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7 아버지의 선물

 

 

 

 

 

 

 

1990년 6월의 어느 날.

 

 

 

아버지와 나는 군산 터미널에 위치한 허름한 슈퍼에 앉아 있다.

아버지는 자리에 앉자마자 소주 한 병을 주문하시고 맥주 컵에 가득 부으셨다.

한번도 쉬지않고 소주를 마시고 계란 하나를 소금에 찍어 안주로 드셨다.

목이 타셨나보다. 그래 목이 타실만도 하셨을 것이다.

 

30여분 전, 군산지방법원에서 여러 서류에 도장과 지장,탄원서, 등등

많은 서류에 사인을 하시고 젊은 검사에게 사정 아닌 사정을 하셨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성숙하고 치기어린 아들의 사고에 대한 처벌이 이제 다 끝난 순간이었다.

 

화가나셔서 자식에게 욕을 한 마디라도 하실 수도 있으련만

술 드시고 소리쳐 "우라질 아들 놈 덕분에 이런 데도 와보는구나..."  한탄이라도 하셨으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그저 남은 술을 잔에 따라 드시며 계란을 소금에 찍어 드실 뿐이셨다.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참으로 면목없고 죄송스러운 마음밖에 없다.

 

 

 

 

"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구나.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

 

 

이리에 와서 헤어지는 순간에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씀을 하셨다.

 

 

 

 

 

 

 

 

 

 

 

 

 

 

찬빈이와 남포동,광복로,국제시장 구경을 마쳤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축제도 보았다.

따뜻한 부산의 날씨, 저마다 사람들의 웃음과 사연들,옷깃을 스치며 추억을 만드는 그 순간들의 찰나를

아들과 함께했다. 아무리 힘든 시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헤쳐온 시간들.

 

 

 

 

 

 

 

 

 

 

 

 

 

 

 

 

 

 

 

 

자갈치 시장 근처에서 숙소를 구했다.

 

저녁에 야간열차로 안양으로 갈까도 생각했는데

언제 아들과 또 이런 여행을 올까...그래 하루 더 자고 가자.

 

숙소는 밖에서 보는 것 보다 더 허름하고 시설이 낡았다.

돈을 지불하고 방을 보는 순간

 

"그냥 갈까? 아니면 다른 곳을..."

 

비위에 강한 나인데도 영 아니다..

그때 든 생각이

 

"이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다. 어제는 준호텔급에서 잠을 잤으니 오늘은 이렇게 허름한 곳에서 묵는 것도

아들에게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자는 내내 후회했다.

생각보다 더 청결하지 못하고 오래된 묵은 냄새,이상한 소리,귀신 나올 것 같은 방의 분위기.

살다살다 그렇게 후진 곳은 첨 봤다.

 

 

 

 

 

 

 

 

 

 

 

 

 

 

찬빈이가 산낙지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회를 먹으러 가자!

숙소 근처의 횟집에 들어갔다.

 

 

"요녀석,싱싱한 놈으로 한 마리 떠주쇼!"

 

30여분이 되어도 안 나오는 회.

성의가 너무 없다.

오가는 손님에게 회를 파느랴 정작 안의 손님에게는 무관심하다.

 

사장을 불러  날카롭고 야무지게 한마디 했다.

회는 5분도 안 걸려 나오고 사과의 말과 또 다른 한 접시의 회가 서비스로 나왔다.

옆 테이블의 중국관광객에게 그 서비스 회를 건넸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오!! 선물이니 드세요~~"

 

 

 

 

 

나는 소주와 맥주를 찬빈이는 사이다로 건배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마음과 아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서로 나누었다.

소주는 달고 맛났다..

그렇게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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