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6월21일 화요일

경유지:여원치민박/ 운봉면/인월면/함양읍내/지곡면

걸은 거리: 40km

소용경비: 맥주 7000원, 점심 국수-20000원, 오후 맥주 2000원 숙박비 없음

 

 

 

 



 

 

아침 6시 정각에 눈이 떠졌다.

아주 잘 잤다.
창문이 살짝 열어져 있었는데 지리산 맑은 공기를 밤새 마시고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어져 행복해서 인지 컨디션이 좋다. 오늘도 무덥지만 힘과 용기를 얻었다.

 

 



 

 

 

간밤에 못봤던 여원치 민박집을 구경했다.

집뒤에 이렇게 아담하게 장소를 마련해 놓았다.
백두대간길의 한 구간이라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한다.
이 곳에서 백숙도 파시고 막걸리도 파시고 민박도 하신단다.
나도 이렇게 노후에 이런 일도 쾐찮다 싶다.

 

 



 

 

백두대간의 길이다.
이길이 여원치 민박과 만난다.
 

그때 결심했다.

전국 해안도로 자전거 일주후에 백두대간 여행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산을 그 것도 백두대간을 걷는다.
얼마나 멋지고 신나는 일인가?
나는 남이 하지않는 일을 할 때 희열과 기쁨을 느낀다.

 

 

 



 

 

그 밑의 민박집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063-634-1858

010-9283-1858

보기만 해도 정겹다. 백두대간 종주시 또 찾아뵈리라...!!!

 

 



 



 

 

많이 다녀간 흔적과 정겨운 외부 풍경.

장작이 많이 쌓였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도끼질 좀 해드리고 올 걸...

 

 



 

 

여원치 민박의 외부 전 풍광.

저 잔디밭에서 어제 그 파티를 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하던지...

추억을 만들어 준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승용차 옆에 민박집에서 어떤 한분이 홀로 10일째

숙박을 하고 계신다. 회사를 퇴직하고 쉬고 있다고 하길래 간밤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하셔야지. 라면만 드시면 몸이 상하는데...

 

 

 



 

 

안녕~~!!!  백구야..

초복,중복 때 조심해라^^

 

 



 

 

어머니께서 주시는 닭죽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계산을 해드리려고 여쭤보니 4만원을 달라고 하신다.

먹고 마시고 재워주고 이 정도면 저렴하다.

"점심이라도 먹게 조금 깍아주세요." 말씀드리니 3만원에 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 우렁찬 웃음과 여장부의 호탕함을 배웠다.

제가 나중에 백두대간 종주시 꼭 찾아뵐게요^^

 

 



 

오늘도 여전히 무더운 날씨.

고행의 길이 다시 시작된다.

즐겁게 행복하게 시간과 먹을 거리를 먹어서인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드디어 운봉,운봉, 운봉면 노래를 불렀는데 그 운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어쩌면 실수(?) 아닌 실수를 하게 된다.국토종단의 갈림길에서 지도를 체크하지 못한 그 실수를 하게 된다. 모든 것은 이렇게 사소하게 시작된다.

 

그렇다.

 

운봉에서 장수로 향했어야 한다.
지도를 보면 장수로 무주로 영동으로 황간으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내 고향 바로 옆의 지명을 제대로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지나고 안의면에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꼭 무주를 지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단시간과 국토종단도 중요하지만 멋진 풍광과 거리를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함양으로 걸었던 것은 어떤 책 덕분이었다.
그 책에서 저자가 운봉을 지나 함양,지곡면,안의면,무주로 입성했기 때문이다.

 

운봉, 이 운봉이 나를 설레게 한다.
국토종단을 계획했다면 자신만의 루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다 전화위복이 되더라. 길은 다 만나게 된다.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차이도 다 나중에 생각하니까 약이 되더라....

 

 



 

 

2시간여를 걷고 그늘에 쉬었다.

지칠 때 무리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

이 휴식이 나를 걷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운봉을 지나 인월면을 걷게 되었다.

운봉,인웛 그렇게 말했는데 다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이렇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구나.

세상살이도 이렇게 하나 하나 서서히 끊임없이 하면 이루어지겠지...

 

 



 

인월면에 거의 도착할 무렵,

아주 아담한 집을 발견햇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의 집이다.

이렇게 아담하게 통나무와 황토로 지어서 살고 싶다.

 

 



 

 

얼마나 아담한가?

고즈넉하고 단출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이런 집에서 책 읽고 글쓰면 아주 그만이겠지.

 

 



 

 

인월면에 도착한 시각이 10시를 넘었다.

날씨도 덥고 맥주 생각이 간절했는데 슈퍼가 눈에 띄였다.

주인장에게 맥주 2병, 과자, 생수를 주문했다.

얼굴이 아주 차갑다. 손님이 그러든 말든 아주 냉담하다.

말투도 아주 정나미 떨어지게 말한다.

 

휴대폰 충전 좀 합시다. 했더니 아주 없단다. 말도 차갑게...

그래서 집 안에서 좀 충전해주시죠? 했더니 마지못해 해준다.

"왕 싸가지" 이 말이 정답이다. 손님이 왕이라고 대접은 고사하고 아주 불친절의 여왕이다.

 

그래도 맥주는 시원하게 잘 먹었다. 친절하게 말하고 라면까지 끓여주었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다 먹고 그래도 이렇게 시원한 그늘과 음식을 준 걸 감사해하자...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었다.

"잘 먹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말하니 대답도 없다.

속으로 그렇게 계속 인생 쭉 ~~ 사셔야 할 것 같네요...

 

 



 

 

드디어 함양으로 진입하는 순간이다.

 

 



 



 

 

함양을 진입하여 재를 넘다가 정류장에 쉬어가기로 했다.

날씨는 죽인다. 아주 폭염의 날씨다.

아스팔트는 아주 후라이팬이다.

 

 



 

그런 정류장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

그것도 삐딱하게 걸려 있다.

 

 



 

 

그래서 내가 제 자리에 걸어 주었다.

아주 반듯하게...

누가 이 정류장에 이렇게 십자가를 가져다 두었을까?

 

 



 

 

고개를 내려오는 데 두 부부가 농사에 여념이 없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렇게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아내와 나도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절대 많이는 말고 말이다.

많이 지으면 아내에게 혼난다...

 

 

 



 

 

고개를 거의 내려왔을 때,

덥고 지쳐있었다. 이제 좀 쉬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의 최고 선물을 만났다.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선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삶의 정겨운 풍광과 맛과 사람이라고나 할까?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 잡은 평상 2개. 이 집이 어떤 집이냐?

 

 

 



 

그렇다.

번지없는 주막이다.

이름 그대로 아주 번지 없는 주막이다.

이 글귀를 보는 데 얼마나 정겨웠는지 모른다.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국수를 삶으시는 데,
보라~~ 가마솥에 직접 국수를 삶으시질 않는가?
그 것도 장작을 넣어서 말이다.
이런 풍경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도시에서 기계에 그저 육수만 담가주는 그런 국수 맛하고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장작을 태워서 가마솥을 덥힌다.
그런 정성의 육수를 끓인 국수가 얼마나 맛이 좋겠는가?
나중에 여쭤보니까 한 그릇을 긇여도 직접 가마솥에 끓이신다고 한다.
내가 주문했을 때 동네분들이 양파 수확을 하시고 점심겸 간식으로 10분가까이 드시고 가셨다.
보기에도 맛이 있어 보였다.

 

 

 

 



 

 

 

 

먼저 주문한 막걸리와 오이,김치,된장이 나왔다.

함양 생살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고 오이를 찍어 먹으니 이거 10명이 옆에서 죽어도 모를 맛이다.
김치는 갓 담아서 얼마나 아삭 하던지 여행의 피로가 확 가시는 순간이다.
이 맛에 국토종단 한다. 이 맛에 이 힘든 여행의 피로를 날린다.

 

 

 

 

 



 

 

 

 

드디어 본 메뉴인 국수가 등장이다.

쨔쨘~~~

감칠맛나게 나오는 등장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맛나게 나온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 ~~ 먹고 싶다.)

음식은 눈으로 먹고 맛으로 먹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모든 세트가 준비되었다.

막걸리에 김치,된장, 국수까지 최고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이 좋은 풍경에서 진정한 땀을 흘리고 좋은 음식을 먹는 그 맛이다. 이러니 내가 살만 나지 않겠는가?

 

 



 

 

아주 잘 어우리는 막걸리와 김치.

김치의 아삭한 맛과 막걸리의 그 오묘한 맛이 아주 찰떡 궁합이다.

 

 



 

한 병을 비웠더니 기분 최고다.

얼굴도 발그레해지고 이거 완전 최곤데...

애들아~~ 풍악을 울려라^^

 

 

 



 

 

이분이 번지없는 주막의 사장님이시다.

손님이 다 가시자 국수를 한 그릇 말아보시더니 겸상을 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이 곳에서 국수를 팔게 됬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팔았는데 이 재를 넘고 가는 사람들이 그늘이 있는 이곳에 자주 정차해 국수를 쾌 많이 팔게 됐다고 하시면서 이제는 아주 멀리서도 한번 먹고간 손님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나도 다시 그 맛있는 국수를 또 먹고 싶은데...)

지금 앉아있는 느티나무도 25년전에 심었는데 이렇게 크게 자랐다고 자랑하신다.

 

 



 

 

이분은 내 옆에서 국수를 주문하셨는데 내가 같이 겸상하자고 부탁드렸다.

장수가 고향이시고 중고 자동차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셨다.

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처음 먹어본다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은 때로 이렇게 나그네 인생에서 우연을 가장해 만나는 이런 인연때문에 기쁘다.잠시 누는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모두 친구가 되고 추억이 된다.

 

 

 



 

 

 

 

 

번지없는 주막의 주인 아주머니와 추억을 담았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국수와 부침개는 처음이요,
나중에 너무 맛있어 다른 메뉴없냐고 물어보니 부침개를 종류별로 5장을 해다 주셨다.
 

꼭 다시 찾아가리라~~~
"번지없는 주막 아주머니~~~ 건강하시고 국수 맛있게 파세요~~
제가 또 찾아갈게요^^!!"
(다정하게 사진 찍었다고 아내에게 또 혼나는 거 아니여? 화천 산천어 사건, 할머니 사건,
킥복싱으로 또 맞는 것은 아닌지...)

 

 



 

 

 

 

중고차 사업하시는 선생님~~

직원 집들이는 잘 가셨는지요?

제가 청해서 같이 겸상했는데 맛있게 먹고 좋은 이야기 나누어서 반가웠습니다.

나중에 인연이 되면 또 볼날이 있겠죠?

 

내가 계산을 했다.

이런 계산은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누가 계산해도 기쁘게 하는 계산이다. 돈벌어서 뭐하나 이렇게 좋은 음식와 추억을 쌓을 때 쓰는 거지... 그런데 너무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이 나왔다.

너무 터무니 없이 많이(?) 나와서 황당했다.

 
국수 3그릇, 막걸리 2병, 부침개, 사이다 1병까지 계산된 금액이
단돈 20000원이다. 단돈 2만원에 이렇게 많이 맛있게 먹은 거다.
사장님께 연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잘 해주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꼭 다시 찾아 올 것을 약속했다.

 

 

 



 

 

막걸리를 마시고 다시 도보여행이 시작되었다.

막거리까지 먹어서 몸은 더 덥지만 기분좋은 땀과 걸음이다.

1시간 30분동안 먹고 즐겼던 번지없는 주막의 힘이 이렇게 크다.

행복이란 게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셀카도 한장 찍어본다..

 

 



 

 

여기 저기 온통 양파 천지다.

양파수확을 제대로 했다.

모르는 내가 보아도 풍년이다.

 

 



 

 

함양에 거의 다 다랐을 때 구멍가게에서 저녁에 먹을 캔맥주와 컵라면을 샀다.

 

 



 

 

얼마나 오랜된 가게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왜 이런 풍광이 나에게는 더 정겹고 소중하게 느껴지지...

정말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걷고 또 걷다가 지곡면에 입성했다.

 

그 때 시각이 7시30분을 넘었다.
아~~ 오늘은 도저히 걷기 힘들다.
이 곳 마을에서 하루 유숙을 하고 가자.

그런 마음이 들었다.

 

동네 이장님 댁을 여쭈어보았다.
몇번을 물어 물어 찾아간 이장님은 농약을 하러 가셨더 안 계셨다.
20여분을 기다리니 이장님이 오셨다.
마을회관은 운영을 안하고 노인정을 운영하니 내가 허락해도 노인회장님이또 허락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또 노인회장님 댁을 물어 물어 찾아서 말씀을 드렸다.

 세상이 무섭고 ...... 그래서 주민등록증을 제출해서 적었다.
여차 여차 참 힘들게 잠자리를 구했다.
여기 아니면 안된다는 신념뿐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기에... 그렇게 잠이 들어 잠자고 있는 데 12시를 넘어 잠자고 있는 데 대구에 사는 군대 후임이 전화가 왔다.

 

"형님~~ 나 술 마시는 데 형님은 뭐합니까?"

 "개시끼야~~ 나 지금 잠 자다가 전화받는다."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그렇게 11일차의 밤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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