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제석봉, 촛대봉, 영신봉, 명선봉, 반야봉까지의 풍광을 앵글에 담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성삼재, 만복대, 정령치, 바래봉까지의 모습을 5년에 걸쳐 담을 계획입니다. 지리산에 파묻혀 살면서 지리산과 절친해져 그 완전한 모습을 담아낼 것입니다.”

지리산에 미쳐 직장도 사직하고 서울 짐을 몽땅 싸들고 내려가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은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姜炳圭·45)씨. 지리산 모습을 앵글에 담기에 여념 없다. 강씨가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은 건 지난 2005년 겨울. 현대해상에서 IT 전문가로 일하다 사표를 내고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자락으로 아예 주소를 옮겼다. 지리산 도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퇴직금과 그 동안 모아둔 돈 1억 원을 들여 토지 1만5000여 평을 샀다. 중고 트랙터를 구입해 땅도 직접 개간했다. 천왕봉이 올려다 보이는 장소에 지리산 모습을 담을 멋진 전시관과 집을 지었다. 그림에나 나올 법한 아담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꼬박 4년 걸려 사람 사는 집으로 모습을 갖췄다.

그 전시관에 자신의 지리산 사진을 표구해서 전시했다.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한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이름도 지었다. 길의 가장자리란 뜻을 지닌 ‘길섶’으로. 들어가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IT 전문가가 지리산 사진작가로 변신한 계기나 과정이 궁금했다.

“대학 졸업 후 사업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나친 경쟁에 지쳤습니다. IT분야는 특히 심하지 않습니까. 성과도 많이 올렸지만 항상 공허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어요. 직장 다닐 때도 매 주말 가방 싸들고 지리산에 드나들었습니다. 지리산 왔다가면 감정 정리가 됐어요. 어느 날 아예 ‘지리산에 내려가 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점차 그 생각이 강해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 그가 직접 지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사진전시관 ‘길섶’


강씨는 대학 졸업 후 시청각 기자재 지역총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 만에 깡그리 말아먹었다. 1994년 벤처회사인 대진정보통신에 IT 전문가로 취직했다. 맘껏 능력을 발휘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1997년엔 다우기술로, 2001년엔 현대해상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일은 재미있었지만 어디든 정이 들지 않았다. 지나친 경쟁으로 몸이 지쳐갔다. 그의 안식처는 결국 지리산이었다.

“지리산이 도피처는 아닙니다. 내 영혼의 정착지이고, 내 일터이고, 작업장입니다. 이젠 정을 붙이고 제대로 일할 겁니다. 꿈도 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담아 사람들을 즐겁게 할 계획입니다.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그런 장으로 길섶을 가꾸고 싶습니다. 강과 산은 우리 생명의 근원입니다. 강산을 담아 지역민들이 즐기는 문화의 장으로 함께 나눌 것입니다.”

강씨의 당찬 포부다. 그는 아직 노총각이다. 언제든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 노총각이다. 지리산 자락 그림 같은 집에서 같이 살 처자는 언제든 연락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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