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열전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진시황릉 병마용 1호갱. 위나라 사람 형가는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났다.

사내가, 아니 인간이 목숨을 걸 만한 일은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옛이야기에는 뼈와 살이 있다. 이들의 행동은 살이다. 그 살은 이미 오래전에 흙이 되어 바람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뼈다. 이 뼈는 아직 우리의 눈에 선연하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인종을 초월해서 영원히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때로 노래가 되기도 한다.
섭정이 죽고 나서 220년 후에는 진시황의 옷자락을 베었던 비운의 영웅 자객 형가가 비수를 품었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떠나면서 역수라는 강가에 서서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는 강가의 비가(悲歌)로 각인되었다
.
“바람소리는 소슬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는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바람, 강, 사람, 그리고 운명을 품고 형가는 역수를 건넌다. 과연 그의 노래대로 길을 떠난 자객은 뒤를 돌아보지도 돌아오지도 않는다. 이들의 모습은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이다. 한번 흘러간 강물은 바다로 나아가 영원으로 사라진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인물들은 계속 등장한다. 자객 열전의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형가를 손꼽는다. 그의 상대가 바로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한 편의 고대 서사시를 이루었다. 장엄하고, 격정적이고, 문학적이면서 함께 음악적이다. 형가가 진시황을 만나러 가는 길은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의 길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에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와 동시에 형가라는 한 특출한 인물의 비애와 진시황이라는 저 거대한 바다의 세계가 같이 녹아 있다.
약한 자의 비수를 조심하라!
형가는 위나라 사람이었다. 당시 진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위해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격동기에 뛰어난 인물들은 큰 뜻을 이루거나 대부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형가는 책읽기와 격투기 검술을 좋아했는데 실력이 뛰어났다. 성격은 매우 조용하고 단아했다. 누군가 시비를 걸거나 성을 내면 조용히 사라져 다시는 만나지 않는 성격이었다. 나도 그러한 성격이어서 잘 아는데 이런 사람들은 많이 참는 스타일이다. 말이 없으니 참을 일도 많았을 것이다. 술을 잘 마시거나 담배를 절대 끊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축(?)을 잘 타는 명인 고점리와 친구로 지냈다. 형가는 고점리와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노래하다가 문득 서럽게 울기도 하기도 하였다.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주살하는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형가의 눈물은 참고 또 참고 있는 자의 눈물이기에 마치 지표를 뚫고 나오는 용암과도 같이 뜨거운 것이었다.
“형가는 비록 술꾼들과 사귀어 놀기는 했지만, 그의 사람됨이 신중하고 침착하여 글읽기를 좋아하였다. 그는 제후국을 떠돌면서 한결같이 그곳의 현인이나 호걸, 나이 많고 덕을 갖춘 사람들과 사귀었다.”
형가는 연나라 태자 단을 만나 거사를 결심한다. 단은 어린 시절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는데, 거기서 진나라 왕인 정을 만나게 된다. 조나라에서 태어난 정이 어린 시절을 조나라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두 어린아이는 매우 친하게 지낸 모양이다. 이때의 우정이 훗날의 원한이 되었다. 단은 장성하여 다시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진나라의 왕이 정이었다. 그때 단의 마음은 아마도 어린 시절의 친구인 정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진나라의 정, 훗날의 진시황은 너와 나는 인간의 질이 다르다는 식으로 박정하게 대했다. 이미 천하를 가질 정에게 어린 시절의 우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좌우간 무지하게 모멸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해야 한다는 유행가 가사가 있는 것인가?
하여간, 연나라로 도망쳐 온 단은 이를 갈면서 수모를 당한 복수를 결심했다. 하지만 이미 진나라는 중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단은 자신의 원수를 갚아줄 사람을 찾았으나, 그 대상이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중원을 통일할 진나라의 정이었으니 그게 어찌 쉬운 일인가?
이미 진나라 정은 기운이 최고조에 다다라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원한에 눈이 멀면 이성이 마비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 현명한 신하다. 태자 단에게는 그러한 신하가 있었다. 태부 국무가 단에게 업신여김을 당했다는 원한 때문에 진나라 왕을 화나게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대신 깊이 생각한 다음에 비책을 의논하고 권한다.
그래 이게 인생이고, 세상이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단은 비수를 품는다. 약한 자는 항상 비수를 품게 마련이다. 세상의 강한 자여, 약한 자의 비수를 조심하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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