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나에게 책은 어떤 존재인가? ]

 

 

2008년 너무도 추웠던 1월의 어느날 밤... 

동탄에서 안양으로 퇴근해야하는 시간이 왔다.
매서운 겨울바람은 더 을씨년스럽게 차가웠다.
그 당시 여러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는 일도 잘 되지않아 마음까지 찹찹한 그날 저녁 퇴근을 앞둔 시간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그런 날에 없어도 그렇게 없었던 돈이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 낮에 보험사에 긴급주유 서비스를 받았지만 게이지는 여전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주머니에는 몇천원과 차보관함에 있는 잔돈이 전부였다.바닥까지 다 털어 긁어낸 돈이 10원짜리까지 다 합하니 1800원 정도가 나왔다. 

3000원어치 기름넣고 잔돈만으로 고속도로비는 겨우 낼 수 있었던 돈이었다.
참담한 마음을 넘어서 그 현실이 서러웠다.
카드도 없었다.
친구에게,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다면 그 순간을 벗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내가 만든 현실은 내가 책임져야지.

이런 고통의 순간도 겪어보아야 다시는 이런 순간이 안 오겠지.
당시 몇 가지 일을 벌였다가  쓰러진 게 큰 데미지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이 정도까지 바닥으로 내려왔지. 이렇게까지 철저히 밑바닥까지 내려온 이유가 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술에 푹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고 세상을 저주하기보다 내 자신에게 그 정확한 원인을 묻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 한가지였다. 
그것은 책이었다. 책만이 나의 위일한 친구였고 힘이었다.

 

바닷물만 마셔서 갈증이 난 사람처럼 책을 더 많이 읽었던 그즈음이었다.

오후내내 생각한 것이 일 끝나면  안양에 도착해 대동서점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당시 동서문화사의 책에 푹 빠져있었다.
새무엘 스마일즈의 [자조론]과 데일카네기의 [카네기 인생철학]을 읽고 있었는데 책의 두께와 내용면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동서문화사의 책들을 그렇게 보고 싶었다.

인터넷으로만 주문했는데 직접 동서문화사의 월드북 100권을 서점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후에 고정일 출판대표에게 감사편지를 보내드렸다.) 소주한잔보다 더, 무리속에 섞여 내 자신을 위로받기 보다 더 정말 책이 더 읽고 싶었다.  

안양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가시밭길처럼 느껴졌다.

인생의 한 부분에 가장 고통스런 어떤 순간을 뽑으라면 그 때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성찰과 배움을 얻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게이지는 빨간불이지... 마음은 찹찹하지... 힘을 내고 용기를 내고 싶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책은 보고 싶고 서점에만  어서 가고 싶었다...  마음속에 복잡한 모든 것들이 뒤섞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대동서점은 언제나 그렇게 그 자리에서 서있었건만 그 날 처럼 늠름하게 나를 맞아 주었던 적은 없었다.

서점에 들려 월드북 책들만 찾아보았다. (입천장에는 거미줄을 치고 있는데 육체의 양식을 떨어져 없는데 영혼의 양식만 채우는 느낌이었다. 쌀독에 쌀이 떨어져 새끼들은 굶고 있는데 묵묵히 책만 보는 선비의 심정이 그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보고 또 보았다.

그때 유독히 눈이 갔던 책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향연]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같은 책이 관심이 갔다. 영혼의 갈증과 텅빔을 채우고 싶은 욕구였으리라... 

그날 1시간 넘게 구경하고 돈이 없어 단 한권의 책도 사오지 못했지만 100권이상의 책을 산 기분 보다 더 귀한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힘겨웠지만 내 독서인생에서 가장 귀한 경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고 내 자신을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삶은 고통을 준 다음 선물을 준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 대동서점의 일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귀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실패와 고난들은 그 당시에는 힘들고 괴롭다. 남들은 다 잘들 하는데 힘들게 살아가지 않는데 나만 왜 이리 힘들게 살까?

왜 풀리지않고 늪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끝이 없을까 생각해도 다 순리라는 것을 지나고 나니 알게 되었다.그게 뿌리깊은 나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거름이 됨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거름이 없이 울창하고 멋진 풍광을 뽐내는 나무가 될 수 없다.

삶도 실패와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느리고 천천히 가고 안되는 것 같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여정의 한 순간이다. 경험적 수단이 고난과 실패속에 배우는 것이라면 독서는 그 경험적 수단을 줄여주는 지름길 같은 감사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수많은 고통속에서 뼈져리게 배워왔다.  

책은 펼치기 전에는 그저 한낮 종이에 불과한 무생물이지만 펼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살아 숨쉬는 사람과 같이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 그 끈이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정신과 정신을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그리고 최고의 인맥을 만드는 순간이다. 램프에서 지니를 부르지 않으면 영원히 나오지 않는 것처럼 책도 손으로 잡아 읽기 전에는 그저 의미없는 종이에 불과하다.   

사람이란 한없이 강하지만 한 없이 약한 존재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방황 할 때도 있고 몸이 오그라드는 외로움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격려와 배려를 받으면 힘이나고 독설이나 상처되는 한 마디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참된 영혼이 없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영혼에 상처와 텅빔만이 있기에 그렇다 .... 

영혼의 가장 큰 힘은 독서다. 어느 행간에 담긴 작은 의미가 그 사람의 전 삶을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성찰, 진정한 홀로서기의 준비자세라고 생각한다. 

 

어느 낯모를 간이역에서 봄 햇살을 맞으며 읽는 즐거움, 여름날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서 찬 녹차를 음미하며 읽는 즐거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날 놀이터 벤치에서 읽는 독서의 즐거움, 겨울날 가족과 떠난 여행지 펜션에서 시간을 내어 읽는 독서의 즐거움...

 술자리를 마치고 약간 술이 덜 깨어 집에돌아와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즐거움과 행간에 쳐놓은 빨간 밑줄은 작은 감동과 삶의 여유를 주곤 한다.

각박하고 많이 일들이 총알보다 더 빠르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시간의 다툼속에서 올바른 길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독서라는 내안의 작은 울타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도착해 잠든 아이들을 보고 아내에게 하루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서재의 많은 책들을 바라본다. 한권 한권 내 손때가 묻어있어 쌓여있는 저 책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눈 녹듯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그리고 흐뭇한 마음이 생기며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저렇게 좋은 책을 읽었고 좋은 책들을 모았다는 자부심이다. 저많은 책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오늘도 고생하셨다고 오늘도 영혼을 치유해드리겠다고.

사람은 책을 읽을 때 가장 자기다워진다. 나에게 책의 존재는 "어머니 날 낳으시고 아내가 날 자라게하고 책이 나를 완성한다. 진정 책이 나를 완성한다.오늘도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고민은 나를 오늘도 설레게한다...사람은 책을 읽을 때 가장 자기다워진다. 독서,영혼이 있는 육체를 위하여 오늘도 어떤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나에게 책이란 존재는 선물이다.

세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 그 이상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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