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비범한 존재로 거듭나는 사람

 
 




이재민의 얘기를 듣고있는 오프라 윈프리.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단지 죽음과 결부된 고통, 두려움, 불안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극복의 이야기를 끌어내 시청자에게 힘을 주었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림을 받는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에는 ‘폭력적인 남편은 버려도 괜찮다’면서 피해자를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그런 남편을 버리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는 특정 종파를 걷어냄으로써 인종 연령 성별 계급을 초월해 모든 시청자를 포용하는 ‘자아의 종교’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녀의 성공비결은 그녀가 현대의 문화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에 빠진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제시하고 처리하는 문화적 형태를 보여주는 데 있다. 자아를 합리적으로 돌아보게 함으로써 혼돈을 이겨내고 자아를 잘 관리해 변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심리적 고통이 국민 대다수를 짓누르는 일종의 질환이 되고 행복은 성공적인 자기관리에 있다는 문화가 팽배한 시점에서 그녀의 쇼는 고통을 이해하는 대중문화의 새로운 모습이다.’(에바 일루즈)
노력하라, 다시 노력하라
오프라 삶에서 특기할 점은 그녀가 정치나 이념과는 철저히 거리를 뒀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흑인이고 게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소수자) 의식에 머물 수도 있었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치적 힘을 키워보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와 윤리에만 집중했다. 그것이 시공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마음에 닿는 보편적 호소력을 갖게 된 비결이기도 했다.
그녀가 유명해지자 사방에서 흑인을 대변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인권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변인이 되어 흑인을 대표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검은 피부를 가졌다. 하지만 나는 여성이기도 하다. 내게는 이 모든 것이 똑같은 가치를 갖는다.”
제니스 펙은 윈프리의 성공비결을 ‘흑인들과의 거리두기’라고 단적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윈프리는 “어릴 때부터 ‘험악하고 증오가 가득 찬 흑인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말한다. 1987년 ‘피플 위클리(people weeklty)’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학생들만 다닌 테네시 주립대학교에서의 시간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흑인 친구들의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다 보니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이었다. 흑인 사투리도 쓰지 않는 그녀를 친구들은 노골적으로 미워했다. 흑인 학생 대부분이 ‘흑인의 힘과 흑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그녀는 ‘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것이 그녀와 다른 흑인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그녀의 고백이다.
“10대와 대학 시절을 보내는 동안 인종에 대한 대화가 오갈 때마다 나는 다른 쪽에 있었다. 이것은 인위적이라기보다 내가 보통 흑인들이 느끼는 억압된 감정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인종은 적어도 나한테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흑인이거나 여자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한 경험이 없다.”
흑인보다 백인을 더 좋아한다는 비난에 윈프리는 흑인이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고초를 겪은 조상들에게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했다. 흑인의 삶을 한탄하며 서로를 헐뜯기나 하고 있으면 조상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겠느냐면서 ‘내 마음속에 그린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노예근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윈프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에 사는 흑인의 상당수가 자긍심이 없어 상처를 받고 자신이 스스로 구제할 수 없는 희생양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나는 숫자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 말만 많은 흑인 집단이 두렵다. 노예제도는 우리에게 서로 증오하라고 가르쳤다. 흑인은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반문해봐야 한다. 오프라가 해냈다는 건 나에게 어떤 점을 시사하는 걸까?”
“흑인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차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프라는 “인종은 정신상태에 불과하다. 자신의 피부색에 집착하는 사람은 실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프라가 삶의 나침반처럼 삼았다는 흑인전설을 번안한 19세기 시에는 피부색도 성별도 뛰어넘을 수 있게 한 강한 정신력의 비결이 담겨 있다.
‘한번, 두번 실패하더라도/ 노력하라, 다시 노력하라/마침내 승리를 거두더라도/노력하라, 또 노력하라/모두가 할 수 있을/끈기만 있다면 너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이 법칙을 잊지 마라/노력하라, 또 노력하라.’
결국 이 시대 시청자가 오프라에게 반한 것은 그녀의 말재주나 방송진행테크닉이 아니라 ‘스토리’와 ‘정신’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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