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이야기
‘혀’는 할머니의 딸인 한 여자가 한 여자의 혀를 맛있게 요리하는 소설이다. 언제쯤 한 여자가 한 여자의 혀를 요리하는지 그걸 찾아 읽어가다 보면 소설 속에 7월이 오고, 소설은 끝난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요리사의 손에서 흘러내린 땀방울과 독자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진홍색 피 묻은 칼날이 선연하다. 여자란 참으로 아름다운 존재다. 만질 수 없는 영혼처럼 아름답고 기이하다.
“여기 나는 이 좁은 방에 있지만, 나는 문학과 함께 그 크기를 잴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인 내 ‘머리 속’에 있다. 여기가 나의 ‘방’이고, 이것은 나 자신을 성찰하는 방이며, 창조의 신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조경란이 쓴 산문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글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방은 그녀의 아버지가 지어준 옥탑방 시절을 이야기한 것이다. 목수인 아버지가 손수 지은 집에 옥탑방을 만들었다. 그때 옥탑방 방문을 열고 동네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딸 중에서 누군가 이 방에서 글을 쓰면 좋겠다고 했고, 옥탑방을 쓰던 막내가 중국으로 유학 간 사이에 맏딸 조경란은 짐을 옮겨놓고 소설 창작을 했다. 아버지의 오랜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장편 ‘혀’는 2005년 5월부터 3개월 동안 옥탑방이 아닌 집 근처 반지하 고시원에서 썼다고 했다. 집 안에 있으면 들려오는 사랑스러운 조카의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드디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자기만의 방을 얻었다. 그곳에서 봄에 발표한 소설 ‘밤이 깊었네’를 썼다. 그 집필실에는 세 가지, 텔레비전과 인터넷과 전화가 없다. 몸에 지닌 휴대전화만 꺼놓으면 완전한 고립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글을 쓰는 거지요. 전 욕심이 많지 않아요. 한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좋은 남자, 자동차, 오피스텔 같은 거 말이지요. 신이 제게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바로 이 시간, 글을 쓸 수 있는 삶을 선택하겠어요.”
그동안 4인용 식탁에서 글을 써온 그녀는, 자신의 방을 얻고 나서 맘에 드는 책상을 구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목수를 찾아가 자신의 책상을 짜달라고 했다. 한옥 문짝을 전문으로 짜던 장인은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고 선선히 책상을 짜줬다고 한다. 책상은 홍송(紅松)으로 만들었다. 단단하고 촘촘한 소나무 결이 살아 있는 책상을 손으로 매만지면서 그녀는 그 책상 위에서 행복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홍송의 나이테만 봐도 저절로 긴장감이 생겨요.”
그녀는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와 친할머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품에도 아버지 이야기는 ‘코끼리를 찾아서’를 비롯해 많이 등장한다. 아버지를 빼놓고는 쓸 수 없는 글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아내가 둘이다. 그녀의 첫 번째 친할머니는 당신의 생일날 가엾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두 번째 할머니, 아버지와 배다른 형제들의 이야기는 문학적이고 소설적이다.

아버지의 눈물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 갔다. 중동 공사 열기가 뜨겁던 시절, 그녀의 아버지 역시 그 대열에 서 있었다. 뜨거운 사막의 일터에서 집안에 있는 식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린 시절, 집 안에는 남자가 없었어요. 어머니, 그리고 저희 세 자매가 있었지요. 그때 집에 큰 항아리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엔 우리 식구들의 편지가 가득 찼지요.”
카세트테이프에 음성 편지를 담아 보내기도 했다. 아빠, 저희들은 잘 있어요. 공부 잘하고, 엄마 말 잘 듣고…같은 내용이었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자신에게 소설을 가르쳐준 것 같다고 했다.
그녀의 2006년 겨울은 무척 힘겨웠다.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갔는데, 어두운 거실에 아버지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 있는 모습에 잠시 놀랐다가 이내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버지의 등과 어깨가 상처 입어 둥지에서 떨어진 새의 날갯죽지처럼 흔들렸다.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왜 그렇게 앉아 계세요?”
아버지가 커다란 등을 들썩이면서 대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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