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음을 품고 섬기는 자들이여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지백의 은혜를 받은 자신의 영혼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일단 성과 이름을 바꾸고 가벼운 경범죄를 지어 죄인이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것이다. 선비 예양의 몸은 이미 지백과 함께 죽었고, 혼이 잠시 그 몸에 깃든다. 죄수의 신분으로 조양자가 하루에 한두 번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는 화장실의 벽을 바르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열전에 의하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란 쉽고도 어렵다. 하늘의 보살핌을 받았는지, 아니면 영웅이 화장실에서 일보다가 급사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양자는 화장실 근처에서 불안감에 휩싸인다. 볼일은 급한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 주변을 조사해보니 품 안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이가 있었다.
양자보다 주위에 있는 이들이 더 놀랐는지, 당장 목을 베라고 했다. 하지만 양자는 지백의 원수를 갚으려 했다는 초췌한 몰골의 예양을 보고 뭔가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그는 너그럽게 예양을 풀어주었다. 예양이 의로운 사람이며 천하의 현인이라는 말을 자신의 주위에 있는 신하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외치면서 말이다. 즉 너희들도 예양의 이러한 지조를 닮아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예양도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양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예양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근육이 움직이는 한 그는 복수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이미 얼굴이 팔렸고, 목소리까지 들켜버렸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는 얼굴과 목소리를 추하게 바꾼다. 온몸에 옻칠을 해서 문둥이처럼 꾸몄고, 숯가루를 먹어 목소리까지 탁하게 했다. 그러한 몰골을 아내와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자 예양은 미소 지었다. 이제 다시 한번 시도하자.
다시 복수의 길을 떠나는 데, 오직 한 친구만이 예양을 알아보았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양의 뜻과 마음을 아는 친구는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기왕에 복수할 거라면 겉으로는 양자를 섬기는 척하면서 양자가 긴장을 풀고 가까이 할 때 일을 치르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예양의 끔찍한 몰골에서 죽음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친구에게 예양은 이렇게 말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을 떠났다.
“예물을 들고 가 남의 신하가 되어 그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는 건, 두 마음을 품고 자기 주인을 섬기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내가 죽고 나서라도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주인을 섬기는 자들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양의 이 말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잘 만들어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그는 자신의 삶 너머를 보았다. 앞으로 자신처럼 살 사람들에게 전범을 제시한 것이다. 그것은 후배들에게 꼭 그렇게 하라는 명령조의 말씀이 아니다. 나는 이렇게 했다는 풍경이고 이미지다. 지금도 이 풍경은 서산의 놀에 떠오른다. 이 이미지는 저녁 하늘 놀처럼 붉고 어둡다. 그 부끄러움이 누천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하여간.
예양은 양자가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거사를 도모했으나 결국 또 하늘의 도움을 받은 양자에게 들키고 만다. 그때 양자가 꾸짖는다. 왜 이토록 끈질기게 원수를 갚으려 하느냐. 너는 범씨와 중항씨를 섬긴 적이 있지 않는가? 지백이 그들을 죽였는데, 그때 너는 왜 원수를 갚지 않고 나에게만 이러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옷을 베어 원수를 갚다
그러자 예양은 범씨와 중항씨는 자신을 평범하게 대했지만, 지백만이 자신을 한 나라의 걸출한 선비로 대접했기에 그에 걸맞은 행동이 이러하다고 말했다. 몰골은 흉하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예양의 태도에 감탄한 양자는 울면서 예양을 참하려 하였다. 그때 예양이 말했다.
“전날 군왕께서는 저를 너그럽게 용서했습니다. 그 일로 사람들이 당신을 칭송합니다.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옷을 얻어, 그것을 칼로 베어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도록 해주십시오. 죽어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제 마음속의 말을 털어 놓는 것뿐입니다.”
양자는 예양의 간청을 받아들이고 사람을 시켜 자신의 옷을 예양에게 가져다주도록 하였다. 예양은 그 옷을 칼로 내리치고 지백의 은혜를 갚았다고 기뻐하며 그 칼에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나라의 선비들은 모두 울었다.
한국의 선비들에게도 이런 대쪽 같은 정신이 있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던 시절 고려의 두문동 전설을 예로 든다. 고려 선비들이 새 왕조인 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두문동에서 나오지 않자, 태조가 불을 질러 그들의 지조를 시험했다. 그들은 두문불출했다. 그래서 모두 죽었는데, 그 선비들이 억지로 등을 떠밀어 울면서 그 두문동을 나온 선비가 바로 황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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