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75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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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3대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했던가. 소설 초반에 나오는 콜롬비아 평원에 지는 노을에 대한 묘사는 천하일품이었다. 잠시 멈춤에서 벗어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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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최경영 아자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다. 운전 중이어서 메모는 못하고 입으로 계속해서 되뇌였다, 잊어 버릴까봐. 너무 궁금해서 출근한 다음 네이버에게 물어봤다.

 


미완성 효과라고도 하는데 완결되지 않은 일에 대한 심리적 미련 혹은 여운 정도라고나 할까. 러시아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라는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들이 주문을 받은 뒤, 바로 다 잊어 버리는 장면에서 창안했다는 것 같다.

 

발단은 박찬욱 감독의 명성이 자자한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서래가 해준에게 영원한 미결이 될 거라는 여운과 미련이 남는 대사가 그렇게 좋았다고 했던가. 보통 나같이 단순무식한 관객들은 여운이 남는 모호한 결말보다는 딱 정리가 되는 그런 서사를 선호하지만, 또 연출가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계속해서 여운을 남기게 되는 그런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각고의 노력을 하는데 매진하지 않나 싶다.

 

나의 그 다음 연상은 바로 독서였다. 나의 독서에 자이가르닉 효과를 대입시켜 보니 또 무언가 깨달음이 생겼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책들을 만났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 가능하면 리뷰 혹은 독후감을 쓰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 다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책에 대한 내용들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상들을 모두 휘발시켜 버렸다.

 

왜 그랬을까? 자이가르닉 효과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션이 완결되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지 않았다. , 다 읽었으니까. 나의 머릿 속에 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좋고 싫고의 감정을 떠나 다 읽었다는 완결의 심리가 더 강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반면 몇 차례 읽기 위해 시도했으나 그러지 못한 책들은 나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이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작정 읽었다면 일주일이면 읽었을 책을 세 번이나 도전한 끝에 읽을 수가 있었다. 물론 그전에 들은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낭독 때문에 마치 다 읽은 것 같더라는 감상도 있었던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다 읽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에 <새벽의 약속>은 계속해서 못 다 읽은 책으로 지근거리에서 나를 괴롭혔다. 물론 지금은 다 읽어서 그것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이루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보니 어디 그런 책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도 지난 봄에 완독해 보겠다고 기세 좋게 나섰다가 못 다 읽었다. 오늘 새벽에 다시 집어든 앤드루 바세비치의 <워싱턴 룰>도 마찬가지다. 335쪽 짜리 책은 심지어 145쪽이나 읽었더라. 지난 세기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직업 군인 출신 교사이나 학자의 냉철한 분석이라 기울어져 가는 제국의 몰락을 사유하기에 적합한 판단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에이모 토울스의 <링컨 하이웨이>를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은 했는데, 수배하기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이라도 당장 사러 출동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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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8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 한 칸을 읽다 만 책으로 모아놨는데 읽다만 책장칸이 자꾸 늘어나는 마법이 ㅎㅎㅎ 그렇죠 뭐 매냐님 ㅎㅎ 덥지만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2-07-08 10:43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책방에 좀 누버 볼라고 했는데
책 틈에 낑가서... 한 숨이 에혀

너무 더워서 만날 너튜브만
보게 되네요. 미니님도 즐금되
시어요.

새파랑 2022-07-08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이가르닉 효과가 저런거군요 ㅋ
전 맨날 자이가르닉 효과에 빠져 살고 있는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07-08 10:44   좋아요 2 | URL
저야말로 자이가르닉 효과
에 옴팡지게 빠진 사람이라
고 생각합니다만 ㅋㅋ

페넬로페 2022-07-08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이가르닉 효과, 공감되네요.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7-08 17:16   좋아요 2 | URL
제가 독후감을 빙자한 리뷰
를 적는 그런 이유랍니다 :>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독서괭 2022-07-08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자이가르닉 효과! 재밌네요. 아 정말 못다 읽은 책들 빨리 완결시키고 잊어버리고 싶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7-08 17:17   좋아요 2 | URL
제가 아주 절실하게 그러합니다 -

읽다 만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요.

서니데이 2022-07-1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이 좋은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기억하는 건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자이가르닉 효과가 필요한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시원하고 좋은 월요일 되세요.^^

레삭매냐 2022-07-13 11:30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참 기억을 잘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까먹기 대장
이 되어 버렸네요...

말씀해 주신 대로 삶에도 자이가
르닉 효과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뒷북치는 6월의 독서 기록.


상반기 마감도 독서 마감도 쳐야 하는데 그놈의 귀차니즘 덕분에...


지난달에는 총 13권의 책들과 만났다.

그중에 7권이 치트키인 그래픽노블이었고, 1권은 희곡이었다.


5권 정도 읽은 것으로 치면 될 것 같다.


기대했던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바닷가에서>는 그냥 시큰둥했다.

<글록>은 여전히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수작이었다.


오래 전에 작고 하신 싼마오의 이야기들은 서글펐고...


그렇다면 결국 베스트는 하인리히 뵐 아재의 <아담>으로 가야 하는가.


이달초에 만난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의 <폴과 비르지니>가 참 좋았다.

다시 읽어 보고 싶어라.


이달에는 왠 놈의 신작들이 이리 마구 나오는지...

에이모 토울스의 신작부터 시작해서 다비드 오빠 아니 디옵의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워싱턴 블랙 등등... 신간 출간 소식에 기분이가 좋다.



나는야 포켓몬빵 사냥꾼, 오늘은 피카츄 망고컵케익

을 득템하는데 성공했다.


아이템 하나 더 기대를 했으나, 라이벌들이 워낙 많

다 보니 한 아이템으로 사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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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7 1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아담..>하고 <폴과 비르지니> 담아놓았어요. 근데 정작 7월은 계획이 꽉 차있네요^^;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결국 다음달로ㅎㅎ 여름 끝나기 전에 읽어보려 합니다.

레삭매냐 2022-07-07 15:37   좋아요 3 | URL
그니깐요, 좋은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고 하니 그만 독서
새끼줄이 꼬여 버렸습니다.

저에게 여름은 전통적인 독서의
계절이랍니다. 열심히 달려 볼라
구요.

미미 2022-07-07 14: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뒷북이면 어떻습니까^^
저는 이도저도 다 밀려 백기든 상태예요. 지난번 언급하셨던 그래픽 노블 군침흘리는 중입니다.

아 <소용돌이>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7-07 16:47   좋아요 3 | URL
ㅋㅋ 감사합니다 -

<소용돌이>는 아주 흥미롭게
만나고 있는 중이랍니다.

콜롬비아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해 책으로 배우고 있다고나
할까요...

페넬로페 2022-07-07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낙원만 구입해두었기에 일단 낙원만 먼저 읽어야겠어요.
아담과 글록 찜합니다.
레삭매냐님의 신간 통신 기다릴께요~~

그냥 주워 먹는 제가 감사를 전합니다^^

레삭매냐 2022-07-07 16:50   좋아요 3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경우,
<낙원>은 좋았으나 <바닷가에서>
는 좀...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진 몰라도 선뜻 <그후의 삶>
에 손이 가지 않네요. 그 책도 닐거야
하는데.

주워 드시다니요... 오늘도 또 이렇게
격려에 힘 입어 신간 사냥에 나서 봅
니다.

이달의 기대작은

에이모 토울스의 <링컨 하이웨이>
다비드 디옵의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에시 에두잔의 <워싱턴 블랙>

이렇게 되겠습니다.

새파랑 2022-07-07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카츄 좋아하시는군요 ^^
생각해보니 저도 6월의 독서기록을 정리 못했네요 ㅜㅜ
오늘 해야겠습니다~!!
<아담>은 역시 괜찮나보군요 ^^

레삭매냐 2022-07-07 17:55   좋아요 2 | URL
제가 피카츄를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
집에 포켓몬빵을 닦달하는 1人이 있어서리...

새파랑님의 6월 기록을 기대해 봅니다 -
<아담>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엔딩까지도.

mini74 2022-07-08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살이 !! 이 더위에 입맛도 없는데 자꾸만 살이 찌는게 저 빵들을 사들이고 먹진 않고 스티커만 빼가는 분이 계시답니다 . 이제 포기할때도 됐는데 포기를 못하네요. 100원받고 한놈씩 그려준다니까 비웃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7-08 10:46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기껏 사다가 진상
했더니만, 띠부실만 챙기고
빵은 너무 달다고 한 입 먹고
안 먹더라구요.

참 내 어이가 없어서 -

혹시 그린 놈들 있으시면 공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궁금하거든요.
ㅋㅋㅋ

mini74 2022-07-08 10:31   좋아요 1 | URL
제가 잠만보 그려줬더니 잠만보가 저주할거라고 ㅎㅎㅎ 제가 좀 많이 못 그립니다 매냐님 ㅋㅋ

레삭매냐 2022-07-08 10:47   좋아요 1 | URL
아니 기껏 그려 주었더니만
그런 악담을...

제가 다른 캐릭은 몰라도
잠만보는 안답니다. 집에 피규
어도 사다 두었답니다 ㅋㅋㅋ
 

가장 인간적이어야한 그 순간에, 나를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도록 지시하는 그 목소리에 더 이상 복종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난 자유로워졌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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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우리 앞에 여명이 나타났다. 우리가 정확한 시각을알지도 못하고 있을 때, 공기 중에 모슬린처럼 너울거리는 불그스레한 수증기가 파하 브라바 초원 위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별들은 잠들어 있었고, 저 멀리 지평선에 오팔 빛깔의 활활 타오르는 구름이 나타났는데, 붓으로 한 번 격렬하게 그린것 같은 구름이 응고된 루비 덩어리처럼 보였다. 찬란한 여명이 비치는 가운데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오리들, 공중에 떠다니는 눈송이처럼 굼뜬 백로들, 파닥거리며 나는 에메랄드 색앵무새들, 다채로운 색깔의 구아카마야**들이 허공을 갈랐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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