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始足下 高山起微鹿 (천리시족하 고산기미록)

 吾道亦始比 行之貴日信 (오도역시비 행지귀일신)

 천리길도 작은 발밑에서 시작되고
높은 산도 작은 먼지에서 시작된다.
나의 길도 이와 같고
이를 실천함에 날로 새로움을 귀하게 여기도다.

백거이(白居易)가 이 시를 쓸 때 어떤 처지에 있었을까? 
 백거이가 큰 성공을 이룬 때는 아닌 것 같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닫고 그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 때인 것 같다. 어떤 것에 대한 중요성에 눈뜨게 되면 비단 백거이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이를 실천하고 날로 새로워지는 것을 귀하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눈뜨지 못하면 조금 힘을 쓰다가 자기가 하는 일에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괜히 역정만 내 스스로 화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때 이 시 구절을 낭송해 보면 좋으리라.

 날로 실천하여 깨달음이 없으면 그 모든 것은 헛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헛된 것에 집착한다. 왜냐하면 실천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작은 이견을 가지고 서로 무엇이 명백히 다른가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그 명백히 다름이 독자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고 느끼기에는 아직 실천이 부족하다.

 눈뜨지 못한 사람이 많기에 아닌 것을 옳은 것으로 이야기하고 또 그것을 우격다짐으로 우겨대는 사람이 많다. 그 우격다짐의 용감성과 무사안일에 우리 모두는 지쳐 있다. 그런 시간이 있다면 내 몸을 움직여 독자의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는 실천이 필요하다. 
 ‘내 몸을 움직여 독자의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으려고 하는 행위’를 나는 마케팅이라고 정의한다. ‘내 몸과 마음을 움직여 독자의 소리를 듣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행위’를 경영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래서 마케팅과 경영이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조직이든 나라든 가정이든 잘 경영하면 모두가 잘살고 행복하다. 어떤 조직이든 마케팅을 잘하면 상품이 잘 팔리고 소비자에게 인정받게 되며 조직은 날로 성장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입으로 마케팅이 중요하다 외칠 뿐 마케팅의 중요성에 눈뜨지 못한다. 마케팅을 베스트셀러 등수 올리기로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이란  ‘마케팅은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끊임없이 찾아내 해소해 주는 겁니다.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것(satisfying needs in superior fashi on)’ 이라고 말한다. 코틀러가 말하는 마케팅의 단순한 정의를 당신이 하는 일에 제대로 적용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그렇다고 필립 코틀러가 훌륭한 마케터냐? 당연히 아니다. 그는 마케팅을 연구하는 훌륭한 학자이다. 

 진정한 마케터는 어떤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어떤 결과는 지나간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는 현재를 위해 충고자의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새로움이란 매일 실천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실천하지 않고 새로움을 구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며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과 역사는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날로 새로워지지 않는 자는 망한다는 사실이다. 날로 새로움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그냥 치부해버린 자들도 같은 운명을 걷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우리 출판사가 출판하는 책이 새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정신이 없는 곳에 새로움이 움틀 이유도 없다. 그러나 다시 그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움에 눈을 뜨면 다시 그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지 않다. 새로운 정신과 더불어 고도화된 섬세함, 단순함, 일관성이 필요한 매우 힘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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