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그해 여름, 처음으로 여자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내 인생 여자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나는 2시간의 외출 허락을 받고 부대 앞 식당을 헤매고 있었다.

2시간은 2틀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의 소중함은 간절히 얻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다.

 

 

 

부대 앞 영양탕집과 여러 보양식이 있는 음식점밖에 없었다.

예초부터 김치찌개나 점심 식사를 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누가 영업에 보탬도 안 되는 음식을 팔겠는가.

그것도 바쁜 일요일에 말이다.

 

두 번째 갔던 집에서 사정을 하니 주인 어르신이 허락해주신다.

어쩌면 간절하게 말한것이 통한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조금씩 사라지는 시간과 안타까운 마음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아쉬운가.

 

 

"군인 아저씨가 뭔 돈이 있겠노.

따뜻한 된장 찌개에 밥 서비스로 드리거라."

 

주인은 종업원에게 말했다.

 

식당은 밖에서 본 것 보다 더 운치가 있고 좋았다.

손님 방이 따로따로있었는데 우리는 대청 마루 옆 작은 발이 쳐진 곳에서 상을 두고 앉았다.

여름의 한낮이었지만 흙집에서 나오는 서늘함과 바닥이 툇마루처럼 옛 마루바닥이라서 시원했다.

밖에서 우는 매미 소리로 한여름임이 깊어감을 알 수 있었다.

매미 우는 소리가 어쩌면 내 귓가에 애처롭게 들렸다.

종업원은 된장찌개 이인분외에 갖가지 많은 반찬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소주를 한 병 시켰다.

 

"소주 마셔도 돼?"

 

K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취할 정도로 마시지만 않으면 될 것 같은데..."

 

유리잔에 소주를 따라 단숨에 마셨다.

달았다. 소주가 이렇게 달 수도 있구나.

왜 기분과 날씨,상황에 따라 소주맛이 다른지,소주는 언제나 그 도수에 그 맛인데 말이다.

몇 잔을 거푸 마셨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울었다. 눈물이 펑펑나도록 울었다.

나는 서럽게 울고 있는 데 그녀 K는 황당했는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그 때가 1994년 그해 여름,상병 6호봉 병장을 두 달 남긴 일요일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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