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를 해보니까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하나는 탈출구(脫出口)의 확보요, 다른 하나는 독존의식(獨存意識)이다. 탈출구라 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어떤 공간으로 도망가거나 숨어버리는 방법이다. 중국 장가계(張家界) 같은 곳이 그런 탈출구였다. 초한지의 장량(張良). 그가 권력의 살기를 감지하고 뱉은 말이 바로 '공성신퇴(功成身退)'이다. 공을 이루었으면 몸을 뒤로 빼야 산다. 그렇다면 어디로 뺄 것인가. 장가계로 뺐다.

장가계의 면적은 한국의 경기도만한 크기인데, 이 지역 내에 칼날 같은 바위 봉우리가 무려 3만7000개나 솟아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이들 봉우리의 최고봉은 대략 해발 1100m이고, 계곡에 들어가서 이들 봉우리를 올려다보면 300~400m 높이에 해당한다. 봉우리들이 거의 직선으로 솟아 있는 데다가 그 모양도 깎아지른 바위절벽 모습이라서 기괴(奇怪)한 장관이었다. 수시로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는 음산한 기후인 데다가 먹을 것도 없는 척박한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장가계는 보통 사람이 살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산적들만의 치외법권 지대였다고 한다. 여기로 한번 숨어버리면 정말로 찾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3만7000개의 봉우리를 언제 수색한단 말인가! 장가계로 숨을 수 있도록 장량을 인도한 사람은 스승인 황석공이었다. 장량의 운명을 내다보고 권력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험지인 장가계를 미리 물색해 놓았던 것이다. 장가계를 몰랐더라면 장량은 자살하거나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독존의식은 주변 사람들이 어떤 욕을 하거나 비방을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의식을 가리킨다. 독존의식이 약한 사람은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 또는 사회적인 평가로부터 초연하기 위해서 요가 수행자들이 취했던 방법은 아무도 없는 사막에 들어가서 최소한 3주 정도 홀로 거주해보는 방법이었다. 사막에서 3주 정도 혼자 있으면 독존의식이 길러진다고 한다.

근자에 보니까 사막에 가지 않고도 '꿋꿋하게' 독존의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나의 장가계는 어디인가? 돈 생기면 사막에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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