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12월29일 목요일
걸은 거리: 속사리,진부면,월정사,진고개
걸은 시간:7시55분~5시10분== 9시간
걸은 거리: 35km
아침 7시 20분에 눈이 떠졌다.
정말 푹 잤다.
간밤에 장작을 제대로 넣었다.
그 장작의 힘으로 방바닥이 지금도 따뜻하다.
창밖의 날씨를 보니까 맑음 그 자체다.
감기는 거의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컨디션 또한 양호하다.
7시 55분. 민박집은 나섰다.

내가 묵었던 편히 쉴 수 있는 작은집.
나는 외따로이 옆에 있는 작은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따뜻하게 장작불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한 소중한 하룻밤이었다.

사장님의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렇게 상호와 전화번호도 남겨본다.
남에게 친절하게 보시를 하면 자신이 그 만큼 받는 게 세상의 이치다.
"사장님~~~ 건강하이소... 그리고 돈 부자 보다 마음부자가 되시오~~"

속사 삼거리.
여기를 기점으로 갈만한 여행지가 많다.
간밤에 주유소 직원이 알려준 여관이 이 속사삼거리에 있었다.

고개를 넘었다.
쾌 거리가 멀었다.
그 너머에 진부면, 드디어 이 진부면에 도착한 게다.
이제 강원도의 한 가운데에 온 느낌이다.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2시간은 넘게 걸었을 것이다.
따뜻한 국밥이 그리웠다. 참고 걷고 걸었다. 어제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힘이 들었다.

그렇게 3시간을 걸어서 당도한 곳이 진부면이다.
진부면은 송어축제가 한창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올해 초 1월에 가족들과 다녀간 곳이다.
보이는 곳에서 송어를 잡고 추위와 싸웠다. 그때는 온 가족 4명이었는데 지금은 혼자라....
이거 마음이 찹찹하구만...


감회가 새로웠다.
그 때와 똑같았다. 시간만 흘렀을 뿐이다.
점심이후였으면 내 성격상 그대로 국토종단을 스톱하고 송어를 잡으러갔고 구이와 회를 먹었을 것이다. 약술도 한잔 하면서... 낭만을 즐겼을 텐데...
지금 시각이 11시라.... 우우....


송어야~~~
먹음직 ? 스러운 송어야~~ 너는 내 마음을 아느냐?
사람들이 너무 하지... 이렇게 귀엽고 이쁜 송어를 먹다니....?
ㅎㅎㅎㅎ 아저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 마시오^^

육계장을 주문했다.
나이 지긋한 분이 해주신 육계장은 시원하고 그윽한 맛이었다.
밥도 새 밥을 해서 구수하다.
이렇게 먹고 나를 스스로 위로해야지....

붕어빵도 먹었다.
팥이 안들어간 붕어빵이었는데 참 맛이 좋았다.
밥을 먹고 국물이 몸에 들어가니 살 것 같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허리와 다리가 쾌 아팠다.
정류장이 보이면 다리를 쭉 펴고 쉬기도 했다.
잔디밭이 있길래 잠깐 누웠는데 세상에 그 추운 날씨속에서 잠이 들었다.
한 20여분은 잤나보다.
방풍 마스크 덕분에 얼굴에 김이 모락모락 나서 추운 줄 몰랐나보다.
하여튼 힘들면 쉬면서 걷고 쉬고 또 걷고 걸었다.
그랬더니 월정사 이정표가 나오고 주문진 43km, 이정표가 나온다.
이제 정말 이 도보여행의 끝이 보이는 듯 하다...


월정사 입구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주문진 방향인 진고개에 진입했다.
이 도보여행의 마지막 고개이자 산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실질적으로 얼마 못가서 바다가 보이고 4일만 더 걸어가면 끝이 나리라...
위의 집을 잘 보자.
멀리서 촬영, 또 촬영...집이 보인다.
인연이 되면 잠을 청할 수도...

눈이 많이 왔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다.
호기심이 많은 내가 걸어가보았다...


에구~~ 빈집이었다.
여름이라면 어떻게든 하루 저녁을 보내겠는데...
지금은 얼어죽는다...
이런곳에서 텐트치고 몇일을 묵으면 재미나는데....

인간이 자연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눈에 덮혔다.

진고개는 깊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인다.
차량도 거의 다니질 않는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다.

그 추위에 공사에 여념이 없다.
작업자에게 이 추위에 웬 작업이냐고 물으니...
올해 예산이 잡혀서 집행이 되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낸 세금이 참으로 허무하게 또는 어떻게 쓰여지는지 알 수가 없다...
오대산 관리사무소 직원의 배려로 삼거리까지 차를 타고 내려왔다.
강원도 사투리를 쓰시던 감사한 분 고맙습니다.

진고개를 넘기전 삼거리 민박집에 숙소를 말해두고 갔다.
3만원 말씀하셨는데 사정이야기를 하고 2만5천원 ..
감사한 마음으로 15000원 더덕구이를 주문했다.
39년생. 내 아버지와 동갑이신 주인어른과 장장 3시간을 대화했다.
8년전부터 이곳에 와서 살다가 이 민박집겸 식당을 인수하셨다고...
봄 여름 가을에는 엄청 바쁘시다고..
여름에는 허리 한번 필 시간이 없다고...
그 성수기에도 민박값은 5만원 이상은 안 받으신다는 말씀에 박수를 쳐드렸다...
며느리가 50대초반, 그 며느리의 따님이 시집을 가서 증손주가 있다고 하셨다..
도시에서 사는 것 보다 이곳이 훨씬 좋아요...
잔잔하신 말씀과 부드러운 인상에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감사하고 의미가 있을 수 있구나를 알았다...
소주 3분의 2병, 맥주 4병을 마셨다.
9시가 넘어서 그대로 정말 그대로 옷 입은 그대로 피로와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