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깃집 사장님 유명우, “나는 영원한 복싱인” [JES]
1992년 11월 17일. 일본 오사카 부립경기장에서 다음날 열리는 WBA 세계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전을 앞둔 기자회견. 유명우는 통렬하게 이오카의 기를 죽였다.
"맡겨놨던 내 타이틀을 잘 보관해줘 고맙다". 장담대로 유명우는 이오카를 2:0 판정승으로 물리치고 '잠시 맡겨놨던' 챔피언 벨트를 가져왔고 1차 방어전(상대는 호소노 유이치)을 치른 후 명예롭게 은퇴의 길을 택했다.
국내 프로권투 사상 최다연승(36연승), 최장기간 타이틀 보유(6년 9일), 연속 최다방어(17차). 세계타이틀 리턴매치에서 승리한 유일한 선수…. 모두 유명우가 쓰고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들이다. 프로 통산 전적은 39전 38승 1패(14KO)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운을 단 한번도 당한 적이 없다.
그는 지금 수원에서 오리집을 경영하는 사장님이다. 수원종합경기장 바로 앞편에 있는 '유명우의 신토오리'가 그가 3년 넘게 경영해오고 있는 일터다. 주말이면 매출이 한때 1000만원의 매상을 올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고 조류독감 파동 이후에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권투선수에서 오리집 사장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곡절이 적잖았다.
93년 은퇴한 뒤 사회에 나와 처음 시작한 사업이 예식장 사업. 형과 누나(유명우는 6남매 중 막내)들이 하고 있던 사업이라 비교적 쉽게 일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유명우의 설렁탕'이라는 이름으로 전업했다. 6년 동안 하면서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장사 노하우가 쌓였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이 터졌다.
이후 절치부심한 2005년 10월 수원에 오리집을 개업했다. 지금은 오리집 경영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놨다. 지난 해 조류독감 파동이 있었지만 얼굴 장사가 아니라 맛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는 3월 중순 송파구 문정동에 지금보다 더 큰 업소를 인수해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유명우의 신토오리'는 '신토마을'의 오리집 체인점으로 그는 이 프랜차이즈의 전무를 맡고 있다.
나는 영원한 복싱인
이제는 은퇴했지만 그는 지금도 자신을 권투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영원한 권투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다"라고할 정도로 권투는 인생 전부다.
수익면에서는 훨씬 떨어지지만 그가 더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 복싱체육관과 프로모터다. MBC 권투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업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활동 폭을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다.
신림동에 있는 '유명우 범진 체육관'은 이윤보다 정통 복서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체육관 소속의 동양챔피언 김정범에게 올해 안에 꼭 세계타이틀 매치를 성사시켜 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난 해에는 프로복싱 남북 대결을 중국에서 열기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남북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일단 뜻을 접었다.
1회 평균 파이트머니 1억원
유명우가 17차방어에 성공하던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복싱의 전성기였다. 장정구, 박영균, 백인철 등 세계챔피언 명맥이 끊일줄 몰랐다. 당시 그가 받던 파이트머니는 회당 평균 1억원이었다.
매니저와 트레이너 몫, 세금 등을 제외하면 절반인 5000만원 정도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당시 적잖은 챔피언들이 흥청망청 쓰다 쪽박을 찬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주로 부동산에 차분하게 투자해 은퇴할 때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89년 비교적 일찍 결혼한 그는 군 복무중인 아들과 고2가 된 딸을 두고 있다. 6년간 세계챔피언을 유지한 덕에 비교적 넉넉한 부를 손에 쥐고 나와 사회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운동 선수의 은퇴 후는 불안하기 그지 없다.
그는 "링에서는 한 명의 상대와 싸우면 되지만 사회에서는 극복해야할 난관이 하나둘이 아니다"며 "감량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나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유명우
1964년 1월 10일 서울생, 1982년 데뷔, 85년 세계타이틀 획득, 89년 결혼, 91년 12월까지 17차 방어성공, 91년 18차 방어 실패. 1992년 18차 방어전 상대였던 이오카 히로키와 재대결 타이틀 탈환, 1차 방어전서 호소노 유이치를 이긴 후 타이틀 반납 은퇴. 총 전적 39전 38전 1패(14KO) 국내 프로권투 사상 36 최다연승, 최장기 타이틀 보유(6년 9일), 17차 최다연속 방어, 1991년 세계권투협회(WBA) 선정 올해의 복서. 현재 유명우 신토오리 수원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