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심각하게 내게 말을 건네왔다.   


상담을 받고 싶고 치료도 받을 수 있으면 받고 싶다고... 
순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담과 치료를 받고 싶다는 말이 나에게 상당히 충격이었다. 남의 이야기로만 알았다.   

 
그랬다.
아내는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어디 상상이나 해본 이야기인가?
내가 아내에게 못한 것이 무엇이었나? 그래 못한게 많고 아무리 힘이 들었다 하더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 아닌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려 노력했다고 항상 생각했다. 사랑과 애교,부부간의 최대의 관심과 배려도 내가 더 했다고 장담하는 데 정신과 상담이라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다...아내가 TV에서 말하는 우울증의 증세라는 거다.
몇 분간의 대화가 단절된 채 생각에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쉬면서 단 한마디만 했다.  

 

" 그래! 좋아. 당신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당신같이 깊은 생각과 판단을 자진 사람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대신 몇 일만 시간을 다오. 내가 그 분야의 최고의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의사를 알아 볼 시간을 주었으면 해. 대신 이유가 무언지 나에게 자세히 설명을 부탁해- "

강한 부정과 내 마음의 표현보다는 정확한 아내의 입장과 마음을 알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왜일까.. 이유가 뭘까?

 

아내의 말은 이러했다.

결혼 생활 15년이 지났는데 나의 현재위치가 무언지 모르겠다.

두아들.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데 아침부터 밥 해먹이고 준비물 챙겨주고 전쟁같은 아침이 끝난다. 쌓이는 것은 설겆이 거리요. 보이는 것은 거실과 방의 치울 것들 뿐이라.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없이 오전에 빨래며 집안청소로 보내면 오전이 금방 지나가요.  애들 학교에서는 무언 청소며 오라는 것은 많은지.내가 학교를 다니는게 더 낫지. 내가 학생도 아니고 ...학교갖다 오면  인터넷 게임만 더 하려 하고 놀러 나가려만 하니...

학교 다녀온 아이들 뒷치닥거리하랴. 내 강사 시간 보내랴. 오후는 어떻게 가는 지 또 저녁은 어떻게 뭘 먹어야 하고 반찬과 국은 매일 무얼하고 준비해야하는지...

하는 일 없이 또 소중한 하루가 또 간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반박을 하고 싶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 않은 집들이 어디있냐고 말하고 싶었고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다.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들어 주었다.)  하루가 너무 빨리가고  표시나지도 않은 이 집안일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지친다는 말이었다.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 당신이 요즘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참된 웃음이 아니고 힘든 몸부림이었다는 말에 정말 미안함을 느꼈어. 그래 당신에게 아내와 엄마라는 큰 짐을 지게 하고 같이 나누지를 못했네.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내 방식으로만 당신을 이해하려 했어. 알량한 그 생활비 벌어다 준다는 핑계로 당신의 힘듬과 고통을 나누지 못함을 내 진정 사과할게. 내 오늘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당신에게 해야 할지를 알았어."

 

나는 비로소 느꼈다. 가족이라는 게 무엇인가? 남편과 아빠의 자리를 어떻게 해 왔는가? 내가 잘했다고 자부하고 해온 지난 날들에 다시금 반성과  후회가 스쳐갔다.
아내와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거의 듣기만 했다.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 말들에 때로는 긍정을 해주고 때로는 반론과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전문의를 알아 볼 몇일 시간을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내 이야기의 내용을 메모하기도 다시 한번 말하게 하기도 했다. 몇 일을 그렇게 경청하면서 대화에 대화를 해 나갔다.  그런 몇 일후 아내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 나  이제 다 낳은 것 같아. 우울증이네. 여러 머리 아팠던 일들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 당신하고 그 날 이후  몇시간 이야기하고 부터는 아무렇지도 않아! "
참으로 복되고 감사한 말이다. 내심 나는 얼마나 근심하고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는가. 얼마나 반성하고 자책도 했는데..   그랬다. 아내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진정 필요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랬다. 아내는 진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과  내 모습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진심으로 원했던 거다. 나는 그 사람이 되어준 것이고 그리하여 아내의 힘들었던 마음의 병이 경청과 배려의 대화로 치유가 된 것이다. 


요즘 아내들은 슈퍼우먼 같다.
직장일에 가정일에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하루 해가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는 다른 요즘 아내들의 삶이다.
그래. 삶의 수위가 나아졌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쁨과 삶의 무게라는 전제하에 대화의 단절과 홀로서기의 힘겨움이 아내를 힘들게 한다.
이제 아내를 이렇게 봐주자.

 

- 아내에게 절대 강요하지 말자.

   강요라 함은 나도 이렇게 하니 너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

 - 아내의 있는 그대로를 보아 주자.

   서로 몇십년을 다르게 살다가 만난 사람들이다. 내 아내의 사고방식과 마인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자.

 - 아내도 아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 주자.

 - 아내와 티타임 또는 맥주 시간을 가져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자.

    동상이몽이라고 서로가 생각이 어떠한지 말로 하지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저 다 이해해 주겠지 하면 안된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이해하도록 하자.

 - 아내에게 한달에 한 번 자유의 시간을 주자.

한달에 한번은 일찍 들어와서 애들 봐주고 모든 일들을 내가 하고 아내를 외출시키자. 
친구들과 놀게 하자. 용돈도 쥐어주자. 오늘 당신 한번 신나게 놀고 오세요. 식사도 하고 맥주도 한잔 마시고 친구들과 노래방  에 한번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분내키면 나이트클럽도 한번 가는 거야!  하지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은게 사람이고 아내도 사람이다. 쉬고 싶고 스트레스도 풀어야 한다.

  아내를 믿고 맡기자. 쌓이면 병이 된다. 병이 되기 전에 치유하자. 이렇게 당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자.

 - 아내라는 소중한 꽃을 가꾸고 키우는 단 한사람의 정원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금새 숨이 죽어버린다. 하지만 미역에 소금을 뿌리면 팔팔 살아난다. 아내에게 삶의 소금이 되는 친구이 자 조력자이자  남편이 되어야 한다.

 - 아내의 발과 등을 맛사지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아내들의 등은 피로에 긴장에 지쳐있다.

   어쩌면 등도 굳어있다. 발과 등을 마사지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 아내와 대화, 이 대화를 많이 하자. 말하는 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사소한 이야기라도 듣고 말하자.

소중한 것을 지키는 데는 많은 관심과 노력,배려가 필요하다.
소중한 아내를 지키는 데 진심어린 마음의 사랑과 작은 것을 소중히 아는 관심,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 나보다 먼저 아내를 살갑게 배려하는 마음이 이 어렵다는 경기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라 감히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아내들에게 진정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