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제학과 졸,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박사, 나고야대 객원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유기업센터와 자유기업원 초대 소장 및 원장….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공병호(49)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꼭 10년 전인 30대 후반에 원장이라는 자리에 올라 웬만한 사람 같으면 성공했다는 자부심과 안락함에 빠져있을 때 그는 홀연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벤처기업에 잠시 몸담았던 그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 후 불어 닥친 구조조정으로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추풍낙엽 같은 샐러리맨들의 자조 섞인 자화상이 한창일 때 그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허허벌판으로 몸을 내던진 것이다. 지금이야 큰 성공을 이뤘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한 모험이었을 텐데 어떤 용기가 있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적 특성
인터뷰를 약속하고 그의 업무공간이자 집인 가양동 아파트로 찾아간 시각은 12시30분. 웬만하면 식사시간을 피하던가 아니면 오찬을 같이하면서 인터뷰에 응할 텐데 그는 달랐다.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시간을 쪼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것.
기자도 급한 마음에 자유기업원장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28살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30대 후반까지 앞만 보며 질주하는 삶을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가 떠오르더군요.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바로 나의 내면엔 어떤 것이 있을까였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그가 결론 내린 세 가지를 소개했다.
우선 연구소를 설립하던 3년간은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안정되면서 자신은 관리자(오퍼레이터)로서 적절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는 것. 그는 “인큐베이션과 오퍼레이션에 적당한 인물이 따로 있듯 저에게는 크리에이티브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술회했다. 또 자신은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타인의 삶이 아닌 본인이 무대중심에 있어야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2005년 쓴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이라는 책에 이 같은 자신의 밑바탕 생각이 녹아있다고 소개했다. 즉 인간은 항상 생각의 조합을 갖고 있고 생각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전직을 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공 소장은 첫째가 라이스대 1학년으로 자신의 후배가 됐고, 둘째가 롤스마운틴의 NMH 10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쯤 되면 세 번째 목표도 성취한 셈인 듯하다.

벤처 경험은 혹독한 단련
벤처열풍이 한창이던 시절 인티즌과 코아정보시스템의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기도 한 그다. 학교와 연구소에 몸담았던 그에게는 시련의 계절이었다고 밝힌다. 자본주의사회의 실체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던 기회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사회는 돈을 가진 사람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돈은 곧 권력이죠. 또 사람은 자신에게 충실한 존재라는 것을 봤습니다”라고 밝혔다.
즉 돈을 놓고 벌이는 사람들의 소위 ‘쩐의 전쟁’을 책상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세상의 치열한 리얼리티를 볼 수 있었죠. 인생은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것도요. 지금 돌이켜보면 짧지만 굵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운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새벽 3~4시면 기상해서 취침하는 10시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집필과 강연의 연속이고 자료서치와 학습을 위해 이동하는 KTX에서는 물론 스타벅스 커피숍에까지 그가 앉으면 베이스캠프가 된다.

자신감과 자유가 성공
그가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경영은 ‘삶을 바꾸는 것’이라는 피터드러커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 달성에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밝힌다. 성공이라는 것 또한 자유와 스스로의 자신감 성취라고 밝힌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는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전한다.
그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 즉 돈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결코 성공목표는 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라면서도 “전직을 결심했을 당시 집사람이 자기사업을 하고 있지 못했다면 저 또한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에게 그는 이 같이 조언한다. “업무는 항상 최선을 다해 하십시오. 언제 어떻게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전공분야보다는 교양과목에서 삶의 많은 지혜를 얻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피상적으로 보지 말고 일의 핵심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거기서 얻은 수 있는 노하우를 자산으로 만들다보면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지를 알게됩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창업이라는 것도 그간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전혀 다른 분야에 아무런 지식없이 뛰어든다면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공 소장은 끝으로 “인생은 깁니다. 선택의 문제겠지만 젊은 날에 적게 놀고 열심히 한다면 성공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라며 “인생에서 반전이나 대박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축적의 산물인 것이죠”라고 밝혔다.
글쓴이: 김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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