 수 있지 않았냐며 적당하게 봉합한다. 연호의 자기기만적 삶이 시작되는 게 바로 이 순간이었던가. 그러면서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된 연호는 두 번째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가정을 멀리하고 자신을 혹독하게 만들기 위해 특전사에 자원해서 11공수의 유능한 부사관이 되었다. 삼십대 초반의 강연호가 치른 두 번째 전쟁은 19805월의 빛고을이었다. 손석춘 작가는 그동안 이러저러한 채널로 널리 알려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뜨거웠던 그해 5월의 광주를 가해자의 시선에서 재구성한다. 첫 번째 전쟁에서도 그렇지만 두 번째 전쟁 역시 연천의 호랑이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겨 주었다. 그나마 월남에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의 전쟁이었다면, 이번에는 자기와 같은 말을 쓰는 동족을 상대로 한 그런 전쟁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증인처럼 연호는 역사의 현장에 머물렀다. 연호가 가해자의 입장이었다면, 그의 아내 정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공고해 보이던 유신정권이 무너지자, 누구나 민주주의의 봄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두환과 노태우로 대변되는 신군부 세력을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저항에 나선 빛고을 시민들을 무차별 진압에 나선다. 그리고 그 때 동원된 사람이 바로 연천의 호랑이였다. 그나마 양심을 가지고 있던 연호는 개인적 복수와 무고한 양민들을 조준 사격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신이 모시던 대대장들이 연달아 감옥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좋았던 시절이 끝났음을 깨달은 연호는 28년 동안의 기나긴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 한탄강으로 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연천의 호랑이가 전쟁터에서 치른 업보의 대가는 혹독했다. 우선 포천 부잣집으로 시집간 지혜가 IMF의 여파로 집안이 거덜 난 신랑 신증산의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서울에 나가 성공한 아들 지만은 광화문에 있는 어느 신문사에 취직해 시골의 가족을 등진다. 딸 지혜가 남긴 손주들인 강산과 슬기 키우던 중 비보가 날아들고, 생모가 남긴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연천의 호랑이는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 휩싸이게 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참전하게 된 세 번째 전쟁은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그런 전쟁이었다.

 

더 상세한 디테일도 많지만, 조국 근대화에 있어 그 누구보다 희생한 세대이지만 정당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게 강연호로 대변되는 세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그의 말대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베트남의 밀림에서 소총을 들고 적군과 싸우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문에 투신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역사의 혹독한 재평가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방에서 편안하게 있던 이들이 조국 근대화의 과실을 독점했다는 울분이 치솟아 오른다. 서북청년단이었던 자기 아버지에 대한 삶이 가짜 뉴스 생산에 부역한 아들 지만의 그것과 묘하게 공명을 이룬다는 지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나마 강연호 할아버지는 생떼 같은 손자가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죽게 되자 비로소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자아 철민과 유일하게 남은 혈육 슬기의 도움으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극복에 나서는 장면으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소설 <호랑이 눈썹>은 역사적 사실을 질료로 삼아 잘 만든 소설이 틀림없다. 하지만 강연호라는 주인공이 감당해야 하는 역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집안의 사람들도 이렇게 화합하지 못하는 마당에,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지닌 이들이 화합을 이루며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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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다.

 

코로나 광풍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에서 벌어진 맥주 사재기 풍경은 또 색달랐다. 세계인들의 삶의 모습은 그만큼이나 다양하다는 방증이겠지 싶다.

 

건강한 거리두기에는 예외가 없다. 우리만 하더라도 5월 연휴를 앞두고 수그러들던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2020년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아닌가 말이다. 내수진작 소비촉진을 위해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가 재난지원금까지 등장했다.

 

인스타에 보면 자가격리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각종 짤들이 넘쳐흐른다.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지만, 그냥 귀찮더라. 아이디어 도출, 세팅 그리고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런 짤들을 생산해낸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을 다해 촬영에 임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넘쳐 나다 보니 책을 따로 살 걱정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그동안 샀지만 읽지는 않고 째려 보곤만 있던 녀석들을 책장에서 소환해냈다. 그리고 벽돌책들을 하나씩 깨고 있는 중이다.

 

멕시코 맥주 사재기 열풍을 이야기하다 또 삼천포로 새 버렸다. 내가 그렇지 뭘. 그동안 멕시코가 전세계 맥주 생산의 27%나 차지한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이웃 동네에서 금주령 타령을 할 때마다 남쪽 이웃들은 엄청난 생산력으로 북쪽의 양키들에게 젖과 꿀을 공급해 주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맥주 생산마저 멈추면서 메히코 사람들이 대환장 파티가 시작됐다. 모두가 집안에 갇혀 있게 되면서 맥주 소비가 그야말로 스카이로켓처럼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나. 우리에게 마스크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서 수요가 달리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짭이었다. 식용 대체할 수 있는 에탄올 대신 공업용 메탄올을 사용한 밀주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밀주 스캔들로 사망한 사람이 자그마치 189명이나 된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존재의 소멸 앞에서 실명이나 식물인간 같은 부작용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이게 21세기 대명천지에 가능한 이야기란 말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61일부터 맥주 생산 금지가 풀리고, 코로나 맥주를 필두로 한 맥주생산이 재개되면서 밀주 스캔들 때문에 발생하는 사망자수도 없어져 버렸다. 그동안 멕시코의 확진자수는 14만 명, 사망자는 17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불과 두 달 만에 189명이나 밀주를 마시고 죽었다고 하니,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비극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 왜 시아시된 맥주가 마시고 싶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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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16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을 그다지 즐겨하지는 않는데 맥주 거품을 보면
그게 참 맛있어 보이더라구요. 막상 먹으면 별론데...
맥주는 역시 거품이죠!!^^

레삭매냐 2020-06-17 10:45   좋아요 1 | URL
어제 기사를 보고 나니 왤케
션한 맥쥬 생각이 나던지요.

살얼음맥주는 역전 할머니
맥주가 가히 최고라고 하는군요 ㅋㅋ
 

 


6월의 어느 날, 나는 토마스 만이 만든 마의 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도대체 언제 샀는지도 모를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서 책으로 가득한 책방을 뒤졌다. 그리고 의외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마의 산>1924년 토마스 만이 세 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그는 평생 모두 6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이 작품을 쓰는데 무려 12년이나 걸렸다고.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1번을 장식한 토마스 만 샘의 책은 1편만 653쪽이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 카라마조프는 읽었는데 하는 만용으로 나는 마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읽기 전에 대략적인 워밍업을 시작했고, 자기 전에 독서에 돌입했다.

23세의 한스 카스토르프가 스위스 다보스 베르크호프 결핵요양원에 입원한 사촌 요아힘 침센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만 샘은 시간에 대한 오묘한 설파를 서문에 공개했더랬지. 시간소설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어쨌든 나의 2020년은 고전의 해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구나.

 

그나저나 도끼 샘의 <죄와 벌> 재독은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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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죄와 벌>을 다 읽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어제 시작한 토마스 만의 <마의 산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인스타인지 어느 SNS에서 빡센 등정이라는 <마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그렇다면 나도하는 마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내가 1,300쪽이 훨씬 넘어가는 대작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이미 한 번 읽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망했다지자그마치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1권의 당당한 타이틀이라는 점에서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그런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는 모름지기 자족적인 취미가 아닐 수 없다게다가 다른 취미활동에 비해 돈도 적게 든다가성비는 훨씬 더 좋다그렇다고 돈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다독서를 위한 근육이 필요하다어떤 지루함도 이겨낼 수 있는 강단과 쌩가는 기술도 필요하다내 경험에 유추해 보면 책에 나오는 모든 걸 이해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토마스 만 같은 대가가 100년도 더 전에 살면서 피부로 느끼고 또 당대의 모든 것에 대해 능통하지 못하면서 그의 저술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 그 자체일 것이다... 라고 변명하면서 나는 쌩가기 기술로 고전 독파에 나섰다.

 

이번에 <마의 산>도 훌륭하게 등반에 성공하게 된다면 읽다 만 <모비 딕>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20년은 나에게 고전의 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그런 해로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내친 김에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그리고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도 읽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독서기록장] 토마스 만의 <마의 산> 1권 등반 2일차 오전 11:54 현재 47쪽까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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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읽는다.

 

주인공은 23세 한스 카스토르프다사촌 형제 요아힘 침센을 만나러 스위스 다보스 산중에 있는 베르크호프라는 결핵요양소를 3주간 방문할 계획으로 찾는다.

 

청년은 어려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잃었다그리고 자신의 후견인이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어려서부터 그에게 죽음은 멀리 있는 그 무엇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상회를 정리한 돈 40만 마르크는 종조부였던 영사님이 관리해주신다연수익의 2%의 이자를 띠면서 말이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재산 관리자는 그에게 평생 유복하게 살려면 200만 마르크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독일이 제국이던 시절그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기차와 마차를 번갈아 타고 베르크호프에 도착한 한스는 사관후보생 요아힘 침센과 만난다건강 이상으로 이미 반년을 요양원에서 보낸 요하임나이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청춘들에게 6개월이 갖는 의미는 더 크지 않았을까.

 

한스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 다음으로는 한스가 요양원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옆방의 러시아 부부가 방에서 벌이는 상스러운(?) 행동에 청년은 뭐라고 했던가.

 

배에 대한 스케치에 재주를 보였던 한스는 조선기사 시험을 패스하고 엔지니어로 함부르크의 어느 회사에 취업했다지뭐 이 정도가 내가 만난 마의 산의 초반 이야기들이다.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적어 놓아야지.


핑계같지만 어젯밤에는 바빌로프의 위대한 유산에 대한 기록을 읽다 보니 <마의 산>에 조금 소홀했다일단 바빌로프와 그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키려고 했던 종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읽고 나서 <마의 산>에 다시 오를까 어쩔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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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1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년 걸려서 완성한 작품이라면 읽어봐야 할텐데, 제목에서부터 힘겨운 여정을 예고하네요. 마의 산~~~~~

레삭매냐 2020-06-13 09:55   좋아요 0 | URL
상하권해서 1,300쪽이 넘는 지라
읽다가 엎어지지나 않을까 걱정
부터 됩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찬찬히 읽는 것
으로. 근데 이런 책들은 사실 전력
투구해야 하는 시츄라 -

유부만두 2020-06-13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의 병원으로 올라가는 데 까지만 읽다 덮어뒀어요;;;; 옛날 옛적에요. 산은 잘 있나요?

레삭매냐 2020-06-13 11:29   좋아요 0 | URL
7년 짜리 등반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 있다고
하니, 또 한 번 속아서 들이대는 중이
랍니다.

Falstaff 2020-06-13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고딩 2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도서실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읽은 삼중당 문고판, 추억의 책입니다. 너무 오래라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어서, 주인공을 ‘우리의 한스 카스토르프‘라 불렀던 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만, 다시 읽어야 하나, 시방 고민만 열라 하고 있습지요. ㅋㅋㅋ

레삭매냐 2020-06-13 11:30   좋아요 1 | URL
대단하시네요 고딩 시절에 토마스
만을 접하셨군요.

전 그 때 아마 무협지를 읽었지 싶
습니다만.

더운데 빡신 고전을 읽으려니 쉽지
가 않네요. 망하면 더위 탓을 하려
고 작정했습니다.

chika 2020-06-1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오르시고난 후의 감상이 궁금해지네요. 너무 궁금하지만 차마 등정은 못하고 있는지라...^^

레삭매냐 2020-06-13 11:31   좋아요 0 | URL
인스타인지 어느 SNS에선가
등반기를 접하고 나서...

아, 나도 이제 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따라쟁이로 나섰습니다.

타인의 감상으로는 역시나
제 맛이 아니어서 말이죠.

완반에 대해서는 쿨럭.

chika 2020-06-13 11:36   좋아요 2 | URL
오옷, 역시! ^^
저는 다른분의 감상이 그 책을 접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해요. 도대체 어떻길래?라는 걸 획인해보고싶달까. 그러고보니 레삭매냐님처럼 제 맛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똑같은건지도...ㅎ

정상의 기쁨을 누리시길 응원합니다! ^^

레삭매냐 2020-06-13 21:27   좋아요 0 | URL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이번에
사알짝 치트키를 쓰긴 했네요 ㅋㅋ
공감하는 바입니다.

syo 2020-06-13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겁나 재미없었던 기억이....
아 이 책 자체가 마의 산이로구나 하면서 꾸역꾸역 읽었습니다만, 주인공이 한스였다는 것도 레삭매냐님 글 보고 기억이 날 정도네요.

레삭매냐 2020-06-13 21:2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전 이번에 도끼 챌린지를 하면서
<카라마조프>로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그런저럭 넘어
가고 있답니다. 버뜨 어느 순간,
엎어져 버릴 지도 ㅠㅠ

잠자냥 2020-06-13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바로 이 책으로 1권만 두 번 읽었어요. 한 번 읽고 지루해서 멈추고... 몇 년 뒤 다시 읽자해서 또 시작. 또 1권만 읽고 멈춤.... =_= 다시 읽어야 하는데... 이러다 또1권만 세 번째로 읽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ㅋㅋㅋㅋㅋ 암튼 그 덕분에 아직까지 1권은 생생합니다.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6-14 08:43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그리스인 조르바>를
시도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랄까요...

어떤 분은 인생책이라고 할 정도인데
전 그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책이 나
올 때마다 사들여서 너댓권이나 되는
데 완독을 못하고 있네요.

계속 앞부분만 줄창 읽어서 읽을 때
마다 반갑고 뭐 그렇더라는.

고양이라디오 2020-06-22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지루함도 이겨낼 수 있는 강단과 쌩가는 기술도 필요하다.˝

공감합니다. 저는 요즘 독서근육이 많이 약해진 거 같아요ㅠㅠ
 
역사의 끝까지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작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소설을 읽었다. 모든 마지막은 언제나 슬픈가 보다.

 

4년 전 발표된 루이스 세풀베다의 <역사의 끝까지>1994년 발표된 <귀향>의 시퀄이다. 전작에 등장한 후안 벨몬테가 다시 침묵 속에서 소환되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세풀베다 작가를 추모하는 재독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가장 읽어 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결국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못 읽었다. 결국 어제 예전에 써둔 리뷰로 대강의 줄거리를 갈무리했다.

 

이번 <역사의 끝까지>에서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역사의 곳곳에서 반동의 주역이었던 크라스노프 집안의 아타만들이다. 우선 볼셰비키 혁명에 반대하는 백군 지도자였던 카자흐 아타만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크라스노프가 등장한다. 세상에, 그는 레프 트로츠키가 적군을 이끌던 시절의 악당이 아니었던가. 두 번째 세계대전 와중에는 카자흐 독립국가를 약속한 히틀러의 제3제국에 속아 카자흐 기병단을 이끌고 참전하기도 했었다. 그들을 조국의 배신자로 규정한 스탈린에게 카자흐 사람들은 참혹한 보복을 당했다.

 

세풀베다는 북위와 남위의 여러 곳을 넘나들며 시공을 뛰어넘는 대서사시를 구축한다. 볼가강으로 차리친에서 모스크바, 뮌헨 같은 북반구 도시들은 물론이고 남반구에서는 칠레의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느와르 스타일의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가 전개된다. 슈타지 출신 스위스인 오스카 크라머는 66세의 은퇴한 게릴라 전사 후안 벨몬테가 거절할 수 없는 부탁으로 최근 칠레에 잠입한 5인조 악당들의 거처를 파악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동지 페드로와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줄 수 있는 연인 베로니카를 안전하게 피신시킨 벨몬테는 영문도 모른 채 위험한 사내들을 쫓는 추격전에 나선다. 아마 전작 <귀향>에서도 이 게릴라 전사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소개되었겠지만, 세풀베다의 마지막 소설에서도 볼리비아 정글에서 신화가 된 체 게바라와 함께 민족해방 전선의 일원으로, 조국 칠레에 돌아와서는 박사님 아옌데와 함께 위대한 투쟁에 나섰던 화려한 전력들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벨몬테는 비야 가리발디의 인간백정 미겔 크라스노프(맞다 그는 처음에 소개된 표트르의 손자였다)의 희생자였던 연인 베로니카의 생사여부도 모른 채 조국을 떠나야만 했다. 소련으로 건너간 그는 로디온 말리놉스키 군사 학교에서 뛰어난 저격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 뒤에는 1979년 니카라과의 소모사 정권에 대항하는 산디니스타 운동에 시몬 볼리바르 국제 여단의 일원으로 참전해서 마나과 해방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했었다. 뭐 이 정도면, 라틴아메리카 혁명운동에 있어 레전드급 활약을 한 투쟁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은퇴한 게릴라 전사이긴 하지만 그의 실력을 잘 아는 노회한 크라머는 그를 이용해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평범한 자본주의 국가로 변신한 러시아와 칠레간의 통상에 저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무려 20개에 달하는 반인륜적 범죄로 144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간백정 미겔 크라스노프를 자신들의 마지막 아타만(대장)으로 인정한 카자흐 과격주의자들이 그를 코로디예나 교도소에서 탈출시키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카자흐 3인조들의 조력자로는 벨몬테의 소련 시절 옛 동지였던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이고르)가 참전했다.

 

사실 세풀베다는 처음부터 <역사는 끝까지>가 추구하는 명확한 서사의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미겔 크라스노프라는 악당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가 네 명의 칠레 동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 지점에 가서야 비로소 저자가 그린 원대한 계획을 볼 수가 있었다. 결말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십 년 동안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망명자였던 세풀베다식 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역사의 끝까지><귀향>과 더불어 <우리였던 그림자>까지 포함한 삼부작이다.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나 자신의 안위 따위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던 일단의 열혈 청년들이 반세기가 지나 돌아보는 조국의 현실에 대한 고찰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들은 더 이상 사르트르나 프란츠 파농의 저작들을 읽지 않고, 손 안의 휴대폰을 조작하느라 정신이 없지 않았을까. 무심한 자본주의의 가면은 모든 것을 돈이 대신하는 그런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어설픈 타협 대신 노장 벨몬테의 화끈한 복수를 원했지만, 작가가 구상한 결말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식의 타협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제는 더 이상 루이스 세풀베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뱀다리] 소설 도중에 오데사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도 등장하는데, 하도 성급하게 리뷰를 쓰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하지 못해 아쉽다. 다시 쓰려기 귀찮아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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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끝까지> 루이스 세풀베다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말은 슬프다.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는 작고한 작가의 마지막은 더더욱.


두 달 전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루이스 세풀베다의 마지막 소설이 출간됐다.

그를 추모하며 그의 책들을 허겁지겁 읽던 게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란 말인가.


아직 도끼 선생의 <죄와 벌>을 마저 읽지 못했는데.

하지만 나에게 그 어느 누구의 책보다도 지금은 세풀베다의 책이 더 중요하다.

모든 읽기를 중지하고 세풀베다의 마지막 소설을 만난다.


내용은 그가 예전에 발표했던 <귀향>과 비슷한 궤적이지 않나 싶다. 지난 세기의 역사적 사건을 모든 경험한 은퇴한 게릴라 전사 후안 벨몬테의 마지막 여정은 작가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작가에게 보내는 작은 경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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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06-13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분의 마지막 책을 받아보면 마음이 참 아리죠..
저는 신영복 선생님. 황현산 선생님의 마지막 책을 받았을 때 그런 마음이였어요

레삭매냐 2020-06-14 08:50   좋아요 1 | URL
애정하며 오랫동안 즐겨 읽던 저자
의 부고를 들으니 너무 허망하고
그랬습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