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오면서 언제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화두가 있다. 나는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책을 만드는 일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사랑하느냐의 질문이다. 두 번째로 독자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세 번째로 얼마나 마케팅을 이해하느냐이다. 이 3가지 질문은 언제나 내가 출판 일을 하는 한 계속되어야 할 질문이며 이 세 가지에 대한 내 생각과 가치관이 내가 가지고 있는 출판에 대한 철학이 될 것이다.

 

 오늘은 이 세 가지 중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마케팅에 대한 이해나 실행력이 깊어갈수록 회사도 성장하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초에 한국을 방문한 필립 코틀러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주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필립 코틀러의 말을 잠시 들어보자.

 “소비자들의 사랑을 얻는 방법은?"

 그의 설명은 명쾌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왜 지구 상에 수많은 종류의 음료수가 있는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음료수’들이 생기는 걸까요?” 탁자 앞에 놓인 탄산 음료를 가리키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처음 사람들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콜라를 마셨고, 그 다음엔 에너지를 얻기 위해 게토레이를 마셨어요. 그러다 이제 또 건강을 위해 비타민 드링크를 마시죠. ‘사랑 받는’ 마케팅은 이처럼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끊임없이 찾아내 해소해주는 겁니다.” 




 ‘마케팅은 이처럼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끊임없이 찾아내 해소해 주는 겁니다.’라는 말을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내려 갔다. 내가 모르는 말이 아니다. 또 대다수의 직원들도 이 정도의 마케팅 사고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단순한 마케팅 원칙이 실현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정의를 한 차원 더 높지만 단순하게 정의 한다.

 “마케팅을 정의해 보라면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것(satisfying needs in superior fashion)’ 소비자 욕구를 그냥 충족하는 게 아니라, 한 차원 더 높은 ‘가치’까지 얹어주는 거죠. 스타벅스의 커피엔 꿈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매장에 앉아 커피를 들이키면서 ‘내가 무언가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꿈을 꿉니다.”

 나는 당분간 직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것(satisfying needs in superior fashion)’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을 요구할 것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이 답을 찾기 전에 그 전에 해온 방식대로 일하고 마케팅하고 책을 만든다. 그러나 이 답을 찾지 않고 하는 행위는 대부분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자신과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케팅의 8할은 기회를 탐색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것(satisfying needs in superior fashion)’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답을 얻는다면 그것이 바로 기회를 탐색하는 과정이며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마케터와 기획자의 능력은 대부분 여기에서 결정이 난다.

 우리 회사 내부에 좋은 케이스가 있다. 우리 회사는 인문, 역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출판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간한 역사서가 모두 4권인데, 4권 모두 역사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조선왕 독살사건, 조선선비 살해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이 책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것(satisfying needs in superior fashion)’을 전략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역사 분야의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만족시켜 줄 새로운 역사서를 원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그곳에 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분야의 기획자와 마케터는 여기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우리가 생각한 역사서 시장에서 ‘한 차원 더 높은 스타일’이란 ‘콘텐츠의 새로운 구성방식’ + ‘재미’였고 그것은 적중했다. 

 

 우리는 역사서에서 얻은 마케팅 승리에 만족하지 말고 이런 사고를 전 브랜드에 확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다른 브랜드는 혁신성과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강력한 도전정신으로 뭉쳐있지 못하다. 언제나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기존의 정신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정신을 가진 자가 승리자가 될 것이다. 그 답이 나올 때까지 나 자신과 독자에게, 그리고 세상에 끊임없이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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