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애플 이사회는 ‘임시’ CEO인 스티브를 정식 CEO로 임명했으며 스톡옵션 1000만주와 4000만달러가 넘는 전용제트기를 선물한다. 그러나 한때 스티브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사용했던 임시CEO(I-CEO)라는 직함은 이제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직함처럼 굳어졌다. I-CEO 즉, 그는 아이맥, 아이팟 등과 더불어 애플을 상징하는, 아니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CEO가 된 셈이다.
췌장암 그 후 이야기
“1년쯤 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 단층촬영에서 췌장에 붙어 있는 종양이 명확하게 보였다. 의사들은 췌장암은 치유 불가능하다며 길어야 3개월에서 6개월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8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중)  


스티브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3년 10월의 일이다. 췌장암은 가장 치명적인 암이지만, 요행 스티브가 걸린 췌장암은 치료가 가능한 희귀한 종류였다. 의사들은 수술을 하면 최소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브 본인이 수술을 거부했다. 서양의학에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스티브는 처음에는 식이요법을 통해 암을 고쳐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로 9개월간, 애플 경영진은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만약 스티브가 암으로 갑자기 죽게 된다면? 그건 애플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심지어 애플 사옥 내의 카페테리아 디자인까지 스티브의 최종 승인 없이는 결정될 수 없었다. 애플 주주들이 스티브의 부재를 인정할지도 미지수였다. 그 누구도 스티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는가.  


결국 스티브는 식이요법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인정하고 2004년 7월31일 스탠퍼드대 부속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스티브는 애플 커뮤니티 e메일을 통해 자신이 한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수술로 암 세포를 떼어냈음을 알렸다. 애플의 주가는 ‘겨우’ 2.4% 하락하는 데에 그쳤다.  


그러나 2008년 초부터 다시금 스티브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스티브의 몸무게가 확 줄어든 것이다. 2008년 6월 제3세대 아이폰 발표회장에 스티브가 수척해진 모습으로 등장하자 업계에는 그의 건강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7월21일 ‘뉴욕포스트’가 ‘스티브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애플의 주가는 9% 하락했다. 며칠 후 ‘뉴욕타임스’가 ‘스티브의 건강이상설 소문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2008년 8월28일, 그야말로 ‘요상한’ 사건이 터진다. 블룸버그 통신에서 스티브의 죽음을 알리는 짤막한 부고 기사가 송고됐다. 이 기사는 오보였고 블룸버그 측은 사과와 함께 신속하게 기사를 내렸다. 그러나 이 때문에 업계의 불안은 증폭되었다. 유명 언론사가 부고 기사를 준비해두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스티브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 아닌가?  


이해 12월, 애플 측은 2009년 1월 열리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맥월드’(스티브가 신기에 가까운 프레젠테이션 솜씨를 보여주는 바로 그 무대)에서 스티브 대신 부사장인 필 쉴러가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시 애플 주가는 6% 하락했다. 애플 측이 스티브의 건강 문제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발표를 하지 않자 ‘포천’은 ‘스티브의 건강은 사생활 문제이지만, 애플은 여기에 대해 성실하게 발표할 의무가 있다. 스티브의 건강이 단순히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는 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잡스의 병가와 애플 위기설  


그렇다면 스티브는 과연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가? 암이 재발했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아 살이 빠지고 있다’는 정도다. 그러나 지난 1월 병가를 떠나기 직전에 보낸 메일에서 스티브는 ‘내 건강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호르몬 불균형보다는 더 심각한 이상이 발견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도 스티브는 애플 CEO 직함을 유지하고 있고, 회사의 주요한 전략 결정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 1월 중순 ‘뉴욕타임스’는 ‘잡스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호르몬 이상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큰 이유이며, 주치의가 일에서 잠시 떠날 것을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스티브의 병가는 심각한 건강 이상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스티브는 ‘포천’ 2008년 3월호와의 인터뷰 중 ‘만약 당신이 없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행여 내가 버스에 깔려 죽기라도 하면 애플이 같이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사태가 터지면 파티가 열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 없이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을 비롯한 여러 유능한 사람이 애플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다. 내가 애플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후계자를 키우는 것도 있다.”  


애플은 6월8일부터 12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09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3세대 아이폰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때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아이폰을 들고 센세이셔널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사람들은 이미 여러 번 인생의 큰 위기를 뛰어넘은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 위기 역시 보란 듯이 극복하고 6월의 WWDC 무대에서 특유의 현란한 프레젠테이션 솜씨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티브는 일찍이 애플의 신제품들에 대해 “이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예술품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또 애플 제품들의 성공 이유에 대해 “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애플의 목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컴퓨터라는 차가운 기계,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회색 기계덩어리에 인간의 숨결과 꿈을 불어넣은 창조성의 대가 스티브 잡스. ‘꿈이 있는 컴퓨터’와 ‘혁신의 애플 문화’를 전도해온 스티브 잡스는 이제 그 자신이 바로 많은 이의 꿈, 즉 영원한 아이콘이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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