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2 - 임오군란과 통킹 위기 본격 한중일 세계사 12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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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이나 만화는 대개 도서관을 이용해서 읽는다. 어제 저녁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전부터 굽시니스트 선생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12> 임오군란편을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연이 닿지 않아 빌리지 못했다. 어제도 분명 도서관에 있다는 말을 듣고 행차했는데 서가에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간 코너에 따로 분류가 되어 있더라.

 

사람 없는 호젓한 공간에서 굽시니스트 작가의 만화를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한다. 재밌다.

 

그냥 기억에 의존해서 리뷰를 하다 보니 연도가 정확하지 않아도 부디 이해해 주시길. 1870년대인가 우즈벡 삼국을 모조리 먹어 치운 노스께들과 청나라는 일리에서 쎄게 붙었다. 아편전쟁과 애로우호 사건으로 이미 서구 열강에게 호구 취급당하던 청나라는 이번에도 노스께들에게 물릴 뻔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미 만주에서 광활한 연해주를 노스께들에게 먹힌 바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리한 협상을 하다가 판이 엎어질 위기도 처하지만, 대충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다음 무대는 러투전쟁이다. 대략 19세기 역사를 살펴 본 바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러시아의 남진 저지라는 점에서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던 모양이다. 이미 크림전쟁으로 러시아의 남진을 막은 전력이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발칸반도에서 불가리아-세르비아-보스니아 등 예전의 오스만 제국의 속국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자 노스께들이 슬라브주의와 정교회를 앞세워 적극 개입한다. 아르메니아 일원에서 중동의 빈자라 불리던 오스만 제국은 서구의 일진 노스께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역시 외교는 균형이었고, 어느 한 나라가 실컷 먹는 걸 원하지 않았다. 발칸과 중동에서 노스께들의 영향력 강화를 두려워한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 제국이 비록 기독교도들을 학살하고 박해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한 그레이트 게임의 속행을 원했다. 물론 국내 여론들은 무슬림 국가 오스만을 지원하는 데 격렬하게 반대한 것은 물론이고.

 

그리고 보니 <본격 한중일 세계사> 12번째 권의 전반부 상당 부분이 이런 전세계적 움직임에 할해된 느낌이다. 하긴, 역사라는 게 한 부분으로만 볼 수가 없으니 불가피한 선택이지 싶다.

 

친중-결입-연미라는 미명 아래 시도된 황준헌의 <조선책략>이 과연 당시 기울어져 가던 조선 조정에 도움이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계유상소로 187311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실각한 다음, 뒷방 늙은이 신세로 가만있지 않고 계속해서 권력의 중심에 서고자 했던 부분도 흥미롭다. 강화도조약으로 결국 강제 개항되고, 서구 열강과의 무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깨달게 된 조선 조정의 대세가 개국으로 흐르자 이에 대한 격렬한 반동이 시작된다. 그 중심에는 유림 세력들이 있었는데, 서원 혁파로 자신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원군이야말로 그들이 주창하는 위정척사운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한 유림들이 대원군을 중심으로 해서 뭉치기 시작한다. 역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정치판의 영원한 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민씨 척족 세력을 중심으로 한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 매관매직이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가운데, 외세의 개입이라는 외부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조선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이웃 일본처럼 근대화를 이루어야겠다는 의식 있는 지식인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정작 나라를 움직이던 기존의 기득권층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조금도 나눌 생각이 없었고 수구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한편, 급진적 모험주의자들로 구성된 개화당의 대표 선수는 김옥균이었다. 김옥균과 오경석 그리고 이동인들은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나라를 뒤집어엎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이상은 나름 괜찮았지만 실력은 갖추지 못한 그런 상황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조선과 만주 경영(사실은 침략과 식민화)이라는 막부 말기 이래 일본의 거대 전략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그들의 도움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강제 개항 이래, 방어적 민족주의 운동 성향의 양이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 양이운동은 아시아주의와 흥아론이라는 기괴한 방식의 이론으로 흘러갔다. 훗날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오직 일본에 의한 패권주의의 원형이 이 때 발아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18827월에 발생한 임오군란은 조선의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 대원군을 제끼고 친정을 시작한 고종은 일본군에게 신식 훈련을 받은 정예 400명의 별기군을 애정했던 모양이다. 역시 권력은 무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종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자신들보다 3배나 많은 임금을 받는 불공정한 처우에서부터 시작해서, 혹독한 인플레이션과 재정파탄으로 기존의 훈련도감 출신 병사들에게 13개월 동안이나 임금을 체불하고, 또 배급한 군량미 조작질이 발각되면서 이른바 도봉소 난동사건(1882719)으로 구식 군인들의 불만이 폭발한다.

 

이런 난병들과 자신의 아들인 고종을 폐위하고 다른 임금을 세워 권력을 다시 탈환할 궁리를 하던 대원군이 합세하면서 판이 커진다. 결국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민씨 척족들이 대거 제거되고, 왕비 민씨마저 도주하며(시아버지 대원군은 며느리가 죽었다며 장사까지 치른다, 요즘 막장 드라마 못지 않은 활극이 아닐 수 없다) 전형적이 수구 쿠데타에 성공한다.

 

임오군란 와중에 한성에 거주하던 일본 공사관원들이 일부 살해되는데, 이는 훗날 일본군의 적극적인 개입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대만 출병, 세이난 전쟁 그리고 류큐 복속 등으로 정신이 없던 일본이 전열을 가다듬고 드디어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12권의 마지막 파트는 월남(베트남)의 종주권을 둔 프랑스와 청나라의 갈등에 할애되고 있다. 아시아의 거점으로 코친차이나를 염두에 두고 있던 프랑스는 사이공 델타를 중심으로 해서 하노이 왕국과 계속해서 무력 충돌을 하던 중에 결국 종주국 청나라와 맞짱을 뜨게 된다.

 

아무리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완패했다고 하지만, 세계열강 프랑스의 저력을 청나라는 간과했던 것일까. 육전에서는 비교적 청군이 선전했지만, 이홍장이 막대한 전비를 쏟아 육성한 4개 함대 가운데 복건 함대가 프랑스 해군에게 격멸당하면서 청나라의 전쟁 의지가 완전히 꺾여 버렸다. 결국 중국식 화이 세계관에서 남부를 차지하는 베트남을 프랑스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베트남-프랑스보다는 조선-일본을 상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이홍장의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 전 수업시간에 배운 중체서용, 동도서기론이 과연 내용적으로 병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물신의 시대에 어느 누구도 공맹의 도를 논하지 않게 되었다. 공맹의 종주국인 이웃나라 역시 껍질만 공산주의지, 자본주의 뺨치는 그런 수준의 나라가 되지 않았던가.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는 물질만 서구의 것을 따라하게 만들지 않는다. 역사를 통해 중국이 시도했던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의 실패가 그것을 말하지 않는가. 물질을 창조해내는 정신과 의식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명적 개조가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선행조건이었다. 그걸 이루지 못한 조선은 결국 망국과 외세에 의한 식민지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의 상황도 14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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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1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대다수 분들 서재에서 느끼지만, 레삭매냐님 마찬가지로 참으로 스펙트럼이 넓으십니다.
이 책 상호대차 도서로 부지런히 옮겨다니는 것을 보았어요. 인기 시리즈더라고요. 도서관 갈 때마다 연이 닿지 않으셨던 이유도 인기도서여서 그럴까요?^^
만화라 하니 조금 부담 내려놓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05-11 17:50   좋아요 1 | URL
저는 기냥 잡다하게 책을 읽는
닝겡으로다가 ㅋㅋ

그니깐요. 분명 도서관에는 있
다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더라
구요. 아마 누군가 끼고 읽고 있
었던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형식은 만화지만, 격변의 시대를
다루고 있고 또 구성도 알차서
입문서로는 그만이지 싶습니다.

mini74 2022-05-11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냥이들이 잠시 밉상으로 보이고, 사자들이 째째하고 팬더가 능글능글해 보이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ㅎㅎ 독수리는 확 한 대 치고싶고 ㅎㅎㅎ 굽시니스트님 책 참 재미있어요. 저도 도서관에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05-11 17:53   좋아요 2 | URL
나라별로 동물들을 배치한
것을 보면서 왠지 아트 슈피겔
만의 <마우스>가 연상됐습니
다. 역시 하늘 아래 독보적 새
로움은 없는 걸까요 -

로스께는 곰돌이로 나오더라구
요. 냥이들은 진짜 밉상 그 자체
였다는 점에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굽시니스트 작가가 캐
릭을 아주 잘 잡았습니다.

보니까 13편도 나왔던데 저희
도서관에는 수급이 되지 않았더
라구요. 한참을 기다려야겠네요
아숩게도.

coolcat329 2022-05-11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레삭매냐님 이 시리즈 진정한 매니아세요. 참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
이게 만화지만 글도 많고 쉽지도 않더라구요.

레삭매냐 2022-05-11 19:32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만화라고 어제 빌려서
생각하고 날을 넘기지 않고 읽겠
다라고 결심했지만 결국 하루가
넘어 가더라구요.

후반부는 꾸벅꾸벅 졸면서 읽어
서 격이 잘...
 
SF의 유령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박세형 옮김, 최용준 감수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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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에 속지 말자. 로베르토 볼라뇨의 새로운 책 <SF의 유령>은 에스에프와는 한참 거리가 먼 그런 소설이다. 나는 그의 팬이기 때문에 그가 설사, 제목으로 장난을 친다고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의 책이 새로 나온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서 읽을 거니까 말이다.

 

어젯밤에 <SF의 유령>을 읽다 말고, 문득 12년 전에 처음 읽은 <칠레의 밤> 생각이 나서 서가의 볼라뇨 코너에서 그의 책을 찾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단박에 읽어 내렸다. 참 이상하기도 한 나의 독서 편력이 아닐 수 없다. 새로 나온 책을 읽다 말고,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다니.

 

<SF의 유령>에 보면 1984년이라고 쓴 날짜가 게재되어 있는데 아마 그의 초기작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읽다만 그의 대표작인 <야만스러운 탐정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볼라뇨의 첫 번째 망명지였던 멕시코 시티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심심하게 다가온다. 나도 소설을 이끌어 가는 한 슈레야(로베르토 볼라뇨), 레모 그리고 호세 아르코 삼총사 같이 살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너무 오래 전이라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볼라뇨 작가에게 SF를 기대하지 않았다. 작가가 자신의 부캐로 삼은 한은 그링고 출신 SF작가들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날린다. 그들이 자신이 보낸 편지를 읽건 말건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저 편지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폭력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온 라틴 아메리카의 문청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과 레모는 그들이 새로 둥지를 튼 멕시코시티에 왜 그렇게 많은 문예지와 잡지 그리고 시를 담은 문집들이 난무하는지 조사에 나선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과 그링고 청년들은 비디오에 열광했다. 영국에서는 팝스타가 되기 위해 청년들이 열광했다고 하던가. 21세기 K-팝스타가 떠오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라틴 아메리카 청년들과 달랐던 건, 자신의 취미활동과 오락거리에 돈을 쓴 반면 가난한 우리의 아미고들의 선택지는 값싸고 초라한 시, 시 잡지였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돈이 들지 않는 문학 작품에 매진했던 게 아닐까. 최소한 상상력에는 돈이 들지 않으니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문학 붐이 일어나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튜브라는 강력한 미디어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상존한다. 초단위로 새로운 오감을 자극하는 동영상 콘텐츠들이 수시로 업로드되는 마당에, 가다듬고 편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학 작품 혹은 시 쓰기에 누가 그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단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전자는 대박이 나면 금전이라는 보상이 뒤따르지만, 점점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후자는 물질적 보상도 기대할 수가 없다.

 

고백하건데 나는 SF 문학에는 거의 문외한인지라, 볼라뇨 작가가 숱하게 인용하는 SF 작가들의 이름이 그렇게 낯설게 들릴 수가 없었다. 설사 들어는 봤어도 그들의 작품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재기발랄한 문청이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짚었나 싶다.

 

소설의 한 축에 SF 소설의 불모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문학도로 성공하겠다는 한과 레모가 있다면, 다른 한 축에는 이제 막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청년들의 감정들이 너울거린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정하다는 가정 아래, 썬업은 기본이고 장물 오토바이를 외상으로 사들여서 멕시코시티의 밤거리를 질주한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사랑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왠지 물설고 낯선 도시에서 청춘을 보낸 볼라뇨 작가의 단상을 엿보는 듯하다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쨌든 이 소설에서 SF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시간여행이나 외계인, 스페이스 오페라 같이 장대한 요소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밤이 내린 도시의 곳곳을 누비며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늑대 같은 사랑꾼의 모습들이 기대를 대신한다. 라우라와 레모가 사랑의 장소를 선택한 장소가 대중목욕탕인 힘나시오 목테수마라고 했던가. 목욕탕의 벽면을 장식한 아즈텍 제국의 마지막 황제의 시선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1984년작인 <SF의 유령>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볼라뇨를 읽을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시작은 <칠레의 밤>이었고, 지금은 <살인 창녀들>을 읽고 있다. 오늘은 야만적인 두께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샀다. 나에게 20225월은 볼라뇨의 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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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0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칠레의 밤. 기억하겠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5-10 15:21   좋아요 1 | URL
볼라뇨의 시작은 <칠레의 밤>
으로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5-10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토 볼라뇨?
역시나 처음 들어봅니다.
덕분에 새로운 작가를 많이 영접합니다^^

레삭매냐 2022-05-10 17:21   좋아요 2 | URL
제 마음 대로 저를 볼라뇨
전도사를 임명...

저희 오래된 독서모임에서
오래 전부터 볼라뇨의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함 하자 노래를
부르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결국 <칠레의 밤>으로 하긴
했었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열변을 토하지는 못한 것으로
기억하네요.

다시 한 번 더 잘할 자신이 ㅋ

라로 2022-05-10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라뇨,,, 또 다른 작가를 읽어야 하는 리스트에,, 적자 적어.ㅠㅠ
매냐님 찬찬히 소개해 주세요,, 따라가기 벅참요.^^;;;

레삭매냐 2022-05-10 17:57   좋아요 0 | URL
볼라뇨는 12년 전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찌리릿~~~
하는 무언가를 만난 작가
라 그런지 더 애정하고
있답니다.

더군다나 칠레가 우리나라
처럼 혹독한 군사독재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친 나라
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가더
라는 -

moonnight 2022-05-10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볼라뇨씨는 사놓기만 한 수많은 작가들 중 한 분ㅠㅠ 언젠가는 읽겠지요. (또 체념조ㅠㅠ;)

레삭매냐 2022-05-11 08:56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나올 책들이 있으니
마치 살아서 계속해서 집필하
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랍니다.

언젠가는 반다시 읽습니다 젭알.
 
SF의 유령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박세형 옮김, 최용준 감수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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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부터 로베르토 볼라뇨의 찐팬이다. 계속해서 그의 책들을 읽고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모두 좋을 수는 없다. 이미 제임스 설터의 소설집에서 그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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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그림 / 열린책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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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라뇨다. 지난주에 새로 <SF의 유령>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두 읽었다. 어젯밤에 문득 12년 전에 처음 만난 <칠레의 밤> 생각이 났다. 생각이 났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지. 바로 읽기 시작했다. 느즈막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얇은 책이라 그런지 날을 넘기지 않고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세 번째 읽는 <칠레의 밤>에서는 그동안 미처 모르고 있던 포인트들을 짚어낼 수가 있었다. 너튜브의 도움이 있었다는 말도 해야 할 것 같다.

 

볼라뇨 작가가 죽기 3년 전인 2000년에 발표된 <칠레의 밤>은 죽어가는 어느 사제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놈의 늙다리 청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두 번의 독서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미지의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늙다리 청년은 훗날 사제이자 문학비평가가 되는 주인공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마다 등장하는 가공의 캐릭터라고나 할까.

 

1950년대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한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 신부는 사제 서품 후, 페어웰이라는 필명의 문학 비평가를 후원자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농장에서 당시 칠레문단에서 신 이상의 대우를 받던 파블로 네루다와 만나기도 한다. 평소에 볼라뇨는 라틴 아메리카 문단을 주름 잡던 문호들을 까기로 유명했는데, 네루다와 옥타비오 파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너무 적나라하게 까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칠레의 밤>을 통해 저자가 가장 순수한 독일 문인이라 칭하는 에른스트 윙거를 알게 됐고 그의 책도 구해서 읽게 됐다. 파리가 나치 독일군에게 점령되어 있던 시절 윙거 대위와 만난 칠레 외교관 살바도르 페리스의 에피소드가 명멸한다.

 

그 다음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 시절, 합스부르크 황실에 품질 좋은 신발을 공급하고자 황제의 눈에 들려고 영웅들의 언덕에 묘지와 영웅들의 동상을 건립하려고 했던 어느 제화업자의 이야기도 기억 속에서 소환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1차 세계대전의 전화 속에서 제국은 멸망했고 결국 막대한 부를 창출해 보겠다는 제화업자의 꿈 역시 일장춘몽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바카체라는 필명으로 활발하게 칠레 문단에서 활동하던 우루티아 신부는 어느 날 권태와 나락에 빠져 버린다. 그 좋아하는 독서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오데임과 오이도라는 미지의 인물들을 만나 장학금을 줄테니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 모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 이바카체. 그 임무라는 것이 자신을 위해 설계된 것이라는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

 

미션 역시 조금은 황당하게 들린다. 오데임과 오이도는 유럽의 많은 성당들이 비둘기의 배설물로 쇠락해 가고 있는데, 그것을 방지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던가. 유럽으로 가는 배 안에서 자신의 권태와 나락을 극복하는데 성공한 이바카체 신부는 이탈리아 피스토이아를 시작으로 해서 토리노와 스트라스부르, 아비뇽, 부르고스, 나뮈르 그리고 생캉탱 등지에서 매를 이용해서 비둘기들을 만들어내는 무질서와 혼란을 제거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 바로 이 지점부터 내가 좋아하는 정치적 서사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쇠락해 가는 유럽 문화의 정수인 성당을 파괴하는 비둘기들은 좌파 지식인들로 유추할 수가 있다. 중세 이래 유럽 대륙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과시해오던 종교는 프랑스대혁명 이래 추락을 거듭했다. 볼테르를 필두로 한 무신론자 지식인들은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고, 질서유지라는 미명 아래 보수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온 종교를 공격했다. 그 결과, 반동 파시즘이 창궐하기 시작해서 흐트러진 사회 질서를 바로 잡고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신부들은 매사냥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에스파냐에서 종교재판이라는 폭력적 방식으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유럽 각처의 신부들이 고안한 매사냥 프로젝트는 대단히 효율적이었다. 곳곳에서 피투성이가 된 비둘기 사체들이 쌓이긴 했지만 그들은 부수적 피해라는 말로 내세웠다. 그리고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런 매사냥 프로젝트가 이전될 것이라는 묵시록적 예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셔널리스트 프랑코 총통이 이끈 스페인 내전에서 성공한 매사냥 프로젝트의 다음 무대는 바로 저자 볼라뇨의 조국 칠레였다.

 

1970년 살바도르 아옌데는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는데 성공한다. 세계의 보수적 질서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일대 충격이었다. 선거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합법적 방식으로 사회주의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걸 직접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런 칠레 혁명은 내부의 반동과 외부의 공작에 의해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게 됐다. 결국 1973911일 미국 CIA의 지원을 받는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로 칠레 혁명은 끝나 버렸다. 이바카체 신부의 후원자였던 페어웰은 이것을 보고 속이 다 시원하다고 했던가.

 

오데임과 오이도가 이즈음에 다시 등장해서, 우루티아 신부에게 상당히 미묘한 제안을 한다. 그것은 바로 일단의 수강생들에게 마르크스주의의 기초를 강의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후한 보수 제안이 뒤따랐다. 그렇다면 그 수강생들은 누구였을까? 바로 군사 쿠데타의 주범들인 피노체트 일당이었다. 쿠데타 당일 모네다 궁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은 아옌데 대통령은 이미 민주주의의 순교자가 되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매사냥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적이 교조로 받드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알기를 원했다.

 

이 악랄한 독재자는 자신이 어디까지 갈지 알고 있다며, 과연 그렇다면 자신의 적들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알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의 기초에 알 필요가 있다는 적확한 진단을 내린 것이다. 피노체트의 쿠데타 동지들이었던 라이, 멘도사 장군 그리고 메리노 제독이 이바카체 신부의 강의에 시큰둥했지만 피노체트는 역시 달랐다. 피노체트는 정보 조직을 통해 순교자 아옌데는 물론이고 전임 대통령들인 프레이와 알레산드리가 전혀 사회나 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규정한다. 어쨌든 이바카체 신부는 열 번의 강의로 독재자에게 대한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볼라뇨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선진적인 문명국가였던 칠레가 군부 독재 아래 야만의 시대로 퇴행하던 시절에 침묵했던 소위 지식인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다. 야만의 시대가 드디어 종식되고 민주화가 도래했을 때, 예의 지식인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본업에 복귀했다. 이바카체 신부 역시 가벼운 열병, 광기 혹은 일시적 정신 착란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았던가. 우리와 비슷한 역사의 궤적을 그린 칠레 역사의 실재를 알게 되면서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소설 <칠레의 밤>에서 을 의미하며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리아 카날레스의 파티하우스 이야기는 패스한다. 이미 두 번의 리뷰에서 빼놓지 않고 다루기도 했거니와 새로운 해석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소위 진보 지식인들이 자신들만의 해방구에서 희희낙락하는 가운데, 파티하우스의 지하실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대파에 대한 고문이 실행되었다는 점이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지 않은가.

 

결말에 등장하는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한다는 볼라뇨의 선언이 뼈를 때린다. 그 어느 때보다 가짜 뉴스, 정치적 혐오와 선동이 난무하는 시절에 한국에서 문학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뱀다리] 오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벼르던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샀다.

쿠폰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해서 단돈 4,910원

에 득템 !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보니, 두께가 참으로 야만스럽다.


집에 가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가르시아 마데로, 울리세스 리마 그리고 아르투로

벨라노까지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니 반갑다.

읽다말마의 반복을 이번에야 끊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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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09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갖고 있는데 아직 안 읽었네요. 조만간 읽어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5-09 17:37   좋아요 2 | URL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으실
수 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랍니다.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하인리히 뵐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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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하인리히 뵐 작가의 작품이라 샀다. 그런데 책은 가제본 스타일이다. 좀 더 멋지게 만들 수 없었나. 250쪽 치고는 가격이 싼 편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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