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3년 8월18일
날씨- 하루내 비
등산 시간- 9시간
주파 거리-
간밤에 몇 번을 잠에서 깼다.
모포를 2장 덮었는데도 산속이라 춥다.
7시에 일어나 대피소밑의 샘에 가서 식수를 보충했다.
어제에 이어 비는 계속 오고 있다.
날씨를 누가 탓하겠는가. 그저 순응하고 받아들여야지.
버너에 불을 지피고 라면과 햇반을 따뜻하게 끓였다.
먹은 만큼 걷는 게 백두대간 아닌가.
산속 여름에 부탄가스의 불볕도 따뜻하다.
밥을 지어 맛나게 먹었다. 이제 슬슬 옷을 입어 볼까. 등산화와 옷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세상에 어제에 이어 저 등산화를 또 신어야하다니.
끔직하군,발이 지금도 불어터졌는데...
산장지기는 폭우주의보가 내려 산행은 금지라고 말한다.
"밑으로 하산하셔야합니다. 꼭요!"
무뚝뚝하게 말한다.
여기까지 와서 누가 그렇게 말 잘 듣는가?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네, 내 몸은 내가 책임진다고!
식수를 최대한 보충하고 다시 배낭을 메고 내려가는 척하며 무룡산으로 다시 오른다.

잠시 비가 그치고 보여주는 무룡산의 경치.
등산화는 젖었지만 아직 끄덕없다.
서울서 오신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산행을 했다.
회사에서 쾌 높은 직책을 가진 분같고 대화는 깊어진다.
그분과 2시간여를 걷다가 헤어졌다.


1시가 넘어 슬슬지치기 시작한다.
등산화가 물속에 빠진 듯 푹푹 빠진다. 다리하고 신발하고 따로 논다.
비는 오지,힘들지,일단 먹고 보자.
<김병장 전투식량>이 나에게 힘을 준다!
먹어야지,먹어야 걸을 수 있다.
땀과 허기,피로에 지친 몸에 먹는 것 보다 더 좋은 게 어디있는가
김병장 전투식량,
밥과 라면을 먹었다.
버너가 눅눅하여 제 기능을 못하다가 마지막에 불이 붙었다.
먹어야 한다.
따뜻하게 국물을 먹고 힘을 비축했다.
오늘 어떻게든 빼재(신풍령)까지만 가자!
죽어도 살아도 빼재까지만 가자.
그렇게 걷고 걸어서 백암봉,횡경재,대봉을 지나는 데 이거 정말 죽을 맛이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몸의 하중이 다 실려 고통스럽다.
무릎의 통증이 장난아니다.
다리는 아프고 힘들고 내려가도 끝도 없는 길.
정말 죽을 맛이군....
오후 4시 반,
그렇게 도착한 빼재.
정말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백두대간 중 이렇게 힘든 날이 없었다.
너무 너무 힘드고 지친 날이 없었다.
빼재 정자에 앉아 있으려니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어제,오늘,이틀간 사투를 벌였던 것이 꿈만 같았다.
온몸 천근만근,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노숙자도 이런 노숙자가 없다!
택시를 불렀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식량과 따뜻한 쉴곳이다.
택시가 도착하여 잠시 내려가는 데 2만원 달란다.
시를 벗어나서 어쩔 수가 없단다.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먼저 살고 봐야지.
거창까지 가기는 힘들고 4분 쯤 내려가니 갈비와 숙박을 겸하는 식당이 있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택시에서 내려 식당으로 갔다.
"밥 좀 주세요! 맥주도 주세요, 따뜻한 방도 주세요! 사람 죽겠어요!"
(그날 담았던 사진이 다 날아가버렸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그 식당겸 여관 주인분도 사람 참으로 좋았는데...
그 때 식당에서 먹었던 삼겹살과 소주,맥주 따뜻한 방에서의 잠자리.
너무너무 고생해서 모든 게 다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자고로 고생을 해야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