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병호경영연구소에 들어서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거실을 비롯해 모든 공간을 차지한 책 더미에 놀라고 생활 터전인 아파트 한쪽에 마련된 쪽방 수준의 공부방 크기에 놀라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7년 동안 40여 권의 저서와 고정 기고, 방송 출연, 강연 등의 제품을 생산해 냈다. 작년 한 해 동안 쓴 글만 원고지로 1만 장, 살인적인 스케줄을 조정하며 하루 30여 장의 원고를 매일 토해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혹시 공병호는 다른 대필 작가를 시켜 글을 쓰게 하는 건 아닐까?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에디터 안재형 / 포토그래퍼 이규열

몇 년 전 공병호 소장을 만나기 위해 연구소(아파트)를 찾았을 때 갑갑했던 기억이 있다.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자기경영 노트> <독서 노트> 등 수많은 실용서 시리즈를 저술한 경제학 박사라니 얼마나 고리타분할까.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생활터전 한쪽에 마련했다는 연구소, 그러니까 아파트에는 장르를 불문한 책이 빼곡했고 책꽂이가 모자라 차곡차곡 쌓아두기까지 했다. 일본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오타쿠적 광기가 떠올랐다면 너무 앞서간 상상일까? 물론 그 상상은 그저 상상에 불과했지만, 일종의 선입견에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두 번째로 찾은 그의 연구소는 그때에 비해 비교적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적어도 그가 사기치고 있지 않다는 건 책의 양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실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빙 둘러 책꽂이가 놓여있고 바코드가 찍힌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찾기 쉽고 보기 쉽게 컴퓨터로 색인 정리를 해놨다는 책은 얼추 봐도 1만권은 거뜬히 넘어 보인다. 그는 이 공간에서 홀로 공부하고 연구하며 1인 기업의 성공교본을 보여주고 있다. CEO로 재직했을 때 연봉 1억5천만 원을 받았다면 지금 그의 연봉(순수익)은 서너 배 이상이다. 그는 지금도 성공을 위해 새벽 3시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한다. 일반인들이 본다면 즐기는 인생과 동떨어져 있는 스케줄. 하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즐겁다고 말한다. 일이 많아 즐겁다니, 그의 표현을 빌자면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묘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말한다.
“돈은 벌려고 해서 벌리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직업과 목표에 올인하세요. 자신에게 투자하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30대에는 자기 분야에서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의 이유는 극명하다

당신이 이 책을 정말 다 읽었다고? 대부분 다 읽은 것이다. 오늘만 해도 좀 전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아침에 대구에 갔다가 천안 아산역에 내려서 강연을 했다.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한두 권씩 읽는다. 예를 들면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한 20분간 귀마개를 하고 바로 읽는다.

귀마개를 항상 갖고 다닌다? 갖고 다닌다(웃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스펀지 스타일과 젤리 스타일이 있다. 젤리 스타일이 소음을 훨씬 줄여준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소음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덕분에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가치 창출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음을 줄인다면 훨씬 생산력이 높아질 것이다.

당신에게 독서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독서의 이유는 극명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데 안 하고 있을 뿐이다. 남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면 탄식만 하고 시간이 없어서 등등의 핑계를 댄다. 난 책에서 정보를 얻고 상상력을 키운다. 작년에는 어림잡아 4백~5백권 정도 읽었다.

책만 강조하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인생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모든 것에 똑같은 시간을 투자할 순 없다. 정독할 책과 속독할 책을 나눈다. 그리고 책 외에 밖에 나가 하나하나 관찰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사회적인 트렌드를 알기 위해선 직접 보고 느끼는 수밖에 없으니까.

정독하는 책은 무엇인가. 최근에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법칙>이 다시 완역돼 정독했다. 아무리 두꺼워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은 꼼꼼히 본다. 나머지는 속독하는 편이다. 책을 많이 보면 뇌와 안구의 반응이 빠르게 발달한다. 짧은 시간에 정보를 캐치하는 능력이 생기는 거지.

난 정통파 강사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자기 경영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한다. 내가 생산하는 제품 중 주요 영역이다. 난 강연에 있어서 비교적 넓은 지식의 영역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한다.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강사들에 비해 영역이 넓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정통파라고 할 수 있는데 제대로 공부하고 아래에서부터 밟아 올라갔다는 것이다.

1년에 몇 번이나 강연에 나서나. 작년에는 2백80회, 올해는 6월까지 계산해 보니 1백70회를 나갔다.

2백80회라면 다 그게 그거인, 비슷한 강의 아닌가? 강사의 능력 중 하나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하는 것이다. 매뉴얼화하긴 힘든데, A회사에서 청탁이 오면 주제를 명확히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청중의 나이에 맞는 내용을 준비한다.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 하지만 지식이 날로 새로워지는데 변화 없이 멈춰있을 것 같은가.

강연을 청탁하는 기업 중에 거절하는 기업도 있나? 내 평판이나 명예가 훼손되는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모임이나 사기성이 짙은 기업의 청탁은 거절한다.

그런데 다단계 기업에도 강연을 나간다는 비난이 있다. 물론 간다. 하지만 다단계 기업이라도 이미 명성을 얻고 있거나 검증된 기업에 국한한다. 예를 들면 암웨이 같은 다단계 마케팅 기업이 그렇다.

1인 기업가라고 불린다. 다른 말로 프리랜서 아닌가. 전혀 다르다. 1인 기업가에게는 고유 브랜드와 상품이 있다. 7년간 1인 기업가로 활동했고 강연과 저서, 외부 원고, 방송 출연 등이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고유한 상품이다.

모든 걸 혼자서 관리하나. 비서가 스케줄을 관리해 주고 리서치 업체에 의뢰해 전반적인 자료를 받는다. 물론 장기적인 계약은 아니고 프로젝트 개념이다.

원고 작성 시간이 만만치 않을 텐데 직접 작성하나. 혹시 누가 대신해 주지는 않나. 누구에게 맡기겠나. 내 이름을 걸고 나오는데 직접 작성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강연이나 방송을 위해 이동하는 중간 중간 모든 걸 체크하고 작성한다.

매출은 얼마나 되나. 1인 기업의 매출을 밝히는 건 내 수입을 밝히는 건데, 글쎄… 많이 번다(웃음). 예전 직장(그는 1억5천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에 비하면 게임이 안 된다. 우선 가장 좋은 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 노동 강도는 높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진 않는다. 일이 곧 공부고 학습이니 늘 재충전하는 마음이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이 계통은 일종의 무림의 고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자기 영역을 넓히고 투자해야 한다. 인생은 공짜가 없다. 젊은 날 게으르면 나중에 반드시 비용을 지불한다.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철칙인데, 조금이라도 젊고 생산적일 때 자신을 트레이닝시켜야 한다.

트레이닝만을 강조하는데, 혹시 취미는 있나. 난 잡기에 대한 능력이 별로 없다.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좋아한다. 자서전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상상한다든지…. 며칠 전 강남의 한 식당을 갔는데 식당 이름이 ‘달과 6펜스’였다. 벽에 너무도 아름다운 영어 문장이 새겨져 있어서 바로 <달과 6펜스>의 원서를 사서 읽었다. 그런 호기심이 취미라면 취미다(웃음).

그게 당신이 말하는 일종의 확장성인가. 미래의 핵심경영은 확장성이다. 미래의 경쟁력이 자신의 지식과 상대의 지식을 조합하거나 통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관심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창조와 변화는 정진해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창조경영>과 <변화경영>을 출간했다. 삼성에서의 강연 내용이라고. 내가 강조하는 경영은 가장 큰 부분이 국가경영이고 그 다음이 기업경영 그리고 자기경영과 가정경영(자녀 교육)이다. 이 모든 것의 원칙은 똑같다. 기업경영이 뛰어난 CEO라면 당연히 자기경영도 뛰어날 것이다. 삼성에서 강연 주제를 받고 고민했던 내용을 담았는데 좋은 제품을 만들었어도 디자인이 후지다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 창조적 마인드가 없다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창조경영과 변화경영을 개인에게 적용한다면. 젊은이들을 보자. 연봉 2백만~3백만원만 더 주면 그냥 옮기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계산적으로 다가서지 말고 끈덕지게 밀어붙여야 한다. 자신의 일에 오랫동안 매진할 때 새로운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매번 옮긴다면 벤치마킹 할 수밖에 없다. 벤치마킹의 시대는 지나갔다. 또한 회사를 옮긴다고 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적응이다. 내가 내 회사, 직업을 고민하고 현 상황에 대한 불만과 건의사항을 끊임없이 드러내야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우직하게 정진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직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도 한다. 물론이다. 이직을 위한 이직을 경계하는 하나의 예를 든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을 텐데. 우선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존에 대한 DNA가 있다. 국가가 좀 더 역동적으로 변한다면 그 DNA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관과 정이 힘을 좀 빼야 한다. 관습이나 세금에 얽매이는 일이 너무 많다.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넓은 의미로 중국이 부상한다 하더라도 뭔가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인가. 무례한 것.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시각이 도드라질 때가 많다. 좀 더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시각을 갖춰야 한다.

최근에 영화 <디워>로 민족주의가 부각되기도 했다. 강하지. 민족주의 색채가 강해서 유감이지만 그 영화는 그래도 5백만 명 이상이 선택했다. 그러니 장한 일이다. 적어도 이렇게 멘트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상에 전문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객들이 선택한 것인데, 그분들이 모두 아니라고? 몇몇 평론가들의 오만불손한 언행을 보면 그게 오히려 사회적 해악이다. 그런 점도 무례하다.

진실로 일과 사랑에 빠져라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을 한다. 그건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 젊은 날에는 더 채찍질했다. 30대에는 정말 가혹했지. 간에 부담을 줄 만큼 스트레스가 많았다. 하지만 덕분에 지금이 재미있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누구의 강요 없이 내 스스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젊을 때 자신을 밀어붙이지 않으면 후에 절대 여유를 찾을 수 없을걸.

요즘 젊은 세대의 화두는 재테크다. 재테크는 하고 있나. 벤처 투자, 펀드, 부동산 다 한다(웃음). 하지만 그건 2차적인 문제고 내 직업의 업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그것이 1차적인 문제다. 재테크라는 건 종자돈이 마련되면 돈이 돈을 부르는 것이다. 물론 종자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종자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자명하다. 1차적인 문제, 즉 내 직업에서 나온다. 종종 1차와 2차를 혼동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일도 좋지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방법은 없을까. 인생은 긴 것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짧다. 한 인간이 인생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간은 정말 짧다. 놓치면 안 된다. 진실로 자신이 추구하는 일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즐기게 되겠지. 그것의 성취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평생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의 전성기는 바로 2534시절이다. 30대에는 자기 분야에서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도 그걸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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