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좋은 인연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돈이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라는 생각이다.
사람.
하늘이 존재하고 땅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사람을 위해서다. 너무나 인간 중심적인 이기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이렇게 말하는 나를 누군가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필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람에 의해 인식됨으로써 존재한다. 사람이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없다면 누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할 것이며, 저 아름다운 자연을 누가 찬미할 것이고, 태양계, 은하계의 질서정연함과 E = mC^2 라는 자연의 법칙을 누가 인식하고 그 근원자를 숭배할 것인가?
세계의 여러 창조 신화를 보면, 신들도 그저 존재하기가 따분하여 인간이란 예술품을 만들고 그를 통해 인식 받음으로써 즐거워하였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저 지루하고 따분하게 그저 있을 뿐이며, 인간이란 존재가 생겨나, 지지고 볶고 싸우고 앙앙거리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하늘과 땅과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이 비로소 그 존재 의미를 확인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이는 신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하는 질문과 같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였다고 하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은 그 존재를 확인 받을 길이 없다. 과연 호랑이나 늑대, 강아지와 병아리, 악어나 공룡이 신의 존재를 확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은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나 유치원생이 칭찬해준다고 해서 그것을 좋아하고 뿌듯해 할 그런 성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인정받고 확인 받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수준의 누군가가 필요하며, 신 역시 확인 받고 그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신에게도 인간이 중요한 것처럼 인간에게 인간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아무리 비싼 옷을 입고,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타워팰리스에 살고 마이바흐를 타고 다닌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부러워해주고 멋있다고 박수 쳐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과연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인가?
이처럼 인간에게는, 그리고 신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는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주역, 건괘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見龍在田 利見大人 현룡재전 리견대인”
이 말은 현룡이 되어 자신의 마당을 갖게 되었으며 대인을 만나니 이로움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은 잠룡, 현룡, 비룡, 항룡의 인생을 살아간다. 잠룡물용. 아직 때가 안 된 사람은 쓰지 말라는 뜻이며, 어린 시절에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열심히 배우라는 뜻이다. 현룡재전. 잠룡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면 성장하여 현룡이 되는데, 현룡이 되면 자기 마당을 갖게 되어 비로서 일을 도모할만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룡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대인, 즉 자신을 도와줄 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승천을 준비하는 현룡이든, 드디어 하늘로 박차 오르는 비룡이든, 이젠 은퇴해야하는 항룡이든, 사람은 모두 대인을 필요로 하며, 결국 이 말은 사람은 그가 살아가는 전 생애에 걸쳐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는 뜻이며, 좋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 큰 일을 이룰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동네 구멍가게 사장으로 그의 인생을 마치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좋은 사람과의 인연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인연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좋은 책과의 인연이다.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물리적 한계에 구속되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과의 인연을 통한 간접 경험이 중요하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수천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데, 주식 투자서 관련서만 해도 대략 수백 권을 읽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을 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세상의 돈이 마치 내 돈과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실제로 주식 투자에 임해서는 도무지 적용하기가 쉽지 않고, 실전에 도움이 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수백 권의 투자 관련서 중 필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 권의 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켓위자드”, “혼마 무네히사”, “딕슨 와츠”다.
마켓위자드는 잭 슈웨거라는 미국 사람이 1980년대 말 미국 금융시장을 주름잡던 투자 거물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투자원칙과 매매방법, 자금관리 방법, 투자심리 조절 방법에 대해 쓴 책으로, “마켓위자드”와 “뉴 마켓위자드”, 두 권의 책이 존재한다.
“뉴 마켓위자드”는 필자가 팍스넷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던 1999년, 팍스넷을 통해 김태완, 양영빈씨가 “타이밍의 승부사”란 제목으로 출간하였고(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않다), 그리고 필자가 원서로 읽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마켓위자드”가 드디어 한글로 번역되어 시장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뉴 마켓위자드”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미국의 투자 대가들이 나오지만 “마켓위자드”에는 1980년대 후반 미국 증권시장에서 과연 훌륭한 투자자는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태어나는 것인가의 논란으로 화제가 되었던 터틀 그룹의 아버지 리차드 데니스, 소로스와 더불어 퀀텀펀드를 만들었던 짐 로저스, 시스템트레이딩계의 살아있는 전설 에드 세이코타, 지금도 세계 헷지펀드 연봉 상위 랭크에 올라있는 폴 튜더존스, 시장 주도주 발굴의 일인자 윌리엄 오닐과 같이 수십 년의 시간을 극복하고 지금까지도 미국 증시를 주름잡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며, 미국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보는 책이 바로 이 “마켓위자드”다.
사실 “마켓위자드”는 1980년대 후반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주식투자의 필독서로 꾸준히 팔리는 책으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필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른 두 권의 책은 “혼마 무네히사”와 “딕슨 와츠”다. 혼마 무네히사는 “거래의 신, 혼마”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으며 필자가 팍스넷을 통해 대략의 내용을 정리해 올린 바가 있고, 나머지 한 권의 책, “딕슨 와츠”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인데 필자가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필자가 읽었던 수백여 권의 투자관련서 중, 이 세 권의 책은 실제 필자의 투자 실력을 크게 업그레이드 시켜준 책으로, 누군가 필자에게 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물어보면 필자는 아무 부끄럼이나 꺼리낌없이 이 책들을 추천한다.
(혹시나 나중에 필자의 투자 실력이 더 좋아지면서, 과거에 이 책들을 추천한 것을 부끄러워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그 때의 문제고 현재 상태에서는 그러하다는 말이며, 또한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생각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많은 투자가들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하락은 좌절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부의 시간, 단련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힘들수록 포기하지 말고 좋은 투자 선배들을 찾아 다니고 좋은 투자 서적을 읽으며 공부해야, 설령 지금은 실패했다 할지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러 차례 큰 돈도 벌어보고, 또 크게 망해보기도 했다. 돈이 있을 때는 나이에 비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까지도 갔었으나, 망했을 때는 점심 한끼 사먹을 돈이 없어 본적도 있었다.
돈.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총각이었을 때는 돈이 없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얻어 먹을 자신이 있었기에 큰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자라니 돈이 없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돈은 수단일 뿐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한 사람들은 많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있고, 그것이 돈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기에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돈이 아무리 많고, 아무리 예쁘거나 잘 생겼거나, 아무리 명예가 높고 학식이 높을지라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돈이 없다면 세상을 살고 처자식과 늙은 부모를 공양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러하기에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갖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 주식시장이 있다. 사실은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외환 시장, 채권 시장, 원자재 시장, 등.. 자본주의 사회에는 돈이 둥둥 떠다니는 그런 곳이 생각보다 많으며, 투자의 도를 깨달은 사람들은 그저 이들 돈이 흘러가는 곳에 빨대를 꽂고 돈이 필요할 때 그저 쭉쭉 빨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의 다른 어떤 곳도 마찬가지지만 주식시장, 투자시장에서는 치열한 공부가 필요하며, 그래서 스스로 투자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저 투자의 도를 깨달은 사람을 위한 금고로 존재할 뿐이다.
연일 하락하는 주식시장.. 당장은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비록 지금은 배고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시간이 흐른 언젠가는 과거의 아픈 고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하며 살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따라서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당장 괴롭다고 술을 찾을 것이 아니라 책을 봐야 한다. 오늘 필자가 소개한 세 권의 책, “마켓위자드”, “혼마 무네히사”, 그리고 조만간 출간될 필자의 주석서 “딕슨 와츠”를 읽고 깊게 생각한다면 분명 스스로의 투자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