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왱청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너튜브에서 오늘 아침에 80년대 레트로 스타일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를 평정한 두 청년 왬에 대한 콘텐츠를 보니, 문득 오래 전에 즐겨 듣던 노래들이 마구 떠올랐다.

, 마잭도 가고 프린스, 휘트니 휴스턴 그리고 조지 마이클도 모두 갔구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이 1도 틀리지 않음을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 사실 요즘 노래들은 자주 듣지도 않지만.

 


어젯밤 늦게까지 압둘라자크 구르나 아자씨의 <바닷가에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졸려서 자려고 누우니 또 잠이 오지 않는다.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래서 연달아 읽고 있는 <낙원> <바닷가에서>의 내용들을 떠올려 봤다.

자꾸만 생각들이 떠오르고 또 나중에 리뷰에 써먹을 만한 것들이 생겨서 자다 말고 일어나서 메모를 해야 하나 어쩌나... 그러다 잠이 들었다.

 

보통 책 읽고 나면 바로 리뷰를 날림으로 작성한다. 왜냐하면 그러지 않으면 책에서 만난 따끈따끈한 생각들이 모두 휘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제 <낙원> 리뷰를 쓰면서도 무언가 읽을 적에는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이래서 생각이 나는 대로 바로바로 적어야 하는데 말이지.

 

소설 <낙원>이 구르나 아재의 고향인 잔지바르-탕가니카를 공간적 배경으로 했자면, <바닷가에서>는 이방인, 망명 신청자인 65세 라자브 샤아반의 관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왜 사람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나 타지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일까? 게다가 소설의 화자는 무슬림 흑인이다. 백인 기독교 사회인 영국에서 그가 과연 무탈하게 받아 들여질 수 있을까?

 

<낙원>이 과거사를 다루고 있다면, <바닷가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난민 혹은 정치적 망명자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전에는 창틀 청소를 했다. 나는 주말에도 쉬질 못하는구나 그래. 몇 달 방치해 두었더니만 먼지가 잔뜩 끼어서 아침에 환기를 위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눈에 밟힌다. 그래서 결국 고무장갑을 오른손에만 끼고 다른 왼손으로 물티슈를 꺼내 들고 작업에 나섰다. 꼴랑 두 짝을 닦았는데 땀이 나고 진이 빠져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한 것도 아니고. 구석까지 손이 닿지 않으니 나무젓가락을 동원해야 하는데 다 일이다. 그래서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말았다. 거실이랑 책방의 창틀은 아직 시도도 하지 못했다.

 


오늘 점심에는 소고기를 먹으러 갈 계획이다. 멀리까지 가면 좋은데, 너무 멀어서 대신 인근에서 수배를 했다. 식당이라기 보다 소고기 정육식당 분위기라고 하는데... 참 꼬맹이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그것도 수리하러 가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원두막이나 이런데 가서 책이나 읽으면서 밑줄 좍좍 긋고, 리뷰를 위한 메모나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나 그래.

 



월초에 근 2년 만에 속초-고성 바다에 갔다 왔는데 바람이 들었는지 또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간 아야진에서는 새끼 소라들을 무지 잡았지. 그때만 해도 물이 차서 발모가지가 어는 줄 알았다. 바닷가에 텐트를 쳤는데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그야말로 텐트가 날아갈 정도였다. 텐트 안에 돌멩이들을 깔았는데도 그랬다. 참 잡은 소라들은 제법 실해서 삶아 먹을 생각이었는데, 숙소에 성능이 좋아 보이는 인덕션은 있었지만 냄비나 그런 게 하나도 없어서 그냥 다 바다에 풀어줬다. 녀석들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래. 안 그랬으면 몽땅 다 내 뱃속으로 들어올 뻔 했다규.

 

애고 12시가 넘었네, 고기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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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8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부터 쇠고기에 소주 인가요? ^^ 리뷰는 공감가는게 조금 지나서 쓰면 잘 기억이 안나고 까먹게 되더라구요 ㅋ
압둘라자크 작품들은 다 좋아보이네요. 노벨상 탈만한 작가인거같아요~!!

레삭매냐 2022-05-28 15:43   좋아요 2 | URL
저희는 차를 가져 가서 먹고픈
쏘주는...

옆 테이블에서는 아주 거나하
게 드시고 계시더라구요 ㅋㅋ
근데 그곳은 차 없으면 못 가
는 곳인데 도대체 누가 운전을
할 지 궁금하더군요.

구르나 아재 읽을수록 진국이
라는 생각이 듭니다 넵.

독서괭 2022-05-29 0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바쁘게 보내셨네요^^ 압둘라자크 쭉쭉 읽어가시는군요. <파친코>를 비롯해서 최근 트렌드가 디아스포라적 삶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압둘라자크가 다루는 이야기도 그런가 봅니다.
책 읽고 나서 바로 리뷰 써야하는데요 정말.. 자꾸 미루다가 못 쓰는 일이 허다하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5-29 08:54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두
작가 모두 디아스포라적인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이 자신
들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작
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
점으로 작동하네요.

저도 될 수 있는대로 바로 쓰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
는데 결국 못 쓰게 되더라구요 ㅠ
 
전원 옥쇄하라!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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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도 뉴브리튼에서 벌어진 잊혀진 전쟁 그리고 그곳에서 잊혀진 병사들의 이야기. 병사들을 한낱 소모품 취급한 일본 제국 군부의 실체를 파헤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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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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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밴드 GNR<Paradise City>란 노래가 있다. 정말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노래라, 가사도 일부 기억한다. 화려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곡에는 풀이 초록색이고 여자들이 예쁜 그 곳, 낙원으로 날 데려다줘(Take me down to the paradise city, Where the grass is green and the girls are pretty)”라는 가사가 나온다. 당시 하드 로커들에게 낙원이란 아마 그런 곳이 아니었나 싶다. 리뷰를 쓰기 전에 유튜브로 노래를 찾아 들었다. 참고로 grass에는 대마초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작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잔지바르 출신으로 영국에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낙원>에 다녀왔다. 작년 가을에도 언급했지만, 국내 출판사들이 부지런히 이런 해외작가들을 발굴해서 번역하는 작업을 해놓았다면 아마 작년 가을에 대박이 났겠지만 애석하게도 당시에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가 발표한 10권의 책 중에 단 한 권도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 없었다. 노벨문학상 특수는 그렇게 물건너 갔고, 수상 후에는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비싼 인세를 지급해야 했으리라. 그리고 보면 문학산업 혹은 출판업도 투자의 혜안이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싶다.

 

존 맥스웰 쿳시 선생이 말했다시피 모든 이야기는 자서전이라는 말이 구르나 작가의 <낙원>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연상됐다. 구르나 작가의 고향은 지금은 탄자니아라고 불리지만 예전에는 탕가니카라고 불리던 곳 중에서도 잔지바르다. 동향의 연예계 형님으로는 작가보다 2살 위인 프레디 머큐리가 있다. 삼천, 아니 또 샛길로 빠질 뻔했다.

 

각설하고 소설 <낙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 보자. 소설의 주인공은 사이드 아지즈라는 거상에게 아버지의 빚 때문에 팔린 채무노예 유수프(12). 이유도 모른 채 집을 떠나야 하는 유수프에게 호텔리어였던 아버지가 설명을 해주었을까? 아마 그러지 않았겠지. 어쨌든 아저씨라 부르던 아지즈는 유수프의 주인으로 변신했다. 소년의 알량한 자존심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를 계속해서 아저씨라고 부른다. 아지즈의 집에는 그와 비슷한 처지의 선배 칼릴이 있었는데 칼릴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년을 키파 우롱고(산송장)’이라고 부르며 또 나름 셈법도 알려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츤데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상인의 볼모가 된 유수프의 처지는 고달프다. 아버지의 채무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아지즈의 집에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할 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지즈가 아주 악질 주인은 아니라는 점과 칼릴이 그를 좋게 봐주고 있다는 점 정도.

 

해안도시에 사는 아지즈는 내륙으로 향하는 대규모 카라반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도모하는 상인이다. 유사 이래,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은 틀린 적이 없는 모양이다. 대항해시대 무모해 보이는 일단의 유럽인들은 한 줌의 후추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은 물론이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방무역에 뛰어들었다. 일단 동방의 향신료들을 수급해서 본국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벼락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유사 낙원 같았던 아지즈의 정원을 떠나 상인 하미드가 거주하는 산동네 생활을 잠시 하던 유수프는 아지즈의 명으로 내륙지대로 향하는 대규모 카라반에 동참하게 된다.

 

그 때까지도 문맹이었던 유수프는 하미드 덕분에 치욕적이긴 했지만, 문자를 배우게 되었다. 늦깎이 학생이었던 유수프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의 모욕을 받으면서 탁월한 동기부여로 학업에 맹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맹이었기 때문에, 기도도 대충하고 이슬람 사원에 가서도 형식적으로 예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산동네에서 하미드의 창고에 아지즈가 무언가 불법적인 밀수품들을 숨겨 두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기도 한다.

 

아마 이때 15세 정도가 된 미남자 유수프는 위험천만한 카라반 여정을 겪으면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어려서는 꿈에서 개떼들에게 쫓기는 그런 악몽을 꾸기도 했다. 아지즈의 집에 살던 시절에는 동네 아줌마인 마 아주자가 치근덕대기도 했지 아마. 남색가로 유명한 카라반 리더 모하메드 압달라를 주의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는 일꾼들에게 냉혹하지만 주인에게는 둘도 없이 충성을 다하는 그런 음냐파라였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자원과 시장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해진 영국과 프랑스로 대변되는 제국주의 열강들은 세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요리했다. 무탈하게 걱정 없이 살던 원주민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백인들이 들이닥쳐서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잘 조직된 강력한 군대와 라이플이라는 선진 무기라는 뒷배가 있었다. 제국주의 총칼이라는 무력 앞에 지역 토후들이나 술탄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소설 <낙원>의 시간적 배경은 아마 영국과 독일이 탕가니카에서 맞붙기 직전인 1910년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국주의 열강들 사이에서 식민지 쟁탈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이다. 말로 안되니, 힘으로 맞붙어 보자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지 않았나 싶다.

 

상인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로 구성된 아지즈 카라반은 자신들만의 돈으로는 부족했는지 인도인들의 돈까지 빌려 대규모 카라반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 카라반이 막대한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걸 소설이 진행될수록 절실하게 알게 됐다. 우선 가는 곳마다 적대적인 지역 토후들이 통행세 방식의 공물을 요구했다. 백인들이 침투하던 시절, 외부인에 대한 원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지역의 영주나 토후들에게 경의를 표하라는 방식으로 그들은 카라반에게 통행세를 요구했다.

 

게다가 야생의 위협도 만만치 않았다. 카라반 대원들 중의 한 명은 야간에 하이에나들의 습격을 받아 얼굴이 뜯기고 결국 사망했다. 귀중한 상품들을 지키기 위해 보초가 필요했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무장한 보초는 필수였다. 어느 마을에서는 카라반 일행이 도착하고 나서 악어에게 마을 아녀자가 물려 갔다며 카라반이 재앙을 마을에 몰고 왔다는 식의 대응을 하기도 했다. 결국 무언가 공물을 더 내놓으라는 협박이다.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차투 마을에 도착한 아지즈 카라반은 결국 그곳에서 봉변을 당하기에 이른다. 차투의 족장이 원하는 걸 모두 들어 주었음에도 결국 카라반 일행은 야간에 차투들의 습격을 받아 포로 신세가 되고, 안내자를 혹독하게 다룬 모하메드 압달라에게 혹독한 매질을 가해서 거의 반죽음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카라반이 몰살당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던 아지즈에게 구원의 손길이 도착하는데, 그것은 바로 유럽인 이끄는 부대의 등장이었다. 자신의 카라반이 약탈당했다는 사실을 유럽인 빅 맨에게 알린 아지즈는 사지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그야말로 폭풍 같은 전개가 벌어진 뒤, 일행은 해안 도시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재기를 도모하는 아지즈에게 하미드가 보관하고 있다는 비푸라(코뿔소 뿔)가 기회가 될 거라는 말들이 오간다. 비푸라 거래는 과연 차투에서의 대참사를 역전할 수 있을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청년으로 성장한 유수프의 앞에는 미스터리한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낙원>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매혹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점이다.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탕가니카 출신이 아니라면, 이런 디테일한 서사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포스트콜로니얼 문학을 연구하고 직접 직조하는 작가답게 외부인의 시각이 아닌 내재된 시선으로 시대의 문제들을 다룬다. 한편, 자신의 언어인 스와힐리어가 아닌 이방인이자 식민모국의 언어로 자신의 사유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선배 조지프 콘래드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연상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 심장부로의 여정을 그린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이 어쩔 수 없이 비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3년 전에 쓴 리뷰만으로는 <어둠의 심연>의 독서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대단히 현실주의자인 작가는 유수프와 칼릴의 여동생 아미나의 대화를 통해 지옥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낙원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모두가 엄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낙원을 가기를 꿈꾸지만, 이 세상에 그런 근심과 걱정을 모두 덜 수 있는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바로 구르자 작가의 인터뷰에서 읽어낸 그의 작품에 흐르는 두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인 잔혹함(cruelty)이 아닐까. 다른 하나인 불공정(injustice)은 유수프가 아버지의 빚을 대신해서 사이드 아지즈의 채무노예가 된 본질적 문제였다. 아울러 차투 참사 당시, 사건 해결에 나선 이가 식민 지배자인 유럽인이라는 점이었다. 차투 족장과 카라반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의 강제 혹은 정의에 의존해야 한다는 역설이야말로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이 직면한 문제의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읽기의 출발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낙원>을 읽고 나서 바로 수급해 두었던 <바닷가에서>를 읽고 있는데, 역자가 달라서 그런 진 왠지 문체나 스타일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자가 교수님 스타일의 정석 같은 번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시인이 맡은 번역이라 그런지 좀 더 서정적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아무래도 구르나 작가의 팬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뱀다리] 오래 전, 사이먼 앤 가펑클의 콘서트에 갔던 적이 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노친네들이 부르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는 좀 서글펐다. 그들의 노래는 여전히 좋았지만 한 시절, 천사의 목소리라는 상찬을 받던 이마가 훤한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에는 전성기 시절 폭발하는 그런 힘이 없었다. 노벨문학상은 어떤 한 작품에 대한 상이 아닌 한 작가의 문학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전성기가 지난 노년의 작가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한 작가가 쓰는 모든 작품이 좋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전성기가 지난 노대가에게 전작을 뛰어넘을 만한 그런 작품을 기대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지방선거, 사전 투표 완료!


지난 대선 때, 하도 사전 투표 조작 타령을 해대서

당일날 투표하러 갔다가 추운데 한 시간이나 기다

리는 바람에 쏘울이 탈탈 털린 기억으로 이번에는

바로 사전투표를 했다.


관외투표자 임에도 전문가들이셔서 그런지 채 5분

도 걸리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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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27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프라는 소년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내용을 보니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 없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5-27 13:23   좋아요 1 | URL
과연 그러합니다 -

노벨문학상이 고스톱 쳐서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5-27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레삭매냐님 별 다섯이니 검증은 끝난거네요 ~!! 저도 이 책 읽어보고 레삭매냐님 리뷰를 자세히 읽어야겠어요. 그 grass 가 대마초군요 ㅋ 저도 GNR 1집이 정말 좋더라구요 ^^

레삭매냐 2022-05-27 13:34   좋아요 1 | URL
좋은 작품이라서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가을
에 AFKN에서 처음 들은 ˝서윗
차일드 오마인˝의 서두에서 슬래
래시가 뜯는 기타 리프와 액슬
로즈의 쇳소리 나는 보칼은 지금
다시 들어도 슈파-울트라-메가
전율이었습니다.

최근 토르 <러브 앤 썬더> 예고편
에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는 걸 듣고는 크하~
바로 이거제!

Appetite for Destruction 은
최고의 록 앨범입니다.

Rock will never die !

그레이스 2022-05-27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기 전부터 팬이 될듯 합니다.
매거진도 받았고, 3권 다 구입했으니...^^
읽어야겠습니다.
빨리 읽고 싶어서 들썩거립니다 ㅋ

레삭매냐 2022-05-27 17:59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러합니다 -

당장 <바닷가에서> 읽고 싶어
서 몸이 다 근질근질하네요.

오늘 저녁에는 옴팡지게 빠져
볼랍니다.

라로 2022-05-27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5-27 21:45   좋아요 0 | URL
이 작가의 책들은 나오는
대로 족족 읽게 될 것 같
습니다.

stella.K 2022-05-27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사이먼과 가펑클이 우리나라에 다녀갔었나요?
거 꽤 오래된 이야긴데요?
올해들어 우리나라의 셀럽들이 세상을 많이 등졌더던요.
그러고 보면 한 세대는 이렇게 가는구나 서글프긴 하더군요.
늙는 것도 그렇고.ㅠ
리뷰 보니 읽고 싶긴하네요. 포스트콜로니얼 문학 첨 듣는 용언데 뭔 뜻이 대충 알겠네요.
구르나란 성이 웬지 마음에 들어요. ㅋ

레삭매냐 2022-05-27 21:48   좋아요 1 | URL
울나라는 아니고 오래 전에
미쿡에서 직관했답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
대에 밀려나는 느낌이랄까요.

탈식민주의라고도 하는데,
왠지 느낌이 살지 않는 것 같
아서 원어 대로 차용해 봤습
니다.

어쩌면 키스와힐리로 뭔 뜻
이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그 쪽에는 워낙 문외한이다
보니.

이 책 읽으면서 키스와힐리로
심바가 사자라는 걸 배웠네요.
 


 

그놈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겠다고 작년 가을부터 헤집고 있지만 여전히 못 사들이고 있다. 놓친 가격대의 괜찮은 녀석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보니 당마도 왠지 주식하고 비슷한 것 같다. 내내 파란불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떡상을 해서 손실을 뛰어 넘고 휘황찬란한 빨간불이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먹겠다고 하다가 바로 떡락해 버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지 않았던가. 언제나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또 삼천포행이로구나. 어디서 들어 보니 작년 한창 기세를 올리던 서학개미들이 죽어나간다고 한다. 오늘도 금통위에서 금리를 25포인트 올렸다고 하던데... 물가 잡겠다고 금리를 올린다고 하지만, 이건 뭐 언발에 오줌누기다. 금리 올린다고 해서 어제 올라간 짜장면값이 바로 내리는 것도 아니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동네 주유소 지름값을 일별하니 이천원빵을 순식간에 돌파해 버렸다. 아니 지름값 세금 내릴 적에는 어제 산 지름이 아니라더니만 올라갈 적에는 어제 사서 들여오셨나 봐요. 이런 가격 상승과 하락의 비대칭성은 정말 핑계 같지도 않아서 듣고 싶지도 않다.

 

아니 당근마켓 이야기한다고 하다가 또 금리에 서학개미에 이제는 지름까지... 이차 삼천포행이로구나.

 

당마로 가보자. 어제인가 동네생활편에 재미진 글이 하나 올라와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어느 작은 회사인 것 같은데 면접 펑크와 끈기가 1도 없는 MZ 세대에 대한 불평글이지 싶다. 그니까 자기들은 일할 선수들이 필요해서 구인 중인데, 면접을 보기로 하고는 나타나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는 거다. 이유라도 알면 답답하지 않을 텐데라는 푸념도 살짝 양념으로 얹어져 있었다.

 

고백하는 바이다, 나도 좋소기업에 다닌다. 우리도 재작년에 구인을 하느라 엄청 애를 먹었다. 그전에 경리 직원 1명을 구할 적에는 자그마치 200명도 넘는 선수들이 과도하리만큼 엄청난 스펙을 들이대면서 구직을 하는 통에 아마 사쪼가 자신감이 붙었던 모양이다. 사실 심각한 착각이었는데... 암튼 이번에는 개발자 구직이었는데 괴랄한 자신감에 공고를 내면 구름 같은 인파들이 몰려들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면접에 온다고 해서 그 전날에도 전화로 확인도 하고 생쑈를 다해 봤지만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가까스로 면접을 통과하고 출근하기로 한 당일, 추노한 적도 있었다. 이 결과를 본 사쪼는 처절한 자괴감에 빠져 버렸다. 자신이 그렇게 자신있어한 회사가 외부에서는 그렇게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래도 면접비로 5만원씩 지급했다. 면접이 끝나고 사무실 밖에 나간 면접자가 내가 뒤에서 숨어서 보고 있는 줄 모르고, 내가 건네준 면접비 봉투를 열어 보고 입에 귀에 걸리는 장면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쪼는 면접 펑크가 이어지자 빡이 쳐서 면접비를 5만원에서 3만원으로 깎아버렸다. 우리 같은 좋소에서 5만원 면접비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암튼 그랬다. 그 뒤에 취업한 친구는 앞선 면접자들 덕분에 2만원 손해봤다.

 

다시 당마로 돌아가서, 당마 동네생활에 푸념을 늘어놓은 그 회사는 당장 면접 시 면접비를 얼마 제공한다는 글을 정확하게 적시해야 한다. 구직자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회사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비용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회사가 직원에게 일자리를 희사한다는 식의 사고로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 스펙의 로열티 강한 직원들은 구하기는 이제 불가능하다.

 

아 그리고 그 회사는 톡에 대해서 불평을 했다. 영맨들이 읽씹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업무 지시를 왜 개인톡으로 하는가? 일터에서 쓰려고 내 개인톡을 내가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핸드폰에 깐 건 아니지 않은가. 자신들의 편하자고 톡으로 업무지시를 하면서(그리고 그 지시를 언제 했는지도 나는 궁금하다, 휴일이나 업무 시간 외에 했다면 정말 짜증날 것 같다) 그들에게 하는 불평은 납득하기 힘들다. 업무시간이라면 이메일이나 구두로 하면 될 게 아닌가. 아니 회사에서 업무에 쓰라고 핸드폰을 사주었거나, 아니면 핸드폰 비용을 내준다면 또 할 말이 없겠지만.

 

추노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이 왜 추노당하는지 모르는 회사들이 부지기수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이 과연 구직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회사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뱀다리] 우리는 작년 가을 이래, 개발자를 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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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26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출근당일 추노라뇨ㅋㅋㅋ

확실히 MZ세대는 (모두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이전 세대들과
더 다르구나 느낍니다.^^*

레삭매냐 2022-05-27 11:03   좋아요 1 | URL
제가 아는 업체에서는
출근 첫 날 점심 먹으러
나가서 바로 추노했다고
하대요~ 별 일들이 다
있습니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거리의화가 2022-05-26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회사 업무지시를 톡으로 하는 거 너무 싫습니다-_-
MZ세대들은 오죽 할까요. 공과 사는 제발 구별해줬음 좋겠어요^^;
저희 회사도 개발자 구인 어렵네요. 요즘은 구직 전에 회사에 대한 평가를 자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제법 많은 듯합니다. 어쨌든 회사 윗사람들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레삭매냐 2022-05-27 11:04   좋아요 1 | URL
한 때 그 꼴 비기 싫어서
톡을 지워야 하나 싶을
정도였답니다.

단톡방도 그렇구요 -
무언가 족쇄가 되어버린
그런 느낌이랄까요.

윗대가리 마인드는 절대
불변의 법칙이지요...

다락방 2022-05-26 15: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게 저희 회사만 겪는게 아니었군요! 면접보러 오라고 하면 다들 좋다고 해놓고는 당일날엔 연락도 없이 안나오더라고요. 제 상식으로는 ‘오늘 면접 보러 가지 않겠다‘를 통보해야 할텐데, 이걸 사람들이 안하더라고요? 어떻게 연락도 없이 안오는지 처음엔 너무 충격이었는데, 매번 이런 일을 여러명한테 겪고 나니, 아 이것이 상식이라는 것은 우리 세대까지였나, 싶더라고요. 기존 직원들과는 ‘왜 연락도 없이 안오지?????????????‘ 당황했는데 이젠 으레 ‘내일 8명 오라고 했는데 그 중 몇 명 오려나... 해요‘ 한 명도 안 온날도 물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2-05-27 11:06   좋아요 1 | URL
저희는 작년에 아주 혹독하게
당해서 이제는 면접 보러 온
다고 해도 거의 반신반의하게
되었답니다. 하도 펑크들을 내
서요. 전화해도 볼 일 없으니,
안 받구요.

저희 동네에 같은 이름의 회사
가 있는데, 다른 회사에 지원한
분이 저희 회사 면접 보겠다고
온 적도 있답니다. 미치갔어요
증맬루.

페넬로페 2022-05-27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직과 구인의 균형이 안맞는 것인가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언제나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것 아니었나요?
면접비까지 지불하고 출근 당일 추노라니~~
세상의 새로운 한 단면을 보았습니다.
레삭매냐님의 생활글은 언제나, 엄청 재미있어요^^

레삭매냐 2022-05-27 11:09   좋아요 2 | URL
그니까,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그 돈 받고 일할
사람이 없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일잘하는 사람들을 적은 돈
으로 후려 치려고 하구요...
일하려는 사람들은 좋소에서
잔소리 들어 가며 상대적으로
적은 돈 받으면서 구질구질
하게 일하는 건 싫으니까요.

어, 삼천포 이야기 있지 않았나요?
삼천포가 사라진 지도 몰랐습니다.
옛날 사람 자가 인증했네요 ㅋㅋㅋ
뭐든 갠춘하니 마음껏 까 주세요 ^^
캄솨합니다.

라로 2022-05-27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면접비를 주는 회사라니요!!!@@ 정말 놀랐어요. 그런 회사가 다 있군요!!! 그 회사에 면접비 얼마 준다고 하면 많이 몰릴 것 같아요. ㅎㅎㅎ 그래서 경리직원 뽑을 때 많이 몰린 건 아닌가요???😅😅😅
그런데 확실히 MZ시대인지 뭔지 하는 세대들은 그점이 맘에 안 들어요. 우리같은(아니고 저같은) 알파벳도 붙지 않는 세대에선 정말 상상을 할 수 없는!!!! ㅠㅠ
그나저나 개발자는 정말 어려운 포지션이라 구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매냐님의 업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

레삭매냐 2022-05-27 21:34   좋아요 0 | URL
저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규로 정해서 면접비 5만원
을 지급해 왔습니다.

재작년 추노 사태로 면접비
가 2만원 깎였습니다.

경리 직원은 희망하시는 분
들이 많더라구요. 일본에서
석사하신 분도 지원해서 깜
딱 놀랐습니다.

개발자, 엔지니어는 너무 구
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전 회사에서 회계와 인사 그외
의 오만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
습니다.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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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먼저 훌루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와 원작 소설로 그리고 이번에 그래픽 노블로 모두 세 번 만났다. 텔레비전 시리즈와 원작 소설은 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그래픽 노블은 두 장르를 적절하게 배합한 섞어찌개 느낌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은 오브프레드(드라마에서는 오프레드로 들린다)는 프레드 사령관에게 봉사하는 시녀다. 그들이 사는 공간은 예전에 미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신정국가 길리어드라는 이름의 해괴한 나라다. 심각한 기후변화와 오염으로 불임이 일상화되었다. 계속되는 이웃나라들과의 전쟁 그리고 인구 감소로 국가 길리어드는 존속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성의 권리가 최악인 길리어드는 아이들의 재생산을 위해 가임 여성들을 그야말로 국가의 자산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기존에 자유로웠던 세상을 경험했던 오프레드 같은 여성들이 고위직 사령관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되고, 오로지 아이의 생산을 위해 도구로 인식되는 미래 사회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였다. 같은 여성인 아주머니들이 붉은 옷의 흰 베일을 쓴 시녀들을 엄격하게 관리 감독한다. 아니 그전에 예전에 자유인이었던 여성들을 재교육하는 수용소인 "레드 센터"에서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교화하기도 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노예화되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길리어드의 실질적 지배자들인 사령관들은 비밀첩보기관인 아이를 동원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쿠테타 이후, 길리어드는 신정국가를 선포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하나씩 차례로 폐지한다. 우선 직장에서 여성들을 모두 내쫓았고, 그 다음에는 은행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런 조직적인 차별과 혐오를 동원한 억압은 결국 여성들을 아이를 생산하기 위한 국가적 자산으로 간주하는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게 된다.

 

과거 오프레드의 어머니는 여권 신장을 위해 최일선에서 가열차게 싸웠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어떤 자유도 거저 얻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민주주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투표권도 마찬가지다. 여성참정권 투쟁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희생된 되면서 이룩된 것이 바로 지금의 보통선거권이다. 이러한 투쟁을 통한 권리들의 획득은 지난하고 어려웠지만, 길리어드의 케이스에서 보듯이 박탈은 너무나 쉬웠다.

 


최근 본 영화 <안테벨룸>에서 보듯이 자유인이었던 주인공이 어느 날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납치되어 18세기로 돌아간 것 같은 미국의 목화농장에서 노예화되는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죽음을 앞세운 위협과 상상 그 이상의 폭력 앞에 버틸 재간은 없었다. 수용소 내에 오프레드와 다른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존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주어진 다른 선택지는 현재에 순응하는 것 외에는 처음부터 부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령관들이 그들이 꿈꾸는 신정국가 길리어드의 교조처럼 산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욕망을 해소했다. 프레드 사령관이 오프레드를 데리고 그런 공간에 가서 쾌락을 즐기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시민들에 대해 법치주의를 표면에 내세우지만, 정작 엘리트 권력 계급들은 탈법과 합법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며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대응을 연일 텔레비전 중계로 보면서 과연 길리어드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인구 감소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십 수 년 전부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오히려 인구 절벽 위기가 조만간 현실화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길리어드의 사령관들처럼 우리네 위정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긴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이 어떤 하나를 해결한다고 해서 일도양단의 기세로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주택문제부터 시작해서 출산, 보육, 사교육 그리고 취업과 고용에 이르기까지 이미 구조화된 여러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거대한 인구 감소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단순하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리는 사실을 그들은 과연 모를까. 어쩌면 지금의 이 시스템이야말로 자신들의 이익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굳이 수리하거나 개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래픽 노블 <시녀 이야기>에서 색감의 역할이 개인적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는 아무래도 시녀들이 입고 다니는 옷의 색인 붉은색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훌루 드라마와 그래픽 노블에서는 강렬한 붉은색이 효과적이었다. 개인이 지닌 열정은 국가 아니 기득권층을 위한 추악한 희생이라는 방식으로 강제되었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지우는 복장의 규제 역시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의 한 가지 특징을 드러내지 않나 싶다.

 

국가 길리어드는 또한 여성들이 책을 읽는 것을 금지했다. 우리는 현재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보고 들을 게 너무 많다. 예전에는 검열이라는 무식한 방식으로 정보의 유통을 원천 차단했다면, 현대에는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짜와 진짜를 뒤섞은 진위를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미디어 소비를 부추긴다. 거기에 확증편향이라는 요소까지 개입되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는 차단하는 방식의 선택적 미디어 소비가 이루어진다. 심지어 미디어 자체가 플레이어가 돼서 선동에 나서는 판이니 할 말이 없다.

 

월초에 만난 그래픽 노블 <시녀 이야기>를 되짚어 보니 정말 다양하고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주의, 차별과 혐오, 인종차별, 인구 문제, 전체주의 국가의 형성, 불평등하게 설계된 사회 구조적 모순, 암울한 미래의 디스토피아 등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조(re-creation)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오늘 미국의 어느 기자가 자국의 대통령이 방문한 나라 수장에게 왜 그 나라의 내각에는 여성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순간, 소설 속의 가상 국가 길리어드의 프레드 사령관에게 외국의 기자가 질문한 줄 알았다. 가장 최근에 만난 쉬르레알리스틱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보면 현실인지 픽션인지 헷갈릴 때가 있더라.



 

[뱀다리] 5년 전에 책벌레로 소문난 배우 엠마 왓슨이 파리에서 <시녀 이야기> 백 권을 감추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문득 우리도 그런 이벤트를 하는 배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깜찍한 상상을 해봤다. 아 참,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지! 깜박했다. 아니 찾아다가 중고서점에 팔아먹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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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2 1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래픽 노블 말고 소설책 ㅋ) 사놓고 아직 못읽고 있는데 완전 디스토피아의 끝판왕 느낌이 나네요 ㅋ 첨부된 사진들이 다 무섭네요 😅
엠마 왓슨 완전 멋지네오. 저 책에 싸인까지 했다면 더 대박인데 ㅋ

레삭매냐 2022-05-22 13:20   좋아요 4 | URL
저도 책은 미리 사서 쟁여두고
훌루 도라마부터 보고 나서
책을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라마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책요정으로 변신해서 책 배달
하는 이벵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권 정도면 싸인도 하지 않
았을까요 ㅋㅋ
아, 인별 피드에 보니 책 득템
한 분들이 올린 것도 있더라구
요. 부끄러버들의 일상 ~

그레이스 2022-05-27 09: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엠마왓슨 멋지네요
우리도 누군가 하면 멋질듯요

레삭매냐 2022-05-22 13:20   좋아요 3 | URL
그런 이벵을 하는 그네들의
저변 문화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coolcat329 2022-05-23 1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녀 이야기는 읽고 나서 유난히 영상으로 보고 싶더라구요. 그래픽 노블이 있는지 몰랐네요.
도서관 가서 봐야 겠습니다.
안텔베움이라는 영화 내용이 충격적이네요. 재미있나요? ㅎ

엠마 왓슨 저런 모습 참 매력적이네요.

레삭매냐 2022-05-25 10:21   좋아요 2 | URL
도라마-영화-책 그리고
그래픽 노블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테벨룸> 가히 충격적
이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

엠마는 북 페어리라고 하네요 ^^

mini74 2022-05-25 0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보니까 더 끔찍하네요.ㅠㅠ 숨은 책 찾기~ 넘 부럽네요. 안테벨룸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 생각나게 하네요 ~

레삭매냐 2022-05-25 10:22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저도 이 영화가
혹시 <킨>을 각색한 영화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

<킨>도 책으로 만나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