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버지(공태종 씨)의 그 치열했던 삶의 이모 저모를 영상으로 남겨놓지 못한 점이 내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할 여유가 생겼을 때는 아버지는 병상에 계셨기 때문입니요. 저의 책상 맡에는 아버지의 유품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업에 사용하였던 '금전출납부'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유학을 마치고 오는 전후에 쓴 일기장(1983년 분 일기장)입니다. 그렇게 바쁜 사업 생활 속에서도 아버지는 늘 하루 하루 간단한 일기를 남기셨습니다. 지금도 금전출납부를 볼 때는 평생 동안 사업에 헌신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였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따금 일기장을 들여다 볼 때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부모는 갔지만 그 부모가 남긴 정신적 유산을 후인의 가슴에 늘 함께 하게 됩니다.
당시의 부모님들은 거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사업의 현황과 금전 출납과 함께 나머지 여백에 기록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1983년 5월 13일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이렇게 기록을 해 놓으셨더군요. "바다를 개척하는데(근해) 많은 실패를 하였다. 자식육성에 실패를 하면 눈을 올케 감고 가지를 못할 같았는데 그 일부라고 한 것 같다. ..." [사진: 아버지의 금전출납부와 일기장(1980년대 초반), 글: 200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