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잘나가는 중견 감독들의 '잊혀진 데뷔작'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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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18 03:14 / 수정 : 2009.04.19 15:00


저예산 제작… 흥행참패 쓴잔 비디오조차 자취감춰 아쉬워

미국 영화 사이트 '저스트프레스플레이'는 30일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 대해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뱀파이어에 훌륭하게 접근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나우뉴스 4월 15일 보도)

'올드보이'(2003)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박찬욱 감독은 이번 '박쥐'가 여덟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까지 꼽아 본 사람이라면 의문을 지닐 만도 하다. 두 편은 어디로 간 걸까?
 



박찬욱 감독 '달은… 해가 꾸는 꿈' / 자료제공=청춘극장
박찬욱은 4년 전의 기자간담회에서 "할 수만 있다면 그 두 작품을 없애 버리고 싶다"며 "내 전집 DVD 세트가 나오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과 두 번째 작품 '삼인조' 얘기다.

2009년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감독들에게는 대개 이렇듯 '잊혀진 데뷔작'의 추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불과 10~20년 전에 나온 이 작품들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작이 되고 말았다.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박찬욱의 1992년작 '달은… 해가 꾸는 꿈' 은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이승철이 주연을 맡았다. 암흑가의 건달이 조직 보스의 정부(나현희)를 사랑하다가 살해당하는 어두운 내용으로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의 원조격이다.
 



강우석 감독 '달콤한 신부들' / 자료제공=청춘극장
면밀하게 배치된 미장센, 화면과 음악의 의도적인 불일치와 관객의 동화(同化)를 막는 불안한 카메라 앵글 등, 지금 봐도 신선한 요소들이 많다. 오우삼과 왕가위를 대놓고 패러디하고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삽입하는 등 자신의 영화사적인 안목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장한 내레이션과 종잡을 수 없는 내러티브, 연기라고 할 만한 장면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주연배우의 어색함이 20분 이상 영화에 눈을 붙이기 어렵게 한다.

"넌 고치를 벗어 던지고 날아가 버릴 거야… 내 고치는 널 두고 도망갔던 그 기억이야"처럼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대사들도 많다. 서울 관객 6649명을 기록한 이 영화 뒤로 박찬욱은 5년 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했다.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 농촌 청년의 결혼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데뷔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88년의 '달콤한 신부들'은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시골 청년(최재성)과 다방 레지(최수지)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곽경택 감독 '억수탕'
상업영화의 안전한 틀 속에서 사회 풍자를 시도하는 강우석 특유의 색채가 드러나지만 최대 갈등이 동네 깡패 두명과 물어뜯기 액션을 하는 수준이었다. 불행히도 잡아놨던 극장이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매춘'의 간판을 내리지 않은 탓에 개봉 시기를 놓쳤고 관객동원 2만1309명(이하 서울)에 그쳤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1997년에 만들었던 데뷔작 '억수탕'은 목욕탕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사진작가, 영화감독, 스님, 술집 아가씨, 여장남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부산 사투리 특유의 정감 속에서 펼쳐지는 작품이다.

'하품마저 리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디테일과 고급 유머가 살아있는 독특한 작품이지만 스타도 없고 기승전결도 불확실한 영화가 IMF사태와 때를 맞춰 개봉됐으니…. 관객 2만3147명이었다. 곧바로 '쇼킹 누드탕'이라는 카피를 단 비디오가 출시돼 대여점에서 '젖소부인'과 함께 진열됐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1993년에 어린이 영화를 한 편 찍고 10년 동안 감독 생활을 접었던 불우한 이력을 지녔다. 지금은 청춘스타로 성장한 김민정·정태우가 등장하는 데뷔작 '키드캅'은 백화점에서 도둑을 잡는 초등학생들의 모험담이다. 관객은 2만1454명이었고, 훗날 이준익은 "데뷔작이 은퇴작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준익 감독 '키드캅'
'신기전'의 김유진 감독은 1986년 '영웅연가'로 데뷔했다. 건달 출신의 신랑(길용우)과 기지촌 출신의 신부(송옥숙)가, 결혼식을 올리기만 하면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예식장의 '부부 공모'에 응모한다. 지금도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제작자가 있을 만큼 기상천외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관객은 2만8349명이었다.

'사마리아' '빈집' 등을 통해 작가주의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은 1996년의 '악어'였다. 한강에서 자살한 사람의 시체를 숨겼다가 돈을 뜯어내는 청년(조재현)과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충격적일 만큼 독특한 이미지와 염세적인 세계관으로써 향후 그의 영화들이 나아갈 진행 방향을 예고하는 작품이었다. 그에게는 흥행이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관객수는 3284명이었다.
 



김유진 감독 '영웅연가'
결국 지금의 기준으로선 형편없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들의 데뷔작은 극장에 간판이 걸린 즉시 흥행 참패의 쓴잔을 맛봤고 비디오테이프조차 대여점의 쇠락과 함께 자취를 감추는 상황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외국 감독들의 경우 1950~60년대 프랑스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 계열 감독들의 데뷔작들을 모은 DVD가 따로 나오기도 했다.

희귀 비디오 전문점 청춘극장(oldcine.net)의 안규찬 대표는 "2000년대 들어 데뷔작이 곧 흥행작이 된 감독이 많아진 반면 첫 영화에서 실패한 감독이 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뛰어난 기량을 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이 훗날 더 큰 성공의 발판이 되는 일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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