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서도 대폭발 일으킨 빅뱅

 

데뷔 후 1년 만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은 빅뱅이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빅뱅은 스스로를 ‘자기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자가 발전형 아이돌’이라고 표현한다. 다섯 명의 멤버들은 그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솔로가수, 작곡가, 배우, 예능인으로 활동하며 숨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래도 성에 안 찬 모양인지 이 다재다능한 다섯 남자는 출간 보름 만에 17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지난 1월 말 출간된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다섯 명의 빅뱅 멤버가 지은 ‘자기계발서’다. 그들은 이 책이 어쭙잖은 자서전이나 성공담을 엮은 책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한다. 자신들이 데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역경을 솔직히 써내려갔을 뿐이라고. 그리고 자신들처럼 ‘꿈을 향해 매진하라’고 소리친다.


빅뱅은 아이돌 그룹의 전형적인 요건들을 갖추지 못했다.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외모의 ‘얼굴마담’도 없고, 폭발할 듯한 가창력의 소유자도(?) 없다. 하지만 발표하는 곡마다 인기를 끌며 지난해 음반 판매량이 50만 장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구수한 매력을 가진 대성은 ‘날 봐 귀순’이라는 트로트를 발표해 주목받았고, 태양과 승리 역시 솔로 활동을 통해 가려져 있던 개성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룹 내에서 가장 준수한 용모를 가졌다 할 탑(T.O.P)은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서 신고식을 치렀고, 리더인 G-드래곤은 빼어난 작곡 실력으로 빅뱅을 싱어송라이터 그룹으로 등극시켰다.


가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빅뱅이지만 그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집안의 반대, 주위의 불신, 불투명한 미래 등 가수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게다가 빅뱅은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데뷔 과정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한 힘은 가족들의 응원, 음악을 향한 열정과 고집 그리고 상투적이지만 언제나 고결한 꿈과 희망이었다. 함께 혹은 따로 있어도 여전히 근사한 다섯 남자 빅뱅,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실력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G-드래곤


빅뱅의 리더 G-드래곤은 스무 살 청년이지만 여전히 소년의 외양을 갖고 있다. 깨물어주고 싶은 순한 미소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돌려 말하는 것 같다. ‘거짓말’ ‘하루하루’ 등 빅뱅의 대표곡들을 작곡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마냥 해사하게 웃고 있을 때면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도련님’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빅뱅을 갑자기 뜬 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 책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저희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거든요.”


무엇이든 확실한 게 좋아 놀 때는 여한 없이 놀고, 일할 때면 또 온 신경을 집중해 매진한다는 G-드래곤은 대충주의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런 성정은 하루 12시간 춤과 노래, 운동과 외국어를 배우는 혹독한 연습생 생활 6년을 버티게 한 동력일지도 모른다.





▲ 빅뱅은 멤버들 스스로 만든 아이돌이라고 말하는 팀의 리더, G-드래곤.

1995년 ‘꼬마 룰라’로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YG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은 G-드래곤의 미래는 마냥 밝아 보였다. 낙천적이고 맹랑했던 꼬마 권지용(G-드래곤
의 본명)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빅뱅의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그는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음악 작업으로 달랬고, 양현석 대표가 내준, 일주일에 한 곡씩 작사·작곡을 해오라는 숙제도 꼬박꼬박 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빅뱅은 실력파라기보다 노력파에 가깝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라기보다는, 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자가 발전형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G-드래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울 청소년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저희가 선배 가수들을 보며 꿈을 키웠듯이 어디에선가 빅뱅을 보면서 꿈을 키우는 친구들이 있길 바랍니다.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린다면 지금의 빅뱅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을 믿고 꿈을 믿어라, 대성과 태양


지금은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의 인기 그룹이지만 한때 빅뱅의 멤버 중 두 사람은 집안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출연 중인 대성과 솔로 활동으로 자신만의 확실한 매력을 선보인 태양은 데뷔 전 부모님을 설득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향한 열정을 재확인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달리 집에서는 그저 조용한 아들이었다는 대성은 특히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했다. 애초에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목사가 되기를 바라셨다. 대성(大聖)이라는 이름마저 ‘큰 목소리로 말씀을 전파하라’는 뜻을 담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 같던 완고한 아버지도 결국 아들의 황소고집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전에 ‘과연 내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러 차례 자문해 봤어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죠.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가수 되기를 반대하던 시절의 대목을 읽으신 부모님이 뒤늦게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힘든 시간 동안 대성을 견디게 한 또 하나의 버팀목은 긍정의 힘이었다. 그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역시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데뷔 전에는 집안의 반대, 데뷔 초에는 성대 결절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던 대성. 그래도 그는 언제나 웃고 또 웃었다. 그 모든 것이 꿈 하나만 좇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좌)부모님의 반대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대성. (우)앞으로 더 멋진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하는 태양.

“빅뱅은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어요. 그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지만 꿈을 잃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나간다면 무슨 꿈이든 다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리더 G-드래곤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지켜줄 단 한 명의 친구’로 꼽는 태양 또한 집안의 반대라는 난관에 부딪쳤다. 가수가 되기 전까지는 미덥지 못한 아들이었던 태양. 책이 출간된 후 그의 어머니는 “책에 나온 대로만 열심히 살아간다면 엄마는 아무 걱정 없겠다”며 이제는 아들을 든든하게 생각한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의욕과 희망적인 생각만 갖고는 안 돼요. 부모님을 설득할 만한 계획을 세우고 의지를 보여드리면 부모님도 언젠가는 허락하실 수밖에 없죠.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제 꿈과 그 꿈을 어떻게 이루어갈지에 대해 계속 말씀드리면서 설득했어요.”


그리고 이제 태양에게는 함께하는 멤버들이 있는 한 앞으로 더 멋진 음악을 보여줄 자신감까지 생겼다.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정말 음악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죠. 그냥 가수가 아닌 진정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있기에 지금이 있다, 탑과 승리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고현정이 ‘뭘 좀 아는, 느낌 있는 매력남’으로 추켜세웠던 탑(T.O.P). 그는 빅뱅의 맏형이면서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인한 눈빛, 탁월한 목소리로 팀에서 가장 먼저 대중에게 주목 받은 멤버다. 2007년에는 드라마 ‘아이 엠 샘’에서 ‘학교 짱’ 역할을 맡아 배우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의 유명한 래퍼’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탑은 ‘랩을 실컷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었고, 빅뱅에 합류해 바람대로 실컷 랩을 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탑이지만 그 역시 혼란스러운 시절을 겪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술과 담배로 이성을 마비시키며, 형체도 알 수 없는 세상의 불의와 싸우기 위해 두 눈에 독기를 품었던 지난 기억들’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청소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정해진 나 자신은 없다는 것을요. 누군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흔들리던 탑을 붙들어준 또 다른 이름은 가족이다.


“부모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응원하고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힘들어도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죠.”





▲ (좌)자신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조언하는 맏형, 탑.(우)‘타고난 자신감’으로 역경을 이겨낸 팀의 막내, 승리.

얼마 전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팀의 막내 승리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나머지 멤버들이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지’ 의아해 할 정도.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갖는 거라는데 가장 여유로운 사람 역시 승리다.


“저희가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기까지는 멤버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어요. 정말 노력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형들이 있어 다행이에요. 형들이 잘할 때마다 저 역시 뒤쳐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죠.”


YG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태양이 부정적인 평가를 자양분으로 삼는다면, 승리는 칭찬을 동력으로 삼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타고난 자신감’으로 무장한 승리이지만 그도 한때는 심한 열등감에 시달렸다. 고향 광주에서는 알아주는 재주꾼이었는데,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실력을 절감하며 좌절한 그에게 주위 사람들은 가수 되기를 포기하라고도 했다. 승리는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 ‘오늘 이 눈물을 쏟게 한 사람들한테 떳떳하게 보여줄 거야.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밥은 못 먹어도 자존심은 있어야 사는 놈’이라고 말하는 승리의 자신감은 부모님의 응원 속에서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부모님께서 책을 보고 ‘아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엄마, 아빠도 분발할게’ 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니 뿌듯했죠. 그런데 죄송하게도 엄마, 아빠 더 분발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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