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차려주신 밥을 먹고 일찍 길을 나섰다.

내가 나서기보다 어서 가기를 산방주인이 원하는 눈치였다.

알수는 없지만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은 아니신 것 같다.

내가 편한 걸 바랬다면 나의 이기심이지... 한번 밖에 보지 않은 인연인데 말이다.

 



 

 

곰배령 정상이다.

곰이 하늘을 보고 배를 누운 형상이라고 곰배령이란다.

mbc에서 그 무슨 제목이.... 아! 기억이 안난다. 에서 방송이 나와서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진 곳이다.

인제 기린면 점봉산 곰배령. 위로는 더이상 입산금지 구역이라서 갈 수가 없다.

 



 

이집을 눈여겨봐야 한다.

하산하는 길에 뭔가 아쉬워 기웃기웃한 집이다.

여행은 참 목적과 재미는 추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참맛이 아닌가?

나는 그걸 항상 염두해두고 있다.

 



 

이 집 안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멀리서보니 무슨 나무공예를 하시는 지 연신 나무를 자르고

톱질하고 여념이 없다.

그냥 갈까? 그러면 추억이 안생기자나?  무슨 구실로 말을 붙여보나... 고민한 끝에 작은 현수막에 붙은 글씨를 읽어보았다.

" 짱아치나 담근 된장 팔아요."  그려 이거다.

 



 

모자를 쓰고 일하고 있는 분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수작을 걸어본거지.

" 저... 말씀좀 묻겠습니다. 하산하는 여행객인데 나중에 짱아치나 된장좀 택배로 받아 먹을 수 있을까요?"

최대한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했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 사는 사람이면 인생의 단맛쓴맛도 보고 한 고집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아!!  그럼요. 판매하지요.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찰라에 문이 열리며 한 아낙네가 소반에 막걸리와 안주를 내오는게 아닌가?

"여보!!  참 드시고 하세요..."

 

역시 먹을 복이 있는 놈은 다르구나. 그 기막힌 타이밍에 막걸리와 안주가 나오다니...

한국사람 인심이 어디 그냥 가라고 하겠는가?  한잔 하시란다.

아내가 직접 담근 막걸리란다..

한잔 두잔 마시니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바람도 불고 차가우니 집안으로 들어가서 드시자고 하신다.

나야 더 이보다 좋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있는가?

 

 



 

이것이 안주인께서 차려주신 막걸리와 안주다.

완전 오리지날 막걸리에 막걸리 안주가 아닌가.. 막걸리 맛은 정말 걸쭉하니 제대로였다. 한잔 두잔 들이키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서울서 사업하다가 염증을 느끼고 이곳 곰배령에 온지 3년차가 되시는 분들이란다.

이집도 본인 들이 지으셨단다.(여기 계시는 분들은 집짓는게 취미생활이신가?) 기술은 없지만 뼈대만 기술자가 짓고 나머지는

본인들이 지으셨단다.

 



 

강원도 첩첩산골이지만 인터넷도 들어온다.

죤바이스의 음악을 처음알았고 듣기가 너무 좋았다.

술은 잘 넘어간다.

한병을 다 비우니 이제 형님,동생이 되간다. 역시 사람은 넉살이 좋아야 하고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 특히 먹을 복이 정말

많아야 한다는 것을 정말 절감했다.



 

난로에서는 따뜻한 불김도 올라오고 술은 얼큰히 취해간다.

이보다 좋을 수는 더 없다...

 



 

 이 놈이 한심이다.

형님,형수님 보물 1호라고 하신다.

나는 도와줄 일들이 많다는 형님의 말씀에 재워주고 먹여주는 조건으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정말 운이 좋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냥 한마디도 안 물어보고 지나쳤으면 다시는 못올 여행지를 그 어떤 인연으로 하루를 머문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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