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화백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기부 활동을 한다. 부천 만화축제에서 받은 상금 300만원을 노숙자를 위해 내놓았고, 대한민국 만화대상 상금 1000만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1000만원, 2000만원씩 여러 차례 내놓았다. 그는 기부의 동기를 짧게 설명했다.
“벤츠 타고 골프 치고 다니니까 욕 안 먹으려고 기부하는 거죠.”
-한때는 야구, 권투 만화를 주로 그렸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스포츠 만화를 잘 안 그리더군요.
“그전에는 심의 때문에 스포츠 만화밖에 그릴 게 없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달라지고 좋아하는 운동이 바뀌잖아요. 야구장에 발길이 안 가더라고요. 권투 구경을 좋아했는데 요즘엔 별 재미없어요. 한번 지나가니까 다시 돌아가기 어려워요.”
-일본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리는 만화도 있고 종종 표절 시비도 나오잖아요. 허 화백 만화 중에도 ‘오늘은 마요일’ ‘미스터 Q’ 같은 작품은 일본 만화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일본 만화가 우리 만화에 영향을 크게 줄 수밖에 없었죠.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 만화가 들어오기 시작해 사실 뿌리를 구분하기 힘들죠. 두 나라가 만화 그리는 스타일도 비슷하고요. 외국에는 디테일하게 연출까지 해가면서 그리는 만화가 없어요. 대부분 미국 만화식으로 글이 많은 이야기 만화죠.”
-일본 만화를 세계적으로 알아준다지요?
“그럼요.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 가서 보니까 이탈리아 만화시장의 50% 이상이 번역한 일본 만화였어요. 미국에도 일본 만화가 많이 들어가 있고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어마어마하게 유통되고 있어요. 중국에서는 정식으로 로열티 주고 찍어낸 거보다 해적판이 더 많죠. 그게 단속이 안 된대요. 전세계적으로 일본 만화가 퍼져 있다고 봐야죠.”
-우리 만화는 수출이 안 되나요?
“간혹 외국에서 번역 출판해도 몇 천부에 불과해요. ‘식객’도 일본에서 번역판이 나왔는데 잘 안 팔립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라”
허 화백은 ‘부자(富者) 사전’이라는 만화를 펴내 대박을 터뜨렸다. 한상복씨의 베스트셀러 ‘한국의 부자들’이 원작이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부자들의 에피소드와 스스로 돈 번 아이디어를 첨가했다.
“인세가 너무 많이 들어와 돈 세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한상복씨 책이 60만부 팔렸는데 만화로 만들어도 10만부 팔리는 것을 보면 편하게 읽으려는 독자층이 있다는 거죠.”
-부자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까.
“부자는 절대 허투루 돈을 안 써요. 버는 거보다 적게 쓰면 누구나 부자가 돼요. 우리 집 사람이 백화점에서 50% 세일하니까 가자고 그러면 제가 ‘어이 그거 안 사면 그만큼 더 싸’라고 말하죠.”
-부자는 짜다는 건가요.
“짜다기보다 꼭 쓸 때만 써요. 여유가 있건 없건 무조건 수입액의 반을 저축하는 사람도 있죠. 한달에 300만원 받는 사람이 150만원 저축해보세요. 공과금 떼고 세금 떼면 100만원도 안 남을 거 아니에요. 그거 가지고 사는 거죠. 그렇게 10년을 견디면 5년치 봉급이 그대로 모이죠. 이게 종자돈이 되죠. 10년 동안 다 쓴 사람과 그때부터 차이가 벌어지죠.”
-재산은 얼마나 모았습니까.
“그냥 만화 안 그려도 먹고 살 정도 돼요. 예전에는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관광, 등산 다니는 데 돈을 퍽퍽 써요. 어머니께서 저한테 ‘많이 벌려고 하지 말고 적게 쓰라’고 하셨죠. 돈을 물쓰듯하다가 그 돈을 보충하자면 힘이 들고 건강이 축나고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거죠. 그런데 황 위원은 아까부터 내 돈벌이에 관심이 많군요(웃음).”
-독자는 유명 만화가라면 어느 정도 부자일까 하고 궁금하겠지요.
“영화 한 편 계약하면 수억원 받는 줄 알잖아요. 그런데 원작료로 수억원 받는 건 드물어요. ‘식객’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 있더라며 큰돈 벌었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죠. 사실 원고료와 인세 받아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어요. 이번 강남 파동에서 입증됐듯이 돈은 부동산으로 벌어야 하는데, 저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족족 실패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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