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낸 한비야씨 내달 미국행
"9년간 일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도 엊그제 그만뒀어요. 이제 백수가 된 거죠. 호호호. 다시 큰 산등성이를 오르기 위해 신발끈을 묶는 기분입니다."
오지 여행가이자 국제구호 활동가인
한비야(51)씨가 4년 만의 신작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를 냈다.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씨는 "여전사(女戰士)가 아닌 인간 한비야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에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호되게 차였던 첫사랑과의 재회, 구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한비야가 권하는 24권의 책' 등 자신의 일상과 인생관을 편안하게 얘기한다. 일기장의 한 부분을 통째로 옮긴 대목도 있다.
한씨는 새 책을 한국에 떨궈놓고 8월 초
미국으로 떠난다. 터프츠 대학의 국제관계 및 국제법 전문 대학원인 '플레처 스쿨'에서 인도적 지원 석사과정(1년)을 밟기 위해서다.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지하철 순환선을 탄 느낌이었어요. 이미 해본 일의 연속이라 예전처럼 100℃로 끓어오르지 않았죠. 또 일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우리나라의 대외 식량 원조 정책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더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꼈죠."
한씨는 1993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7년간 오지 여행을 했고, 그 후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 몸담으며 세계의 가난한 곳만 찾아다녔다. '한비야 브랜드' 덕에 월드비전 후원자 수는 그가 일하는 동안 2만명에서 33만명으로 늘어났다. 한씨가 뿌린 씨앗이다.
한씨는 구호팀장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며칠간 매일 잠을 자 봤다고 했다. 이렇듯 쉼 없이 '지도 밖으로' 행군해온 그도 이제는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나이가 됐다. 기본 40㎏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돌아다닌 탓에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요즘은 글루코사민까지 먹는다.
"작년부터 '나이가 드는구나' 느꼈어요. 나쁘지 않아요. 나이가 들고 온화하게 웃는 지금 내 모습이 아주 좋아요. 살아온 시간만큼 경험이 늘면 더 좋은 사람이 돼 있겠죠."
한씨가 뿌린 또 하나의 씨앗은 '제2의 한비야'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이다. 여행서적 성수기인 7~8월만 되면 젊은 여성들의 여행기가 쏟아지는 것도 바로 한비야 신드롬의 결실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힘이 나는 야성적인 사람이에요. 비야의 '야'도 '들 야(野)'이지요. 공부를 마치고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시 돌아올 곳은 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