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해안지방이 가장 화끈”
이런 적도 있었다. 시장통에서 만난 채소장사 아주머니의 노래 솜씨가 보통을 넘었다. 다만 전국 노래자랑 무대를 이용할 방법을 몰랐거나, 먹고사는 데 바빠서 출연 생각을 못한 경우인데 그는 그 아주머니를 본선 녹화 때 사회자 눈에 잘 비치는 곳에 서있도록 했다. 그리고 객석에서 그 아주머니를 찾아내 즉석에서 노래를 시켰다. 그러나 긴장한 탓으로 자기 실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고 불합격 판정을 받고 말았다. 그는 이처럼 예선을 거치지 않고도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막강한 ‘권력’도 갖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다닌 곳 중에서 무대가 가장 멋있고 화끈했던 곳은 어딥니까.
“그야 영호남이죠. 특히 남쪽 바닷가 쪽이 화끈합니다. 신바람 나죠. 시켜서도 아닌데 저절로 춤추고 구성지게 노랫가락을 뽑고, 정말 맛있게 놉니다. 맛깔스럽게 놀아요. 뒤로 빼는 법도 없고, 마당만 제공하면 우리를 더 웃겨요. 내가 사람을 웃기는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아왔는데 그들이 바로 내 스승 같아요. 이러다 내 밥줄 끊을 거냐고 항의할 정도로 잘 놉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각 지방의 특산품도 많이 선물 받으셨겠지요? 그걸로 사설박물관을 차리면 어떨까요.
“물론 많이 받지요. 목포 세발낙지, 진영 단감… 이런 걸로는 박물관을 차릴 수 없으니까 당장 먹어야죠. 기억에 남는 토산품으로 토종닭을 들 수 있습니다. 전남 함평에서 노래자랑을 하는데 한 출연자가 수탉을 갖고 올라왔어요. 한번 들어보니 묵직해요. 조금 과장하면 송아지 한 마리 무게는 될 거예요. 이놈이 얼마나 힘이 세던지 내가 끌려 다녔다니까요. 강원도 정선에서는 백사슴을 선물로 받았어요. 잡아먹을 수도 없고…. 백사슴은 영물이라고 하는데 몸 보신한다고 잡아먹었다가 혼나면 어쩌나 해서 주인장에게 억지로 돌려주고 온 적도 있습니다. 새끼까지 쳐서 가져가겠다고 했으니까 지금 그놈이 새끼를 쳤다면 나는 상당한 부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두 발, 네 발 달린 짐승 중 무대에 올라오지 않은 것이 없다. 크게는 타조에서 새끼 호랑이, 노루, 참새, 뻐꾸기, 염소, 수달, 달팽이까지 올라온다. 이런 짐승들도 전국 노래자랑의 재미를 아는지 간드러지게 울부짖고 뛰논다. 말하자면 짐승이든 사람이든 이 프로에는 누구나 출연자격이 있는 셈인데, 짐승도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많이 부르는 노래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뭐니뭐니해도 김수희의 ‘남행열차’지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 현철의 ‘내 마음 별과 같이’도 국민적 애창곡이 되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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