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6월20일 월요일
걸은시간- 오전 9시출발~저녁 7시30분 총 10시간30분
걸은 km수- 40km
경유지- 금지면에서 남원시내,남원시내,주천면,이백면,여원재,여원치민박
소요경비- 추어탕 7000원,점심 10000원,민박겸 식사 30000원
 

 

 

 

 

 

아침 7시 기상.
샤워 반신욕을 하고 나니 살 것 같다.
어제같은 컨디션이면 도저히 걷기 힘들 것 같은데 자고나니까 살만하다.
시원한 반바지를 드디어 꺼내 입었다.
아침부터 내리 쬐는 이 불볕같은 무더위.

 
이제 다시 도보여행을 시작하자.

 

 

 

 



 

 

내가 묵었던 신라장 여관.
길가와 인접해서 차소리,사람소리가 유난히 많이 났다.
내가 덜 피곤했나?

 



 

 

평화로워보이는 남원시내.

8시를 넘어서부터 벌써 무덥다.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어본다.

"나 사진 못 찍어요..."  그냥 눌러만 달라고 했다.

사진은 나의 분신, 생각은 사라지지만 기록과 사진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추억창고에 저장된다. 창피하다는 생각하지말고 무조건 찍자!!!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배를 채우자.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이 무더위에 대충 먹었다가는 병난다.

먹은 만큼 걷는다. 고단백 추어탕을 주문해본다.

추어탕은 남원 추어탕^^

 

 

 

 



 

 

음식이 깔끔하다.

고소하고 맛있다.

밑반찬도 휼륭하다. 그래서 남기지않고 다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오가는 차를 세우려 손을 흔들었다.

시내라 끔적도 안한다. 버스를 기다리자니 30여분을 기다려야하고 그래서 택시를 탔다.

금지파출소라고 말하고 한참을 갔다.

1만원 택시 요금을 지불했다.

나같이 귀한 시간을 낸 여행자는 시간이 재산이다.

어차피 시작한 여행, 빨리 많이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도유람이 아닌 이상 목표달성은 해야한다.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

 

 



 

 

간밤의 그 자리, 교회에 섰다.

아~~ 어제의 그 힘들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난다.

 

 



 

 

다시 힘내고 인증샷을 찍어본다.

 

 



 

 

어제와 다르게 컨디션은 좋아졌다.

마을도 구경하고 여유를 느껴보며 "나가부치 쯔요시" 노래를 들으면서 힘내어 걷는다.

역시 아침에는 "샤본다마"가 최고다.

 

 

 



 

 

지나가다가 김주열 열사 추모비 앞에도 서본다.

20도 안된 젊은 청년의 기록이다.

 

 



 

 

11시가 넘어서 날씨가 장난 아니다.

그늘 밑에서 오늘 처음으로 쉬어본다.

남원시내까지는 12km다.

 

 

 



 

 

남원시내가 가까워지며 사진도 찍어본다.

 

 



 

 

 

남원시내를 지나 길을 물었다.

어머니와 아들, 두분이 나무 밑에서 택시를 기다리시는 듯 했다.

운봉가는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다.

세세하게 수첩에 표시를 해주시면서 알려주는 데 그 어떤 정이 느껴졌다.

 

"한병재" 선생.

어머니와 다정히 택시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름다웠지만 마인드 또한 휼륭했다.

고교때 수영하다가 다쳐 팔과 다리에 장애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많은 고난과 시련을 딛고 지금은 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웬지 모를 그의 자신감에서 전혀 장애는 찾아 수 없었다.

육모정을 지나 정령치로 춘향이 묘를 지나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정신과 사상은 일반인보다 더 멋지고 건강하다.

그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선물했다. 그의 멋진 삶과 건강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길 기도했다. 어머니의 밝은 미소도 생각이 난다.

 

"병재씨~~어머니와 항상 행복하시고 좋은 공부하셔서 멋진 책 꼭 쓰세요^^"

 

 



 

 

병재씨 어머니께서 몇장의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이 귀하니 좋은 분을 만나면 꼭 찍어야 한다.

 



 

 

인생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만들어 낸 선물이다.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 이것이 정답이다.

 

 



 



 

 

항상 웃자~~

인상쓴다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잘되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까 잘 되는 것이다...

 

 



 

 

여행에서 많은 걸 배운다.

힘들게 하염없이 걷는 그 자체도 때론 고통이다.

내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에서 풀리지 않는 생각의 막힘도 고통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일종의 회의도 고통이다.

 

이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 있다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이다.

사람이 가장 사람을 행복하게 가르친다.

내가 병재씨보다 건강한 몸을 가졌다고, 나는 장애가 없다고 상대적으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서 배우는 그의 삶과 철학,인생의 시련을 대하는 자세를 나는 높이 산다.

 

병재씨에게 참 많이 배웠다. 지면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시를 넘어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하여 식당에 들렸다.

주문한 음식은 선지해장국과 맥주 2병.

 

 



 

 

만원의 행복.

선지해장국 4000원, 맥주 2병- 6000원.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특히 폭염속에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맥주는 술이 아니고

진정 피로해복제였다.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드디어 남원시 주천면에 입성하는 순간이다.

주천 4거리에서 진로를 한번 더 결정해야 한다.

 

 



 

 

날씨는 장난아니게 덥다.

땀으로 거의 목욕을 하는 수준이다.

선크림을 바른 얼굴은 하얗게 뜨고 쉴수 없이 땀이 흐른다.

 

 



 

 

 

주천 사거리에 도착하기 전,

한번 더 길을 물었다. 공사를 하시는 분들께 길을 여쭤보았는데 이렇게 노트를 한장 찢어서 세세하게 알려주신다. 해남에서 여기까지 걸어왔고 강원도까지 걸어간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고생많다고 한다. 그말에 힘도 나고 피로해복제도 한병 챙겨주시는 데 너무 감사했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힘이 솟는다.

 

주천사거리에서  이백면으로 좌회전해서 이백면을 경유해서 고압선을 지나 재를 넘고 조금만 가면 운봉이라고 한다. 이 "운봉,운봉" 이 운봉면에 얼마나 가고 싶던지...

 

 

 



 

 

트럭을 세우고 일하시는 분이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멀리 쳐다보시는 선생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1박2일 덕분에 알려진 둘레길이다.

대한민국이 요즘 걷기 열풍이다.

주 5일로 삶이 더 윤택해진 건지? 놀라만 다니라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경기는 더 어렵다고 하고 나라는 불황이라는 데...

 

 



 



 

 

이백면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다리도 아프고 병재씨가 말한 육모정으로 갈 걸 그랬나..

후회도 많이 하고 날씨는 덥지.. 힘들고 고통스럽게 걷는 게 너무 힘들었다.

길 물어온 어떤 여성이 강원도까지 간다니까 "포기하세요~~ 큰일나요.."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용어입니다!!!"

 

 

 



 

 

고압선을 지나서 여원재를 넘기 시작했다.

금새 갈 것 같은 산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사람하나 없는 길을 2시간은 걸었나 보다.

이제나 끝날까? 저제나 끝날까?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다.

 

 



 

 

너무 너무 힘들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래도 웃어야지~~  사진이니까..

 



 

 

드디어 여원재 정상에 섰다.

다리에 힘이 다 풀리고 오늘 무언가 한획을 그었다는 감동이 내 스스로에게 들었다.

이제 한 발자국도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쉬어야 한다. 쉬어야 한다. 오늘도 10시간을 넘게 걸었다.

못걸어도 40km는 걸었다. 잠자리를 알아보자.

 

 



 

 

어라~~

정상에 서서 보니까 민박집이 보인다.

전화를 걸어 가격과 가장 중요한 맥주가 있는지를 물었다.

가격은 3만원이고 소주만 있고 맥주는 없단다.

나는 지금 맥주를 먹어야 한다고...  

국토종단 사정 이야기를 하고 5천원만 깍아달라고 말하니 퉁명스럽게 안된다고 한다.
그 말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걸음을 걸었는데 이건 자살행위다.
나는 지금 쉬어야 한다고 걸으면 죽는다. 5천원이 문제가 아니다.
자존심을 죽이고 민박집으로 걸었다.

 

그런데 일반 집에서 어떤 여자분과 남자분이 식사를 하시는 것 같은데 손짓을 한다.
나를 보면서 손짓을 하나... 뒤를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는데.....
"저요?" 하고 말하니 그저 손짓만 하신다
설마 잡아먹기나 하려나...걸아가보니...

 

 



 

 

이 2분이 앉아 계셨다.

삼겹살에 소주를 드시길래 염치불구하고 맥주 한잔만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민박도 하냐고 물어보니...

민박집이란다.

영업방식이 희안한게...
전화로 물어본 민박집을 이 집을 지나야 갈 수 있는데 백두대간이나,  먼 길을 가는 사람이면 물이라도 한잔 하라고 부르셨단다.
전화한 민박집에 예약을 했으면 그냥 보내고 예약을 안했으면 묵어가라고 하신단다.

 

말씀하시면서 연신 삼겹살을 싸주신다.
이런 맛이 국토종단의 묘미요,여행의 묘미다.
사람사는 게 이런 맛에 사는 게다.
힘들고 지친 나그네에게 술과 음식을 주는 데 누가 이 곳에서 안묵고 가겠는가?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이 그 정으로 녹아버린다.
숙박비를 계산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베풀어주신 그 정과 인심에 하루의 피로가 다 가시는 듯 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얼마나 다정하게 드시던지...

어머니는 이 곳에서 민박겸 사시고 아드님은 안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데 친척분이 상을 당해서 오늘 내려왔다고 한다.
어머니와 삼겹살 구워서 소주한잔 하고 있는데 내가 멀리서 보이길래 백두대간 타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손짓을 했단다.

 

"임채명" 씨.

 

나를 보더니 자기보다 한참 어려보인다고 한다.

그 말에 나이가 쾌 들었나보다... 하면서 나는 72년생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자신은 73년생이라고 한다. 내가 그렇게 젊어 보였나? 서로 한참을 웃었다.
어머니의 우렁찬 말솜씨와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삼겹살을 굽고 먹걸리를 마시면서 나는 가족이 되었다. 나그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루의 땀과 힘겨움이 깨끗이 사라졌다.
진정 인생이란 살만 하구나. 정말 이래서 살만하구나...
인연과 어울림에서 이야기하 눈빛을 맞추는 이런 삶이 진정한 삶의 묘미구나.
밤이 깊고 밤 하늘에 별이 떠올라 여름밤의 정취를 즐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은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11시30분경, 나는 씾지도 못하고 숙소에 들어가 지친 몸을 내려놓았다.
잠이 사르르드는 데 행복감이 밀려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