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정말 오랜전부터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어머니에 대한 글은 너무 가슴이 아파서 쓰기 힘들겠지만 아버지 이야기는 쓸 수 있다.

 

 

 

 

아버지...

 

아빠라고 불러 본적이 한번도 없는 듯 하다.

지금 내 아들들이야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어린 그 시절 살갑게 불러본적이 없다.

 

 

아버지를 먼저 떠올리면 항상 먼저 생각나는 것이 술이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아버지, 아니 좋아하신 정도를 지나치셔서 사랑하신 것이다. ( 중독자정도는 아니셨다.1년에 몇 달은 안 드신적도 있었으니까.. 아버지에게 예의없이 글로 무례를 범하긴 정말 싫다.)  왜 그토록 술을 사랑하셨을까?

가족보다 더 술을 사랑 하셨던 것 같다.

항상 술에 취해 사셨고 어머니를 많이도 힘들게 하셨다.

 

내 어린시절 7 살이후의 집은 외딴집이었다.

마을과 1시간 떨어진 곳에 아버지가 오두막집 2칸을 지으셨다.

냇물이 흐르고 앞에는 산,그리고 논과 밭이 있는 허허 벌판에 집을 지으셨다.

항상 늦은 저녁이 되면 형제는 아버지를 배웅가고는 했다.

아버지는 초저녁에 들어오시지 않고 10시를 넘으시면 저멀리 우리 형제들을 부르셨다.

 

 

"현상아, 경상아, 승상아!" 형제들 이름을 번갈아 부르곤 하셨다.

우리들은 뛰어서 아버지를 배웅하고는 했다.

아버지는 고주망태가 되어서 오셨다. 어린 아들들이 아버지를 부축하고는 했다.

너무 엉망으로 취하셨을 때는 니어카에 태워오고는 하였다.

집에 도착하신 아버지는 주무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술에 취하셔서 수염을 깍으라고도 하였고 허리를 밟으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정말 무섭게 공동묘지를 지나서 그 새벽에 술을 받아 오는 횟수도 많았다. (공동묘지를 지나서 눈이나 비를 맞으면서 오는 그 길을 동생과 수없이 다녔다.정말 무서웠다.)

 

술을 드셨으면 그저 잘 주무시면 좋으려만 왜 그렇게 어머니와 자식들을 괴롭혔는지,어머니에게 욕과 억지소리를 하시고 밤새 잠도 주무시지 않으시고 술 주정을 하셨다.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에게서 안타깝고 안스러운 것은 "다른 이들이 아버지를 보는 시선이었다."

아버지를 보는 시선이 때로는 아들에게까지 똑같은 시선으로 보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와 나는 분명히 부자라는 한피로 이어진 질긴 인연이지만 분명히 각히 다른 인격의  존재이다.

하지만 어린 그시절, 분명 아버지의 영향은 컸다.

누구집 아들 하면 그 아들의 아버지를 떠오렸고 그 아버지의 직업이나 품성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동네에서 전날 제사나 그 집어른의 생일이 있는 아침이면 그집 아들들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어른들을 식사하시라고 불러오는 심부름을 매번 했었다.

"누구집 아들인데  우리집으로 식사하러 오시래요... "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옆집에 뒷집, 온동네를 돌고는 했다.

아침에 오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리 아버지를 불러 주시는 분들도 많지 않으셨다.

하지만 조금 산다는 집과 덕망이 있거나, 면사무소 무슨 직책에 있다는 분들의 아침상에는 사람들이 앉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끓는 것을 종종 보곤 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고 아들을 판단한다.

어린시절 많이 느꼈다. 

아버지가  능력과 재산이 많아 여유있는 삶을 사셨어도 인정받기 힘든 세상이건만 술과 노름,베짱이의 삶의 사셨던 내 아버지,그런 아버지의 자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지금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

 

군 시절 나를 유독히도 괴롭혔던 선임하사의 아들이 멀리서 보이면 그냥 주는 것 없이 미웠다. 

그 아들이 그냥 미웠다. 닮았고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나도 그랬는데 동네분들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시선이 밉지가 않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래도 좋으니까 아버지가 계시기만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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