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12월27일 화요일
걸은 거리: 33km
걸은 시간: 오전 10시50분~오후 7시10분 총 8시간
이동 경로: 평창,방림면,대화면,장평면,속사리
바빴다.
바쁘다는 핑계로 국토종단을 못 떠날 내가 아니다.
새벽 4시40분.
설빈이가 새벽기도가는 소리를 듣고 슬슬 일어났다.
대견하지... 녀석,그래도 신앙심이 깊어서 축복 작정 5일 새벽기도를 다니느랴 고생이 많다.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무장을 단단히 했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6시 20분.
1층에서 교회를 다녀오는 설빈이를 만났다.
옷은 왜이리 춥게 입고 다니는지....
범계 사거리에서 1650번 좌석버스를 탔다.
버스는 새벽의 차가운 바람을 가르면서 달렸다.
그 새벽부터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열심히 더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거의 다 다랐는데,,,이거 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7시10분 평창행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5분도 안 남았다.
버스 기사님의 고향이 땅끝 해남이라고 하셨다.
고향이야기를 나누니 기사님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피곤하실 텐데 가족을 위하여 새벽에,하루내 운전하시는 일이 힘드실 텐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터미널에 도착했다.
운명에 맡기려니 했지만 이상하게 자신이 있었다. 꼭 탈 것이라는 믿음이....
버스에서 내려서 무조건 뛰었다.
1분도 안 남았다.
승차권도 안 끊고 무조건 배차하는 곳으로 뛰었다.
백미터 달리기 하듯이 뛰어서 도착한 곳에는 버스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현금으로 승차권을 대신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가뿐 숨을 고르면서 버스에서 한숨을 쉬었다.
마음에 희열이 밀려왔다....

평창 터미널 옆에 있는 해장국집의 따로국밥은 맛나다.
덩치 좋은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국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군침이 돌 만큼 맛나보인다. 저번 국토종단을 마무리하고 먹었던 맛을 잊지 못하고 평창에 도착후 다시 그 국밥집을 찾았다.
감기 기운이 있었다.
기침도 옅게 나오고 피곤과 일에 지쳤나보다...
그래도 떠났다. 이 따위 옅은 감기 따위가 나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뱃재에 다시 섰다.
옷과 장비 또한 겨울을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정신력 또한 이 겨울 찬바람과 추위를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게 25일차 국토종단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완전무장을 했다.
바지 안에 내복을 입었고 장갑안에 얇은 장갑을 더 꼈고 모자를 쓰고 얼굴에 방풍 마스크를 섰다. 방풍 마스크의 위력은 대단하다.
정말 따뜻했다.
12초에 추워서 고생을 된 서리나게 해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걸어도 춥다. 빨리 걸어도 춥다.
강원도의 날씨는 상상이상이다.
모든 게 얼어붙고 두껍다.
평창강에는 두툼한 얼음이...

평창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 아니 올해 1월달에 왔구나.
그때 평창 송어축제를 다녀갔다.
멀리 평창송어가 보인다.
송어의 원산지라고 한다. 그래~~ 그때 맛이 좋았지.
저 사진을 보면서 아~~ 맛있게 생겼다고 상상하는 건 정말 나쁜 아저씨겠지^^


워낙 두툼하게 옷을 입어서 추운지를 몰랐다.
하지만 평창강의 저 얼음을 봐라.
절정의 추위를 실감케한다.

무우밭에 무우가 가득하다.
올해 무우값이 폭락했다더니 추수를 안 하셨나보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하니... 농민들의 시름이 느껴진다.
배추값이 만원을 넘어 올해는 배추를 많이 재배했는데 똥값이 되고 이래저래 농사를 짓는 분들이 힘들다. 농부들이 웃는 나라, 서민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아쉽다....

겨울에 가장 힘든 것은 추위도 추위지만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문제다.
여름이면 정자나무 아래나 정류소에서 쉬면 되는 데 이렇게 추운 날씨엔
당최 식사시간이외는 쉴수가 없으니 무작정 걷는 수 밖에 없다.
걷는 게 일이고 걷는 게 휴식이 된다.
3시간이 넘으니 슬슬 다리에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계속 국토종단을 한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한 두달에 한번씩 하는 국토종단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한번도 후회해본적이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에베레스트 산을 가는 것도 아니고 달나라를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시30분.
드디어 장평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먹고 마시는 곳이 거의 없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따로국밥외에 먹은 게 없다.
그리고 추위와 걷기에 지쳤다.
5시간 만에 장평의 흥부네집이라는 식당에 들어 섰다.
여기서 밥먹고 쉬자.
무리하지 말고 여관과 민박집이 있으니 쉬자는 생각뿐이었다.
황태해장국은 예술이었다.
대관령과 덕장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황태해장국은 거의 예술이다.
황태의 부드러운 맛과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국물은 또 얼마나 고사하던지 힘들었던 걷기의 피로가 황태해장국에 풀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혹 국토종단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60을 넘으신 분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셨다고 한다.
여기서 고성까지 7일의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나는 6일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복은 검소함에서 오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고,,,
착한 말,좋은 말을 하면서 오는 사람 잡지 말고 가는 사람 막지마라...
식당을 나서면서 물었다.
"이곳에서 걷다가 민박이나 여관 있습니까?"
30분만 걸으면 있단다.
철석같이 믿었다.
밥도 먹었겠다. 슬슬 운동도 할겸 30분만 걸을까?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근처에 여관 민박집에서 자고 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그 시각이 4시40분이다.
믿고 그냥 걸었어...

30분이 뭐냐?
한 시간을 걸어도 여관은 커녕 민박집도 없다.
걷다가 파출소에 들려서 물었다.
2시간은 가야 있지요. 속사 3거리 여관이 있었던가?
의아해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항상 차만 타고 다니지 걸어본 적이 없다.
그 사람들 차로 10분이 나는 2시간이다.
30여분있다가 여관있다는 말은 3시간 걸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했어야 옳았다.
으~~~ 그렇게 당하고도 또 속다니?
속은 게 아니지. 내가 상황파악을 잘 못한게지...
추위와 찬바람 속에서 7시가 다 되어 도저히 안되겠다.
근처 여관있는 곳까지 얻어타려고 손짓 발짓을 했지만 차 한대 안 세워준다.
20여대는 세웠을 게다. 노 코멘트.... 냉정하다. 한 밤중 귀신 나올 시간도 아닌데... 냉정하다. 어디까지 가세요? 물으며 창문 여는 사람없다.
눈은 오지,,, 바람은 불지,,, 완존히 이거 뭐 되겠다.
숭글이 말대로 진부에서 택시를 부를까?
마음을 비웠다.
이것도 나의 국토종단의 한 부분이다.
스마트폰이나 첨단 장비가 있으면 아는 게 쉽겠지...
내가 고생하려고 떠났지. 정보를 이용하여 쉽게 걸으려고 떠난 여행이지 않잖아...
이런 상황과 추위, 찬바람 속의 고립도 과정의 하나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더 걸었다.
걸을 힘이 아직 남아 있고 즐기자.
추위를 막으려고 갖가지 장비도 동원했으니 오늘을 좀 더 걷지...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인데 악 조건에 더 걸을 뿐이잖아....
그렇게 걷다가 저 멀리 민박집을 발견했다.

민박집 주인은 인상과는 달리 포근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다른 데 같으면 가격 먼저 묻고 말이 많은데... 커피부터 내온다.
감사하다. 방이 지금은 춥지만 화목보일러라 불을 지필 것이니 그리 알라고 하신다.
충주의 그 민박집과 너무 비교가 된다.
2만5천원에 방값을 지불했다.
내가 너무 깍았나....

2만5천원에 얻은 민박집은 마음에 들었다.
방 하나 있는 민박을 독채로 얻었다.
주인장이 장작을 지펴주었는데 내가 더 추가로 넣었다.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면서 내 두려움과 힘겨움의 생각덩어리들을 태워버렸다.
그렇지... 이제 2011년도 몇일 안 남기고 있다.
방 바닥이 따뜻해지고 나는 누워서 이 책을 펼쳤다.
구본형은 우리나라에 몇 안되게 글을 잘 쓰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치열하게 살아오거나 많은 이력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글이 날개를 단 것처럼 자유롭다.
잔잔함과 따뜻함,부드러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이런 책은 드물다.
수첩에 2011년을 정리했다.
수첩에 2012년의 계획을 세우는 데 2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구본형의 책을 읽으며 2012년의 최대의 목표를 책 출간으로 선택했다.
방 바닥이 따뜻해지며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시간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내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 그렇게 살고 싶다...

구본형의 글을 읽었다.
지금 당장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욕망을 찾아 떠나라.
당신의 미래가 복제된 작은 도토리를 심어라. 그리고 하루에 2시간은 이 꿈을 키우기 위해 써라.
밥 한 그릇과 옷 몇벌을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시간을 파는 것은 노예이다.
결국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 삶을 살며 언제나 상황의 희생자일 뿐이다.
세상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우리는 행복하다.
역망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욕망에 평생을 걸어라.
시간을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더 이상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바로 죽었다는 뜻이다.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마라.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