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6월19일 일요일
걸은 시간- 오후 12시23분부터 저녁 9시32분까지 총 9시간
걸은 km수- 30km
경유지- 곡성군 죽곡면,압록면,남원 금지면
소요경비- 맥주3병,고추참치 1- 7500원

                저녁식사비-8000원

                신라장- 20000원

 

 

안양집에서 아침 6시에 출발했다.
걸어서 안양역에 도착해 버스에 올라탔다.
7시발 광주행 버스는 출발했다.

 

세월 잘간다. 엊그제 다녀온 것 같은데 벌써 2달이 흘렀다니...
광주에 도착한 시각이 10시20분, 그저 그런 김치찌개를 먹고 곡성 석곡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시각이 10시45분. 이제 그 2달전 죽곡면으로 돌아간다.

 

이번 3차 도보여행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준비도 많이 했고 알차게 계획했다.
가장 큰 목적은 역시 힘들게 마련한 여행인만큼 많이 걷는 것을 목표로 했다.
뭐 힘들게 걷느냐, 쉬엄 쉬엄도 맞는 말이지만 도보여행이지만 나름 원칙과 힘겨움을 동반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고행은 길이 아니다. 가장 큰 목적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자신과의 싸움에 강해지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나의 국토종단의 목표고 내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성찰하는 것이 두번 째 목표다.

 

날씨는 정말 무더웠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다.
이제 시작한다.

 

 

 



 

 

4월 27일,오후 2시까지 걸었던 그 자리에 다시 섰다.
배낭을 내려놓고 먼저 감사와 행복의 기도를 드렸다.
날 이렇게 도와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를 드렸다.
주일인데 교회도 빼먹고 이렇게 방황하는 뺀질이 집사를 용서하소서...
아내에게 언제나 이렇게 한없는 이해와 배려해주는 그 감사의 마음을 기도했다.

 



 

 

얼굴에 선크림도 발랐다.

어깨를 태우기 위하여 민소매 나시도 입었다.

이제 렛츠고~~~
걷기만 하면 된다.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목표는 30km다. 몸이 부셔져도 이 거리는 꼭 걷겠다.
8시간 이상은 걸어야 한다.
자~~ 말보다 행동이다. 렛츠고~~~~

 

 

 



 

날씨는 죽여준다.

얼마나 햇살이 뜨겁던지... 불에 달가워진 아스팔트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압록까지 8km 이정도면 한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배낭의 무게가 나를 누른다.
조금 욕심부려서 이것 저것 넣었더니 은근히 압박한다.
책도 한권만 가져올 걸 2권이나 가져왔더니 은근 무겁다.

 
멀리 보이는 전원주택  산방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흙과 통나무로만 지어야 한다.
전기는 역시 없어야 하고...

 



 

 

보성강이 멋지게 흐르고 있다.

사람은 역시 초록의 나무와 흐르는 강물이 있어야 한다.

눈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귀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깊진 않지만 흐르는 강물이 있어 보기 좋다.

 

 



 

 

뭐~~  아직은 웃음이 나오지.

이제 시작이니 얼마나 힘이 남아 돌겠나... ㅎㅎㅎ

저녁이면 초주검이 될지도 모르면서...

 



 



 

 

보성강에서 여유있게 다슬기를 잡고 있는 여행객.

 

너무보기가 좋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저렇게 시원한 물가에서 수경을 쓰고 다슬기를 잡는다.

나도 얼마나 소년시절에 많이 잡았던가? 목숨(?)걸고 대수리를 많이 잡았다.

내 키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수영으로 잡았던 다슬기.

그 당시 한 그릇에 500원 받고 부자집에 팔았는데...

 

진정한 휴가와 휴식의 모습에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 뒤의 다른 한분도 열심히 다슬기를 잡는다.

산다는 게 이런 낙도 있어야 하지.

시원하지요~~  아저씨...

 

 



 

 

다리가 참 정겹다.

흐르는 물도 정겹고, 멀리 보이는 저 자주빛 집도 아름답다.

여유가 있어보이는 풍경에 힘이 솟는다.

이 좋은 풍경에 정자만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도 술잔도 기울인다.

 



 

 

멀리서 보았던 집이 이 집이다.

인테리어와 외부가 깔끔하다.

지리산 가는길이라...

 



 

 

지리산 가는 길에서 바라본 보성강.

 

 



 

압록에 도착하기 전, 식객의 "은어 수박향기" 무대의 집이라는 은어 향기집이 보인다.

솔직히 식도락을 좋아하는 내가 첫날만 아니면 벌써 들어 갔다.

걸은지 한시간 넘어서 은어에 청하를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갈 길이 얼마나 먼데 ... 첫날부터 땡땡이 칠수는 없다.

그래서 참았다.

 

 

 



 

 

다리가 참 아름답다.

어떤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마음의 다리를 가지고 싶다.

보성강이 내려다보이는 압록의 다리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본다.

 



 

 

드디어 압록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유원지에 사람들이 참 많다.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 견지낚시를 하며 은어를 낚는 사람들.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에서 행복을 느껴본다.

나도 당장 내려가서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갈 길도 멀고 첫날인지라 참았다.

 

 



 

 

 

압록 사거리.

 

압록,압록 지명도 지명이지만 이 곳을 많이 동경했다.

그 압록에 도착했다.

여기서 순천과 남원,곡성으로 나뉜다.

 



 

압록 사거리.

 

삼거리 슈퍼.

보이는 평상에 앉자마자 맥주를 주문했다.

아니 내가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1시간 30분을 오는 내내 얼마나 덥던지 압록에 오면 먼저 맥주부터 먹자.

시원한 맥주 한잔을 꼭하자. 참고 참았다.

 



 

이 것이 나의 국토종단 도보 복장이다.

어깨를 태우고 싶어 선크림을 발랐다.

남자는 역시 허연 피부보다 구리빛 피부가 멋지다.

자외선이 아무리 강해도 태울 것은 태우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키니 세상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원샷을 한잔 하고 또다시 한잔을 따라 먹었다.

더울 때는 생수보다 역시 맥주가 최고다.

곁들여먹은 고추 참치 또한 얼마나 맛나던지...

 

슈퍼 아줌마의 자식들 자랑에 귀가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우리네 시골인심이라 생각했다.

 

행복이란 게 별거 아니다.

이렇게 삶에 최선을 다했다가 여행와서 땀흘리고 마시는 맥주 한잔에서 철학자가 되기도 하고

깊은 산에서 수련하는 도사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가 생기고 자신을 바라본다.

고통속에서 행복을 느껴보는 재미도 참 좋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메고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언젠가 다시 오겠지만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은 늘 아쉽다.

다시는 이런 순간의 시간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다시 언젠가 이 자리에서 맥주를 마셔도 오늘 이 기분과 행복은 다를 것이다.

 

삶은 단 한번이고 이 자리에서 생각과 행복도 단 한번이다.

같은 물에 발을 똑같이 담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소중하다. 허투로 살수 없음을 다시 느껴본다.

 

 



 

 

날씨는 정말 너무 너무 무더웠다.

맥주를 마시고 1시간 걷다가 정자나무에서 30분 자고 걷는 이 지루한 길.

나는 고속도로 같은 이런 길이 정말 싫다.

보이는 것도 없지만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런 아스팔트의 길은 다리를 피로하게 하고 열기가 장난아니다. 힘들다. 쉬 지친다. 그래도 걷고 또 걸었다.

 



 

 

 

너무 힘들어 몇번을 쉬었다.

얼굴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덥고 힘들고 다리 아프고....

도중에 아스팔트에서 너무 힘들어 다리 쭉펴고 뻗었다.

그렇게 쉬고 걷기를 5시간여...

 

 



 

 

드디어 남원 금지면에 도착했다.

어두워져가는 시간속에서 여관도 지나오고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자고 싶고 그저 샤워하고 맥주 한잔 시원하게 먹고 다리 펴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 때문에 안된다.

오늘은 죽어도 30km을 채우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2시간은 더 가야한다.

이를 악물고 걷고 또 걸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힘들면 하지마!  누가 강제로 너보고 걸으라고 했느냐?

맞다. 누가 시켜서 하는 도보여행이지 않은가? 나는 내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다.

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드디어 9시30분.

30km을 채웠다.

금지면 어딘지 모를 교회의 십자가가 보이는 곳을 표시로 삼았다.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뺀질이 집사가 드디어 오늘 목표를 이뤘습니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자신에게 참 고마웠다.

나를 믿고 이런 여행을 보내준 아내가 너무 감사했다.

뙈약볕의 무더위를 이기고 포기하지 않은 내 다리와 정신에게 고마웠다.

오늘 하루 포기하지 않았으니 남은 고행의 도보여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겠구나.

 

교회를 표시삼고 숙소가 없어 길가는 승용차에게 손을 흔들어 댔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기척하나 없다.

무서운 세상에 밤에 태워달라니 당연히 없지.

서운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수십대를 보내고 멀리 버스가 오길래 1300원을 주고 탔다.

남원 시내 광한루가 보이는 곳의 신라장이라는 여관으로 들어가 깍아서 2만원에 숙박했다.

 

 



 

남원 광한루가 보인다.

 샤워를 하고 누웠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때가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온몸이 뜨겁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날이 되겠지...

 

2011년 6월19일 3차 도보여행의 첫날이 그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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