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땡땡’ 시리즈 3부작이다. 2011년 개봉 예정으로 현재 후반 작업에 들어간 ‘땡땡 1: 유니콘 호의 모험’은 벨기에의 만화가 에르제가 그린 탐정만화 ‘땡땡’ 중 ‘유니콘 호의 모험’ ‘황금 집게를 가진 게’ ‘레드 라캄의 보물’ 세 편을 합쳐 만든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1981년경, 막 개봉된 ‘레이더스’의 신문평을 읽다 우연히 땡땡의 삽화를 보게 되었다. 의협심에 불타는 기자로 기삿거리를 찾다가 모험의 세계에 빠져드는 땡땡에게 매료된 스필버그는 “이 이야기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라며 흥분했고 직접 벨기에로 가 원작자의 유족에게서 ‘땡땡’의 영화 판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땡땡’의 시나리오 작업을 의뢰했지만 시나리오는 스필버그의 마음에 들게끔 나오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20년 가까이 표류하던 ‘땡땡’ 이야기는 땡땡의 또 다른 팬인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감독)과 스필버그가 만나며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됐다. 두 사람은 시리즈의 1편인 ‘땡땡의 모험: 유니콘 호의 비밀’은 스필버그가, 2편은 피터 잭슨이, 그리고 3편은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함께 감독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땡땡’은 스필버그가 처음 감독하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소니와 파라마운트가 합작하는 이 영화는 실사가 아니라 3D 모션 캡처 그래픽 기법으로 제작된다. 주인공인 땡땡 역의 성우로는 제이미 벨이, 그리고 악당 해적인 레드 라캄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캐스팅된 상태다.
스필버그의 분신 존스 박사는 환갑이 넘었으니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을 끝으로 모험 일선에서 은퇴(?)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스필버그 자신 역시 예순세의 적지 않은 나이다.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은퇴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는 길을 택했다. ‘어린이 버전 인디애나 존스’라는 스필버그 자신의 평가처럼, ‘땡땡’은 지금까지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어떤 작품보다도 더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 될 공산이 크다.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중에 피터팬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후크’(1991)가 있다. 영화에서 피터팬 역할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는 중년이 다 되어 네버랜드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더스틴 호프만, 줄리아 로버츠, 로빈 윌리엄스라는 호화 캐스팅에도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여타 블록버스터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나이 든 피터팬이 새삼스럽게 네버랜드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스필버그 역시 ‘엠파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후크’의 실패를 인정했다.
“나는 ‘후크’를 어른들을 위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피터팬이 네버랜드로 돌아가는 장면 이후부터 ‘후크’는 영 유치한 영화가 되어버렸지요.”
어른이 된 피터팬에게는 네버랜드가 아닌 새로운 세계, ‘현실’이라는 세계가 더 어울리지 않는가. 동화 속 네버랜드에 비하면 현실은 항상 똑같고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가끔씩 예측불허의 모험이 펼쳐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타임’지 인터뷰에서 스필버그는 “아이의 열정이 마음속에 가득 차는 날이 오면, 다시금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할아버지가 된 나이에, 젊고 새로운 주인공 땡땡과 함께 또 다른 모험의 여정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가 떠날 모험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확실한 것은 그 모험의 세계가 분명 관객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안겨주리란 사실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해도, 피터팬은 영원한 피터팬이니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