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배우지 않는 불편한 미국사
제임스 W. 로웬 지음, 김미선 옮김, 네이트 파월 각색 / 책과함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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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세 시간 정도 지나면 대망의 2025년도 지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날까지 나름 분주한 하루였다. 그 와중에 책도 꾸역꾸역 읽었다. 제임스 W 로웬과 네이트 파월 작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미국인은 배우지 않는 불편한 미국사>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여느 그래픽노블처럼 그렇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사실 조금 어렵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으로 넘쳐나는 그런 불안의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라 미국이 누리던 패권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 미국이 내부갈등과 자기모순으로 결국 쇠락해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경제력과 군사력 혹은 유연한 문화주의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면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군사력으로 거의 윽박지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제임스 W 로웬는 그런 와중에 미국 역사 교육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는 불편한 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건국 이전에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시작된 미국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고 해서 콜럼부스가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저자는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이미 유럽에서 출발한 바이킹들이 캐나다 연안에 상륙했었다는 건 정설이다. 그리고 심지어 서부 아프리카에서도 이주했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모름지기 공교육이라고 한다면, 빛나고 자랑스러운 자국의 역사들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이야기들도 자신 있게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기본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필두로 한 세력들에게 미국은 반드시 강하고 오점이 없는 그런 국가여야만 했다. 바로 이런 역사적 시각이 오늘날의 역사의 문제와 왜곡을 만들어낸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들고 싶은 건 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고질병인 인종주의다. 연방과 남부 연합의 무력 충돌로까지 비화된 격렬한 내전을 치렀지만, 여전히 미국의 인종주의 문제는 해결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다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여전히 미국을 백인들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인종들의 도전(?)이나 저자들이 계속해서 주창하는 다인종 민주주의를 수용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1980년대를 장악한 미국의 보수정부들은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지도 그리고 개선할 의지도 없었다. 그 무렵에 다시 폭발하기 시작한 경제적 불평등과 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이제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일론 머스크 같은 조만장자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고, 또 한편에서는 AI의 부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푸드스탬프로 연명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경제위기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에서 삭감하지 못해 안달이 난 판이다. 미국의 악명 높은 건강보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금 감세의 혜택은 역설적으로 부유 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거가 현재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꾸준하게 역사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저자 로웬 교수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역사에 대해 무관심해져 버리는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역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정확하게 누가 역사를 저술하는지 실명으로 명기가 되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기 복제와 대필 작가들 그리고 정체를 숨긴 편집진이 저명한 학자들의 이름을 빌어 역사 교과서를 찍어내는 게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만큼 국가 혹은 정부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람들은 미국의 국부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워싱턴이나 토머스 제퍼슨 같은 명사가 노예소유주였다는 사실을 듣고 놀란다고 한다. 심지어 조지 워싱턴의 벚꽃나무 사건은 만들어진 역사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서 개입한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저자는 명확하게 지적한다. 이란 모사데그 정권과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권에 대한 공작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나마 진보적인 대통령으로 알려진 JFK도 쿠바 피그스만 침공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가져온 통킹만 사건도 훗날 조작으로 밝혀졌다. 가장 최근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었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도 결국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던가. 이외에도 숱하게 열거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 정부는 미국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저자들은 묻는다.

 

결국 우리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진실을 찾는 구도자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사라는 팩트는 변하지 않지만, 그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 식민지의 피지배 민족들의 가슴에 불을 당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우드로 윌슨이 알고 보면 백인우월주의 확산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 때 미치광이 알려진 반인종주의 혁명가 존 브라운과 링컨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폭력이라는 방식으로 인종주의를 타파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분석이었다.

 

그냥 문득 아무리 열심히 현실 세계에 대한 역사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느끼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잠재워지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런 힘겨운 여정이 우리의 몫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아디오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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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미국인은 실제 미국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학창 시절 공부(주로 공교육이 낙후됨)를 많이 하지 않아선지 의외로 무지한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이 들은 자신이 사는 곳(주로 주단위)에서 한 평생 떠나가 본 사람이 대다수 일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어요.그러니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대통령이 최고이겠지요.
정말 미국은 상위 1%가 이끄는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레샥매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