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오늘 아침

아내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돈이 많아 물질적으로 잘 해주거나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은 없지만 아내 마음편하게 해주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살려고 노력했는데...

1년에 큰 싸움 한번 안하고 말 다툼이나 몇번 할 정도 밖에 안되는 저희 부부가 아침의 일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저와 아내가 가정을 이루고 산지 어느덧 15년이 되었지만 저는 항상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돈 없고 열심히 살기만 한 나를 믿고 시집와서 알뜰 살뜰하게 살림 잘 해주었습니다.

음식 솜씨가 좋아서 항상 맛있는 음식 해주고 아들 둘 낳아주고 잘 키워주고 모든 집안일에 꼼꼼하게  착하고 사랑스런 사람에게 제가 울리면안되는 데요...
평생 눈에서 눈물 안나게 살게 해준다고 다짐하고 약속했는데 그렇게 쉽게 안되네요.

발단은 이랬습니다.
아내는 항상 아침이면 바쁩니다.
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4학년  두 아들 챙겨야지, 밥 먹여야지, 준비물 준비 해주어야지, 아침의 아내는 전쟁터를 누비는 장군처럼 항상 바쁩니다.

오늘도 그런 전쟁을 치루고 저도 출근 준비를 한 후에 추워진 날씨에 가을 외투를  아내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오늘 나 굉장히 바쁜 날인데 저녁에 해주면 안될까?  " 하는 아내의 말에 나는 어디있느냐는 말을 했고

창고 저쪽에 있다는 아내의말에 "여기냐? 저기냐? " 를 반복했고 찾다가 선반 위에서 털어진 삼겹살 굽는 뚜겅에  제 발을 맞았습니다. "아이구 아파~~ 아니 찾아주면 어디 덧나나...에이 성질나서 살수가 있나..."
저의 이런 저런 궁시렁 끝에 아내가 그 것도 못찾냐고 잔소리를 하면서 저에게 다가와 자기가 하겠노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집은 애가 셋이라면서 ....이거 하나 못찾냐면서"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기에 저도 모르게 벌컥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항상  뭔 잔소리가 그리 많냐고.  그 잔소리 때문에 더 찾을 것도 못 찾는다"
성질을 부렸습니다. 굽는 불판에 떨어진 발도 아프고 도와주지는 못 할 망정 잔소리만 해대는 아내가 야속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내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나를 보다가 세탁기 쪽으로 가더니 빨래를 만지다가 털썩 주저앉아 우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서럽고 슬프게 울던지 ...

"내가 표도 안나는 집안일 하면서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줄 아냐고..."
"애들 학원보내고 남들처럼 돈이나 벌면 되는 데 그걸 못해서 그런줄 아냐고..."
"돈이 많아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고 하루내내 집안일에 아이들 뒤치닥거리하면 하루가 금방 가는대 좋아서 하는 줄 아냐고..". 아기처럼  펑펑 우는 아내의 말은 계속이어 졌습니다.

없는 형편에 무료로 복지회관에서 배우는 컴퓨터학원 좀 가려고 이렇게 서두르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서럽게 하냐는 그 말에 제 가슴에서 무언가 꽉 막히는 아픔이 세겨들어 왔습니다.
"아!  오늘이 아내 복지관 컴퓨터 무료 습하는 날이구나...."


알고 나니 너무도 미안햇습니다.

 나이들기 전에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정말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가는 것이라고...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배우는 컴퓨터, 비즈  이외에는 자기 시간이 없다는 아내의 말과 요즘 엄마들 아들들 얼마나 학교에서 일이 많은 줄 아느냐...자식들 잘 보이려고 하루가 멀다하고 청소며 학교일에 자식들보다 더 늦을 때도 있는데 누가 알아주냐고 ...  교회 봉사도 가야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르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라도 내 시간을 만들고 배우지 않으면 나는 무어냐고..."

당신이야  추운날씨에 남자라 돈만 벌어오면 그만이지만 아내로써 엄마로써  주부로써  일인 3역을 한다는 아내의 그 말에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틀린 말이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 잘난 밖에서 일하고 돈 벌어다 준다는 그 한가지에 어쩌면 아내 홀로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한국남자들 누구 돈 안벌어다는 사람 어디 없지 않습니까...
아침에 그 바쁜 시간에도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싸주고 항상 도시락 반찬 걱정하는 아내를 보면서 제가 불쑷 "  대충 싸...   그냥 그럭저럭 먹으면 되지...  "
하면  아내가

"남자들이 다 그렇다고  쉽게 말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줄 알아...    항상 내일 되면 뭐 해먹을까   고민하는 일이 아줌마들이야...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 당신 마음 내가 다 알아.  내가 홧김에 그랬어. 다시는 안 그럴게" 하면서 따뜻한 녹차를 한잔 타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잔소리 하지 말라는 말이 가장 서럽다고 했습니다.

"누가 잔소리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있어. 자기들 할 일들만 잘 해놓으면 누가 잔소리를 할 것이며, 사용한 물건 제자리, 입은 옷만 바구니에 갔다놓으면  되는 것을 그 것 나 못 도와줘?"
" 누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래. 바쁠 때 서로 조금만 도와주면 되잖아...

"당신이 힘들게 안 해도 나 힘들일 많아.  말 안해서 그렇지...
하옇튼 여자에게 잔소리 하지 말라는 말은 가장 서운한 말이라는 것을 명심해.  잔소리 말 하니까 또 눈물이 나오려 하네.."  


하면서 아내는 웃는 얼굴로 풀어졌습니다.

 저는 싸우면서 정이 든다는 말이 싫습니다. 어떻게 싸우면서 정이 듭니까?
사랑하고 아끼고 살기도 바쁜 세상인데.  상처주고 아픈 말이나 행동은 다시는 아내에게 안하렵니다.
힘차게 웃는 얼굴로 배웅해주는 아내에게 차안에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내에게 온 답장은 이렇습니다.

[제목 : 고마운 꿀물에게]

"좀전에 속이 후련했는데 (울어서 그런 거 겠죠.) 출근하는 당신에게 그래서 미안하고 내 넋두리 다 받아줘서 고마워.  추운데 밖에서 가족 위해 열심히 생활해줘서 고맙고 사랑해요^^"

 

이 문자를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오늘은 일찍 끝내고 저녁에 들어가서 아기처럼 우는 아내를 위하여 동네 가까운 삼겹살 집에서 소주한잔 하면서 아내에게 애교를 많이 피울겁니다. 

자기야!  설빈,찬빈이 엄마!  
진심으로 오늘 미안하고 사랑해요.  항상 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앞으로 내가 더 열심히 할께.사랑해요..................^^
가족은 저에게 가장 귀한 둥지입니다

아내와 두아들이 있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됩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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