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공평한 것이 있다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이다.

단 한번도 그것을 이겨낸 사람은 절대 없다.

그래서 두번도 아닌 단 한번이기에 삶은 소중하다.

한번은 연습으로 두번째가 진짜라면 우리는 그렇게 서투르게 살지 않을 것이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삶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가고 있다.

 

이제 100세 시대의 현실에 살고 있다.

그 어떤 노래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맞다.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오래도록 몇 대를 이어온 기업들.

창업자는 분명 부를 쌓기 위해서만 사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업체,그 자체가 아들이고 딸이고 피와 땀, 가치였을 것이다.

누군가는 먼저 눈길을 걸어가야 뒷 사람이 그 길을 안전하게 따라 갈 것이다.

초심자는 가본적이 없는 길이기에 정확하고 안전한 길을 가야 한다.

 

나만을 위해 사는 인생은 하수의 삶이다.

내가 이렇게 잘 사는 것은 분명 나만이 노력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돌다리를 놓고 사다리도 설치하였고 콩과 쌀,땔감을 준비해놓은 덕분에 먹고 입고 따뜻하게 잤을 것이다.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2014년 12월 24일,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아마 단체 문제인 것 같다.

동창회장에게서의  문자는 부모님 상이 아닌 친구의 별세 소식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문자를 받았지만 잠깐 마음이 심란했지만 친한 친구가 아니어서

금새 잊었었다.

그런데 이번 문자는 달랐다.

 

강**.

이 녀석은 고등학교 2,3학년때 단짝이었던 친구였다.

백솔 담배를 아주 맛나게 피우고 발이 유난히 컸던 친구,곧잘 주먹도 잘 써서

어려운 것도 해결해주던 친구,그의 집 완주군 상관면에 가끔 갔다.

운치가 있는 자연과 개울가,그리고 친구의 집,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무슨 이야기인지 하염없어 떠들다 잠들면 금새 아침,새벽 6시40분에 학교로 등교했다.

고교시절을 떠올리면 꼭 떠오르는 소중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죽었다.

 

한참 문자를 들여다 보았다.

여지없는 현실이었다.

나에게 절친한 친구의 죽음은 처음이었기에 강도 높은 충격이 왔다.

그리고 결정내렸다.

꼭 장례식장에 참석해야겠다.

꼭 먼길 떠나는 친구 술 한 잔 따러 주어야겠다.

저승길가는 노잣돈은 주어야겠다.

 

운도 없는 친구.

하필이면 왜 크리스마스 이브날 먼길을 떠났느냐....

그날 밤,아내와 저녁을 먹고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다녀온다고 얘기했다.

 

전주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장례식장.

영정 사진 속의 친구가 날 보고 있다.

그 젊은 날 멋진 사진을 담아 놓았으면 좋으련만...

가족들도 갑작스러운 현실에 그럴 경황이 없었으리라...

 

아들 셋, 딸 하나, 아내와 네 자녀를 남겨두고 어떤 마음으로 떠났을까...

큰 애는 대학생, 막내는 이제 5살...저 어린 녀석을 보니 내 마음도 이리 아프거늘... 너는 어떻게 떠났니...

18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아내, 제수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술을 따랐다.

빈잔에 한 잔, 두 잔, 망자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우리 젊은 추억의 시간들을 위하여...

 

친구여...

그래, 그곳은 춥지 않은가?

여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이제 푹 쉬시게...

그대와 나누었던 시간들은 이제 추억으로 남으리..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지만 마음속에 너는 언제나 살아 있으리....

 

그 밤,

친구 하나 찾아오지않는 쓸쓸한 장례식장에서 나홀로 소주 2병넘게 마셨고

담배를 쉼없이 피웠다.

조의를 표하는 부조함 옆에 한 권의 책을 두고 소리없이 나왔다.

내가 마지막 장을 넘겼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3>책이었다.

가는 길이 지루하면 읽게나.

 

새벽 찬바람이 코트깃을 여미게 만들고 나는 담배 두 대를 뽑아 불을 붙였다.

 

먼길 떠나는 친구에게 한 개피를, 택시타고 어머니댁으로 가는 나를 위해 한 개피를...바람에 차갑게 불어온다.....

 

 

 

 

친구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멋진 삶을 살아야겠고 당당한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저 먹고 사는 데만 급급해 하지 않겠다.

삶을 정확하게 꿰뚫어 가치있게 불도저처럼 때론 밀어붙이고

어린 소년처럼 순정을 잊지 않고 투명하게 삶을 살 것이며

젊은 청춘으로 열정적으로 안 해본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할 것이며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이 삶에 최선의 몇 배를 살 것이다.

 

멋진 죽음을 준비하고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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