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절대 쫓아간다고 모이는 게 아니에요. 돈은 기다려야 합니다. 돈 쫓아다니는 사람은 밥은 먹고 살겠지만 큰 부자는 못 돼요. 하우스에서 밤새 도박하면 하우스 주인만 돈 벌지요. 쫓아다니면서 증권 팔았다 샀다 하는 사람들은 증권회사 수수료 수입만 불려주는 거죠. 이번에도 주식 투자자 시합에서 50대, 60대가 제일 수익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안 팔고 기다리니까요.
돈 쫓아다닐 시간에 일을 열심히 하면 그게 곧 돈 버는 일인 거 같아요. 사람 덜 추잡해지고.”
에베레스트 정복 나설 예정
허 화백은 산악인 박영석씨와 6대륙의 최고봉을 거의 다 가봤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963m), 인도네시아 칼스텐츠(4884m), 러시아 옐부르즈(5633m), 히말라야 산맥의 K2(8611m)에 가봤다. 내년에도 박영석 원정대를 따라 두 달 동안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정복에 나설 예정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전문 산악인들만 가고 허 화백은 베이스캠프에 있다가 오는 거겠죠?
“이번에는 저도 본격적으로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각자 마음속에 정상이 있는 거죠. 에베레스트 정상은 8848m이지만 내 정상은 7000m가 될 수도 있고, 6000m가 될 수도 있죠. 가다가 힘에 부쳐서 내려오면 그게 곧 내 정상 아니겠습니까. 제 체력으로 6000m까지는 견딜 만 해요.
K2 베이스캠프에서 술 마시고 혼난 경험이 있죠. 일단 해발 2500m가 넘는 곳에선 술 마시지 말아야 해요. 박영석 대장이 자기 계산으로 ‘괜찮다’고 해서 마셨다가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비상 헬리콥터를 한번 부르는데 850만원 들어요. 죽게 생겨 헬리콥터를 불렀는데 날씨가 나빠 헬리콥터가 못 오고. 5일 동안 걸어서 내려갔죠. 나중에는 말 타고 내려왔어요.”
-등산 만화도 그려볼 건가요.
“‘뻥’을 많이 쳐야 하는데 알수록 못 치겠어요. 영화 ‘버티컬 리미트’에서는 달려서 절벽 사이를 날아가 반대쪽 절벽 위로 팍 뛰어서 올라가거든. 실제로 8000m 넘어가면 베테랑 산악인도 가쁜 숨을 내쉬며 한 걸음씩 겨우 내디뎌요. 열 발짝 떼고 쉬지요. 그런데 어떻게 거기서 뛰어다녀요? K2 베이스캠프에서 ‘버티컬 리미트’를 봤거든요. 모두 SF라고 했어요. 뻥튀기가 심해서.”
그의 책상 옆에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부쳐온 책 네 상자가 아직 뜯지 않은 채로 놓여 있었다. 한 상자에 20권 가량이 들어 있으니 한꺼번에 80권을 주문한 것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음식, 여행, 풍속, 그림에 관한 책이 많았다. 그는 신문 기사나 광고를 보고 사고 싶은 책 기사를 오려두었다가 한꺼번에 주문한다.
“처음부터 읽다가 재미없으면 던져버리죠. 소설은 요즘 거의 안 읽어요. 나도 얘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지만 답답하더라고요. 수가 보여요. 독자한테 수가 노출되면 재미없지요. 우리 영화를 볼 때도 제일 궁금한 게 결말입니다. 놀랍게 뒤집히는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가 ‘살인의 추억’입니다. 조그만 여자애가 며칠 전 살인현장에 왔다간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잖아요. 한방 맞은 것 같았어요. 그렇게 쫓아다니던 범인이 왔다간 거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의 전기입니다. 어떤 책의 부록이었는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최근에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인디언 멸망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디언을 몰살하고 건국한 미국 사람들이 정의의 사도인 양 남의 나라에 펑펑 폭탄 때리는 것을 보면….”
‘식객’을 읽다보면 정호승, 송수권 시인의 시가 자주 등장한다.
“시를 인용하면 시인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문인협회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출판물에 시를 전문(全文) 인용하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거였지요. 김영사에서 ‘식객’에 인용된 시 한 편당 5만원씩 냈습니다. 인터넷에서 내 만화를 마음대로 퍼다 공짜로 쓰는데 이것도 안 돼요. 로열티를 내야지요. 남의 집에 있는 장롱을 들고 가는 거나 같아요. 인터넷에서도 로열티제를 적용해 제동을 걸어야 해요.”
부인 이명자씨는 숙명여대 성악과를 나와 잠깐 중고교 음악교사를 했다. 한 동네에서 살다 우연히 사귀게 돼 7년 동안 연애했다.
“기껏 딸 공부시켜놨더니 이상한 놈이 와서 끌고 간다고 처가의 반대가 심했죠. 특히 장모님이 나를 싫어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었을 테고. 몇 년 전에 장모님이 ‘결혼 전에 괄시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군요. 지금 이 양반이 여든넷입니다.”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장남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IBM에 다닌다. 딸은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딸이 대학입시 공부할 때 대학교 못 가면 만화 그리라고 말했다가 집사람한테 혼났어요. 큰놈이나 작은놈이나 어릴 때부터 내가 작업하는 것을 봐서 만화를 잘 그려요. 그런데 만화 그리겠다는 얘기는 안 하더라고요. 신세대가 보기에 갑갑하지요. 만날 책상에 앉아서…. 이것도 3D 업종이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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