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에 밤에 찾아왔다.

나의 베이스캠프에도 밤이 찾아왔다.

캠핑의 맛은 역시 밤에 있다.

밤의 어둠을 둟고 적막과 자연, 그리고 나만이 존재한다.


 

그 자리에 모닥불이 나를 맞이한다.

사람이 참 이상하다.

여행가기 전에는 할 것도 많고 정말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 데

막상 홀로이면 뭘 할까?

도시를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홀로 가는 인생에서 가끔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은 아직 수양이 부족해서리라 생각해본다.

아직 철부지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 모닥불이 좋다.

어린날에 소죽을 쑨다고 많이도 불을 태웠다.

그런 어린 날의 기억덕분인지 나이가 들 수록 이 불 피우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이 모닥불에 내 모든 번뇌를 넣어 본다.


 

그리고 이 뜨거운 불속에서 나의 미래가 탄생한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풍류의 한 부분이다.

고등어 통조림과 김치를 넣고 찌개를 끓였다.

처음처럼을 마시다 시원한 카스맥주도 마셔본다.

이 맛이라니까~~!!!!


산다는 게 이런 맛에 산다니까....


 

 

 

 

 

 

 

 

 

 

 

 

 

 

 


내 친구,


'나가부치 쯔요시'의 노래를 엄청 들었다.

도시에서 듣던 그의 노래는 이 덕적도에서는 더 남다르다.

음악이,그가 친구처럼 느끼게 된다.


'톤보'로쿠나 몬자에' '런' '샤본다마'

그의 노래는 시이자 영혼의 감동리스트다.

그의 절절하고 호소력 짙은 음색에서 캠핑의 감동이 더해간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 하나도 외롭지 않다.

술과 음악, 외로움이 있기에 말이다...

 

 

 

 

 

 

 

 

 

 

 

 

 

 

 

 

 

10시 반 쯤 잠이 들었다.

하루내 피곤하기도 하고 술 기운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잠이 들게 한다.


아마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크레타섬에 광산사업을 하다가 만난 희랍인 조르바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화는 무슨 선문답같다. 카잔차키스를 변화시키고 영혼을 사랑하게 만든 남자 조르바.

이 소설을 읽노라면 아~~~ 정말 책 읽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알게 된다.


 

 

 

 




그렇게 밤이 깊어 갈 줄 알았는데..


 


젠장, 새볔 3시에 눈이 떠졌다.

도저히 추워서 못 자겠다.

추워서 못 살겠다. 어서 모닥불을 피워서 몸을 녹이자.

먼저 소주를 한 컵 들이켰다.

그제야 몸에서 열이 좀 난다.


모닥불에 불을 지폈다.

주위가 안개에 다 젖었다.

그래도 잘 탄다.

이거 텐트는 시원찮아도 침낭은 좋은 걸로 장만해야 겠군...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침까지 잤더라면 추억이 안 쌓이는데 이렇게 또 추억을 만들잖아...


 

 

 

 

 

 

 

 

 

 

 

 

 

 

 

 

 

 

 

 

 

 

 



나무 찾아 삼만리.

주위에 나무가 많아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새벽에 이렇게 홀로 보낼 수 있음에..

또한 여행을 떠나온 것에,,,,

항상 나를 믿고 따라주는 아내의 감사함에,,,


열심히 흔들리지 않고 떳떳이 살아가는 내 자신에...


이 밤의 아름다움에...

그렇게 새벽 5시가 될 때까지 모닥불앞에서 생각에 잠겼다.

도시의 생각과는 다른 그 어떤 성찰이 있었다.

몸도 따뜻해지고 이제 텐트안으로 가서 좀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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